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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중 유일하게 대학에 간 할머니를 두고, 사람들은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살았던 고집 센 여자라며 수군댔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할머니가 가정을 꾸리라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 대학을 중퇴하고 결혼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둘째 아들의 프랑스 출장에 동행한 할머니는 언어도 다르고, 아는 이도 없는 땅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백수린 작가의 속 화자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프랑스에서 고립되었을 할머니의 감정을 떠올린다.할머니. 정겨운 웃음소리가 연상되는 그 이름은 부모님의 어머니뿐
문화
하예림 기자
2020.06.0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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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학대가 아니라 영적인 학대입니다. 성직자에게 당하면 믿음까지 빼앗기는 거예요.” 지역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취재팀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한 정보를 조사한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조직적이고 빈번한 성추행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정황은 포착되는 한편 문제를 은폐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부딪힌다. 영화 는 가톨릭 성직자 아동 성추행 논란을 파헤쳤던 언론인들의 실화를 각색했다.미국 지역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가톨릭은 강력한 권위를 갖는다. 그중에서도 보스턴은 독
문화
변성운 기자
2020.06.03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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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해가는데 시나 끄적이냐, 미친놈의 헛소리다.” 작품을 연재하면 독자들의 항의 편지가 빗발쳤고,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는데 대항해 싸우지 않을망정 글이나 쓴다고 쓴소리를 들었다. 일제강점기, 뚜렷한 이념이나 목적 없이 좋은 작품이나 써 보자며 만들어진 모임의 이름은‘구인회’였다. 약 3년이라는 짧은 활동 후 사라졌지만, 이들은 순수문학을 향한 열정으로 높은 예술성의 작품을 배출했다. 친목 도모를 위해 모인 아홉 명의 문인이 어떻게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글을 써 내려간 걸까. 구인회의 탄생1925년 8월 ‘조선프롤레타리아예
문화
하예림 기자
2020.05.2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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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넘실대는 술과 재즈와 조명, 매일 밤 범죄가 일어나는 거리. 돈만 있으면 범죄자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시카고에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롭 마셜 감독의 영화 는 1920년대 시카고의 어두운 시대상을 매혹적으로 풍자한다.주인공 록시 하트는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자동차 정비공의 아내일 뿐이다. 그는 무대 감독과의 연줄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하는 한 남자와 불륜을 행한다. 하지만 제안은 거짓이었고, 록시는 화가 나 저지른 우발적인 살인으로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0.05.2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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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감흥을 거리낌 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익숙한 삶에 젖어 호기심을 잃고 늙어가는 자신을 자각한 이가 있다. 책 은, 역동적인 삶을 되찾기 위해서 시칠리아로 떠난 작가의 기행문인 동시에, 저자가 살며 잃어왔던 것에 대한 기억을 담은 글이다.서장에서 저자는 40세에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거머쥐었지만, 정체된 일상 속에서 창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었던 자신의 삶을 조명한다.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아직 무사한가? 의문에 사로잡힌 저자는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떠나기 전 현대
문화
변성운 기자
2020.05.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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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텍사스주 위 고속도로에서 백인 남성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니아가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의 차를 멈춰 세웠다. 블랜드는 대답하다 담뱃불을 붙였고, 엔시니아는 담뱃불을 꺼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차에게 차선을 양보하려다 억울하게 정차를 당해 화가 나 있던 블랜드는 자신의 차 안에서 흡연하는 것은 자유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엔시니아는 전기총을 꺼내 차에서 내리라고 협박한 후, 그녀가 내리자마자 수갑을 채워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금했다. 그리고 3일 뒤, 샌드라 블랜드는 감옥에서 자살한다.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까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0.04.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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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투덜거리면서도 이웃을 돕기 위해 크리스마스 아침 만찬을 양보하고, 매일 싸우면서도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 내용을 듣기 위해 모여 앉는 네 자매를 보고 누가 미소 짓지 않을 수 있을까.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라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말처럼,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마치 자매의 이야기 은 전 세계의 독자들을 19세기 미국으로 소환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로 골든 글로브 영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던 그레타 거윅 감독이 마치 가의 소식을
문화
하예림 기자
2020.04.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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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같은 민족은 같은 국가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인식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퍼져 있다. 하지만 다른 민족 출신 사람이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사람도 많다. 이민을 오거나, 외국에서 태어났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분류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여러 민족이 혼합돼 사는 나라에서 하나의 민족이 독립해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질문에 민족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을 분리주의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민족, 종교, 역사가 국가와 어느 정도 다른 지방이
문화
변성운 기자
2020.04.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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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엔 차갑기만 한 언니는 이상할 만큼 미니어처 하우스를 좋아한다. 커튼을 달고, 각양각색 옷을 만들어 손바닥 크기의 옷장에 정리한다. 한집에 살지만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던 언니가 어느 날 출장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미니어처 하우스만을 남긴 채 떠난 언니를 이해해보려, 작은 가구 속 언니의 기억을 짚어 나간다.인류에게는 국적, 성별, 나이 등 개개인을 구별하는 선이 존재해왔다. 선을 기준으로 한 안과 밖의 구분은 종종 차별과 혐오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선을 넘는 행위는 금기시되
문화
하예림 기자
2020.03.3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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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채운 캔버스 위로 목탄을 쥔 여성들의 손이 움직인다. 그림의 형식은 초상화, 모델은 그들을 가르치는 화가 마리안느다.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모델을 서던 중 그녀는, 누군가 자신이 그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꺼내놓은 걸 발견한다. 한참 동안 마리안느의 동요하는 얼굴을 응시한 카메라는 이내 그림에 담긴 과거로 시선을 옮긴다.긴 시간 나룻배를 타고 마리안느가 도착한 곳은 조용한 섬이었다. 어느 귀부인으로부터 이곳에서 자신의 딸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밀라노에 있는 정혼자가 초상화를 마음에 들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0.03.3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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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개봉한 영화 의 주인공이자 사랑스러운 반려견‘베일리'는 생을 마감할 때마다 또 다른 강아지로 태어나게 된다. 떠돌이 개의 삶을 살기도 하고, 개 사육장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집안의 반대로 평생을 목줄에 묶여있다가 끝내 유기되기도 한다. 인간의 이기심에 따라, 베일리의 모든 삶은 너무나도 쉽게 변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그리워하지 않고, 이번 생의 주인을 오롯이 사랑하는 베일리의 모습에 우리는 눈물을 짓는다. 그의 한결같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우리의 모든 반려동물을 투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0.03.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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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심취해 전율하는 가수, 더위에 땀을 흘리며 춤을 추는 무용수들, 호탕하게 웃으며 술잔을 부딪치는 사람들까지. 붉게 빛나는 파리의 밤은 눈부시다. 취기 어린 목소리로 신세를 한탄하는 이들 사이로 약 137cm의 작은 남자가 눈에 띈다. 그의 연필이 움직일 때마다 종이 위엔 무도장의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후기 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선보이는 로트렉의 첫 단독 전으로, 2007년부터 그리스와 미국,
문화
하예림 기자
2020.03.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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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은 전진의 순간이다. 전쟁 속에서 전진하는 인물의 앞에는 물리쳐야 할 적이 있고, 뒤에는 지켜야 할 고향이 있다. 인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구조, 체제, 혹은 이념에 의해 만들어진다. 철저히 집단적이고 거시적인 전진의 과정 속에서 군인 각자의 개인적 삶과, 전쟁터 한편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수많은 작은 존재들은 보조적 요소로 전락한다.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많은 작품이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전쟁을 묘사해왔다.은 이러한 일반적 전쟁 서사의 구조와 형식을 따라
문화
유신혁 기자
2020.03.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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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뜻하는 영어 단어 ‘Text’는 직물을 의미하는 ‘Textile’과 같은 어원에서 왔다. 옷은 시간에 따라, 지역에 따라 환경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다양하게 변화하며 인류의 삶과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그 영향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도 스며들어 있다. 옷은 인간이 누린 가장 오래된 문화이며, 인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책은 옷이 인류사에 가한 영향력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조명한다. 식물 섬유로부터 실을 뽑게 되는 과정을 파헤치고, 중국의 비단, 잉글랜드의 양모 등 섬유와 옷감이 문화권의 발달에 미
문화
변성운 기자
2020.03.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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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경 시나리오 작가 정현석의 는 신체와 음식에 관한 집착이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양한 이미지로 드러내며 주인공의 감정을 ‘장면화’ 하는 데 성공한다. 마트의 ‘피 튀기듯 쥐어짜지는 생고기’에서부터 구내식당의 ‘물건처럼 쏟아지는 음식’의 이미지와 같이, 주인공이 마주치는 일련의 순간에 카메라 앵글을 밀착하여 들이대는 클로즈업 시점의 장면들은 보여주기를 통한 심리적인 묘사가 탁월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영역에 닿을 수 있게 한다. 주인공의 강박을 형상화 한 그로테스크한 톤 앤 매너는 이야기 전체에 독특한 기류를 형성하
문화
정유환
2020.02.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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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올해 수필과 평론 부문 응모작은 수필 25편, 평론 1편이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카이스트라는 갇힌 공간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 같은 것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다만 그것은 안쓰러움으로 끝날 뿐, 울림은 별로 없었다. 수필의 장르 특성을 고려할 때 자유로운 글쓰기는 좋다. 그러나 한밤중 감정에 복받쳐 써내려간 일기가 나만의 글이 아니라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글이 되려면 그 다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응모작 중에는 , , ,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0.02.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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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이번 카이스트 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총 열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전반적으로 소설의 문체나 구성 등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많아 읽는 재미가 컸다. 응모작 가운데에는 이 시대 이십 대 청년이 겪게 되는 사랑, 외로움, 꿈, 열패감, 불안 등이 담긴 소설이 많았다. 특히, 카이스트 학생으로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자신의 꿈과 사랑을 돌아보는 작품에선 진지한 자기 성찰이나 인간애에 대한 갈구가 느껴졌다. 소설을 읽고 자기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열망을 지닌 학생들은 이 세상에 참 많다. 그러나 결국 소설을 썼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0.02.2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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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KAIST 문학상 시 부문에 작품을 투고해 주었다. 투고된 작품은 모두 162편이었는데, 대부분 자신의 경험과 상념을 진솔한 언어로 잘 표현한 작품이어서, 다소 서툴더라도, 기성 시인의 작품에서는 읽어내기 어려운 젊은 세대의 고뇌와 꿈을 읽을 수 있어, 작품을 읽는 내도록 즐겁고 행복했다. 투고된 작품 대부분은 그 나름의 미덕을 지니고 있어 수상작은 물론 후보작을 추려내기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고심 끝에, 작품에서 형상화된 시적 상황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참신하며 독창적인지, 작품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0.02.2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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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및전자공학부 15정현석 인물: 한서연: 대학생. 학교 앞에서 자취 중이다. 매일 먹는 것이 스트레스이다. 입맛은 없는데 배는 고프고 돈은 아깝다. 또 정작 밤에는 맛있는 게 먹고 싶어 참기 힘들다. 식욕이 멋대로 조절되지 않아 힘들다. 자취를 시작한 지 6개월 째, 매일 냉동식품으로 때우던 중 다이어트를 위해 직접 해먹기로 결심한다. 김남일: 서연의 남자친구. 서연과 권태기이다. 서연을 너무 편하게 생각해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하는 행동만 보면 한량이다. 한수현: 대학생. 서연의 동생으로 서연과 달리 유쾌한 성격
문화
정유환
2020.02.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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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16신치홍 유난히 무더웠던 작년 8월, 축구 대표팀에 선발된 나는 9월에 있을 교류전을 위해 학교에 남아 합숙 훈련을 하며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 치여 살고 있었다. 내 일정은 이러했다. 아침 9시 30분에 연구실에 출근하고, 저녁 6시 30분쯤 퇴근했다. 삼각김밥 두 개와 맥반석 달걀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는 쉬는 시간도 없이 얼른 옷을 갈아입고 7시 20분까지 운동장에 나가 개인훈련을 하며 훈련을 준비했다. 훈련은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됐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훈련이 끝나고 함께 축구 대표팀을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0.02.25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