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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는 몸이 아픈 병약한 인간 소녀 ‘조시’를 돕기 위해 구매되었다. 책의 제목과 개요만 두고 보았을 때는 이 책이 단지 인공지능 로봇과 소녀의 아름다운 우정을 다룬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작가인 이시구로가 동화로 쓰기 위해 줄거리를 딸에게 들려주자, 딸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줄 수 있다고 출판을 반대한 일화가 있다고 한다. 작가가 그린 미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이른바 ‘유전자 편집’의 혜택을 받아 ‘향상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로 나뉜다. 인간 소녀 조시는
문화
이진 기자
2021.05.0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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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부 배경이 되는 헤일셤 기숙학교는 다른 학교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학생들에게 다른 과목보다 그림 그리기나 시 짓기 등의 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학생들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매 순간 강조하며 그들의 신체 상태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학교 밖을 나가면 안 된다는 무시무시한 소문 또한 철석같이 믿는 학생들을 위해 루시 선생님은 캐시와 루스, 토미의 반에서 학생들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루시 선생님이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장면이 지난 후에도 영화는 복제인간의 테마에서 벗어난 일반적인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
문화
김서경 기자
2021.05.0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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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미국 땅에 낯선 모습을 한 한국인 가족이 들어선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아빠 제이콥은 미국 땅에서 한국 작물을 키워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바퀴가 달린 트레일러 집으로 가족을 이끈다. 비옥한 흙을 보며 희망을 보는 제이콥과 달리, 그의 아내 모니카는 아픈 아들 데이빗을 위한 병원도, 마음을 기댈 한국인도 없는 광활한 땅에 불만을 가진다. 모니카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이콥과 일을 나가야 하자, 아직 어린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가 함께 살기로 한다. 정이삭 감독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
문화
이도현 기자
2021.03.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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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만다는 지금 어딘가에 누워있다. 그리고 누군가 그녀의 귀에 끊임없이 대화를 걸어온다. 몇 개월 전 도심에서 휴양 차 딸 니나와 함께 왠지 수상해 보이는 마을을 방문한 아만다. 그녀는 본인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헷갈려 하며 그 마을의 소년 다비드와 ‘벌레’에 대한 증거를 잡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다. 순식간에 장면이 전환되고, 병원 안에서 딸을 찾기 위해 흐린 정신으로 어렵게 걸음을 옮기는 아만다와, 그녀에게 끈질기게 말을 걸어오는 어린 소년 다비드. 다비드가 아만다에게 끈질기게 말을 거는 이유와 그들이 찾는
문화
허성범 기자
2021.03.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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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한 상반된 의견은, 우리가 무슬림을 바라보는 시각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실제로 당시 중앙일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인 난민 수용에 대한 찬성 비율은 50%를 넘긴 반면, 무슬림 난민에 대해서는 반대 비율이 66.6%로 수치상 큰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배경에는 탈레반, 알 카에다, 다에쉬(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알아보면 사실 이들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회가 바로 이슬람 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문화
양경록 기자
2021.03.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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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마리아 사랑병원의 정원에 적나라한 엑스레이 사진 하나가 걸린다. 이 민망한 사진 한 장에 병원 사람들 모두가 탐정 놀이를 시작한다. 그 누구도 엑스레이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의 화두는 오직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일 뿐이다. 비운의 간호사, 윤영은 엑스레이 사진 속 골반이 자신과 자신의 남자친구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걱정 끝에 사직서를 준비한다. 병원 부원장 경진은 엑스레이 사진을 몰래 챙겨간 윤영을 병원 측에서 의심하고 있다며 당분간 일을 쉴 것을 지시한다. 상사의 부당한 행동에 의분을 느낀
문화
이지현 기자
2021.03.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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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부스러져 나와 땅보다 바다를 더 닮아버린 섬처럼,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거나 받는 일 없이 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로이 야콥센의 소설 의 배경인 ‘바뢰이섬’에는 단 한 가족만이 살고 있다. 이 곳은 교류할 이웃도 없고, 스스로를 비출 거울도 없어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건장하고 긍정적인 한스 바뢰이와 현명한 그의 아내 마리아, 아버지 마틴, 여동생 바브로와 영특하고 속 깊은 외동딸 잉그리드는 해안가를 경작하고 깊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오리털을 모아 교역소에 팔며 살아간다. 한 때 섬에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1.03.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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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장난감 우주 비행사 헬멧을 쓰고 다니는 한 아이가 있다. 어기라고 불리는 이 아이는 선천적인 안면기형장애로 인해 27번에 달하는 성형수술을 했다. 지속적인 병원 생활과 독특한 외모 탓에 긴 홈스쿨링 생활을 한 어기는 이제 5학년이 되어 학교로 등교를 시작하기로 한다. 평범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어기에게 예상되는 시련들 때문인지 소년의 가족들은 많은 걱정을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향한 한 걸음을 믿고 응원한다. 그러나, 모두가 예상했듯 어기의 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이었다. 학급 친구들은 어기를 피하거나 아예 놀림감으로
문화
양경록 기자
2021.03.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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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가 생활화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우리의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여러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적은 확산세를 유지했고, 그 배경에는 신속한 정부의 방역지침과 이를 꾸준히 잘 지킨 시민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전염 확산 초기의 엄청난 혼란은 지나가고 이제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와 수업, 외출 시 마스크 착용 등 바이러스로 인해 변한 생활양식에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혼란에 감춰져 잘 보이지 않았던 소외된 이들의 고통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
문화
양경록 기자
2021.03.0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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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는 저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다. 각자의 다른 문화적 배경과 역사가 실제적인 형체로 구현되고, 그 방식의 차이가 많은 사람에게 색다른 시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분명 세상의 거리에는 교과서에서 흔히 접했던 랜드마크가 아니라, 그 외의 사소한 요인들이 빚어낸 실체가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그 고유한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홍보 매체에서 선전되는 한옥과 한복의 학습된 이미지는 흔한 길거리에서 찾기 어렵고,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수도 서울에서도 한국 고유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본 기사에서는
문화
허성범 기자
2021.03.0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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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JTBC는 연예인이 자신의 서랍 속 안 쓰는 물건을 동네 주민과 만나 직거래하는 프로그램 ‘유랑마켓’을 선보였다. 중식의 대가 이연복 셰프는 본인이 쓰던 조리 기구를 중고로 내놓는다. 더 이상 중고는 새 제품을 구하지 못해 선택하는 차선책이 아닌, 사용성이 충분히 남아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여겨진다. 지난 1년간 중고 물건을 사고판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8%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할 만큼, 지금 세상은 중고 거래 열풍에 한창이다. 본 기사에서는 변화하고 또한 진화하고 있는 중고거래의 패러다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1.03.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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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권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강조되고 주목받고 있다.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울려 퍼지고 사회는 이에 반응하며 변화한다. 그리고 이제 정상의 범주에 숨으려 노력했던, 자신을 부정하던 이들이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의 저자 김초엽과 김원영은 장애인의 삶을 살아온 입장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비장애인들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장애인에 대한 틀에 의문을 던진다. 더 나아가 앞으로 장애인을 진정으로 위하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장애를 가진다는 것은 표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골형성부전증을
문화
양경록 기자
2021.02.1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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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작은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조 가드너는, 어머니의 반대와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조는 꿈에 그리던 뉴욕 최고의 연주자 ‘도로테아’의 밴드에서 공연을 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너무 흥분해 주위를 살피지 못한 나머지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가 되고 만다. 평생을 좇던 꿈에 단 한 발자국만을 남겨두고 있던 조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머나먼 저세상(The Great Beyond)’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이 머무는 곳 ‘유 세미나’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1.02.1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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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사운드의 조합을 통한 상상 속 이야기의 시뮬레이션이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이라면, 서은비의 는 영상 이전의 텍스트 자체만으로도 관객 혹은 독자에게 충분히 보여주고 들려주는 구체적인 장면 묘사를 구사한다. 사운드의 인, 아웃 지점과 빛의 움직임까지 치밀하게 묘사한 작가의 섬세함은 극중 작품과 맞물리는 사건을 타고 확장되는데, 자칫 익숙하게 보일 수 있는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메타픽션의 형식으로 구현한 시도가 매우 흥미롭고, 불빛과 사운드로 제시되는 오프닝의 궁금증, 흔히 꿈으로 표현되는 모호한 장면이
문화
윤유경 시나리오 작가
2021.02.1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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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필과 평론 부문 응모작은 수필 13편, 평론 2편이었다. 예년에 비하면 적은 수라 아쉬움이 있지만 작품 하나하나는 상당히 수준 높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들이 많았다. 글은 아직 거칠고 섬세함이 한참 부족해도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다. 그 날 그 순간에 느낀 날것의 감정은 대체 불가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호소력을 더하는 글을 위해서는 문장 가다듬는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저 글을 위한 글쓰기는 아니었으면 싶다. 김대명의 은 운전 중에 겪었던 짧은 에피
문화
배관문 교수 (인문사회과학부)
2021.02.1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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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카이스트 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코로나 19의 영향 탓인지 응모작 편수도 적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보다는 인물 개인의 내면에 침잠한 작품이 많아 아쉬움이 느껴졌다. 응모작 가운데에는 이 시대 청년이 겪게 되는 사랑, 그리움, 부담감, 외로움, 불안 등이 담긴 소설이 주를 이루었다. 다만,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부분 단편소설의 미학에 대한 고민이 덜 되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소설은 허구성뿐 아니라 그것을 사실처럼 느끼게 하는 핍진성 있는 구성력을 요한다. 작가가 형상화한 사건이나 인물을
문화
조윤정 교수 (인문사회과학부)
2021.02.1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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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많은 학생들이 KAIST 문학상에 시를 투고해 주었다. 140여 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KAIST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 소중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의 경험과 감상이 개인을 넘어, KAIST 구성원들과 모든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후보로 고려된 작품은 남성우의 , 송경화의 , 김백호의 , 유재현의 , 박해준의 , 이승민의 , 오지선의
문화
전봉관 교수 (인문사회과학부)
2021.02.1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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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꿈 (7일)검은 화면의 중앙에 주광색의 동그란 불빛이 희미하게 생겼다가 점점 선명해진다. 작게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노랫소리에 손톱 깎는 소리와 물소리가 겹쳐 들리다가 잠깐 노랫소리만 들린다.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불빛, 노랫소리가 매우 크게 들리고 ‘읍읍’거리는 신음소리가 겹쳐 들린다. 신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노랫소리만 들리고 흔들림이 멈춘다. 이때 불빛은 검은 화면의 왼쪽 위에 있다. 반듯하게 화면 중앙으로 불빛이 옮겨진다. 그리고 몇 초 뒤 다시 검은 화면.* 노래 : Schubert -
문화
서은비 학우 (전기및전자공학부 19학번)
2021.02.1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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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니면 사랑. 일 아니면 사랑.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편에 가까운 제가 한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둘 중 하나가 되곤 합니다. 저 또한 '일 아니면 사랑'에 관해서라면 밤을 새워 말하고도 남을 만큼의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가끔은 이야기라는 게 꼭 요리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요리는 자주 꺼내어 놓고, 어느 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냉장고 정리를 하다 새로운 재료를 발견해 평소와 다른 요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속에 든 재료는 제각기이지만 우리가 '일'과 '사랑'이라는 냉장고에 관해
문화
이수정 학우 (산업디자인학과 16학번)
2021.02.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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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장실 전구가 나갔다. 이사를 온지 넉 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낡은 드럼 세탁기는 이따금씩 신발장을 향해 먼지 섞인 허연 세제물을 쏟아내었고, 3평 남짓한 원룸 한 구석에 옹색하게나마 자리한 주방의 렌지후드는 언제부턴가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침대는 입주 한 달 만에 프레임이 박살나 방바닥에 매트리스만 깔아놓고 생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형편에 화장실 전구가 나간 것 정도로는 내게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 했다. 어차피 좁은 원룸에 부록처럼 달린 화장실이라 대략적인 위치는 손에 익어 있었다
문화
전무승 학우 (항공우주공학과 석사과정 20학번)
2021.02.10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