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 - <클라라와 태양>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는 몸이 아픈 병약한 인간 소녀 ‘조시’를 돕기 위해 구매되었다. 책의 제목과 개요만 두고 보았을 때는 이 책이 단지 인공지능 로봇과 소녀의 아름다운 우정을 다룬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작가인 이시구로가 동화로 쓰기 위해 줄거리를 딸에게 들려주자, 딸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줄 수 있다고 출판을 반대한 일화가 있다고 한다.

    작가가 그린 미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이른바 ‘유전자 편집’의 혜택을 받아 ‘향상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로 나뉜다. 인간 소녀 조시는 향상된 쪽에 속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어 언니 ‘샐’처럼 시름시름 소멸되어 가는 처지이다. 클라라와 조시의 첫 만남은 ‘약속’으로 이루어졌다. 클라라를 보고 첫눈에 마음에 든 조시가 클라라에게 ‘나중에 너를 꼭 데리러 오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클라라는 인공지능 로봇 매장 쇼윈도에 서 있는 자신을 선택한 조시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아이 고객도 외면했다. 구매된 후에도 야위고 걸음걸이가 불편한 조시를 돕기 위해 자신이 지닌 지식을 총동원해 헌신적으로 관찰하고 봉사한다. 과연 클라라가 그렇게 설계돼 있으니까 당연하다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한 지속적인 헌신과 따뜻함을 단지 ‘설계’로 치부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조시의 아버지가 클라라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는 인간의 마음을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이 책에서 작가는 클라라를 통해 독자에게 근본적이고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클라라는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복제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존재 그 자체다.

    작중에는 인간에게 고유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하지만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하는 인공지능 로봇 제작자 카팔디 씨가 있다. 그와 조시의 엄마는 병약한 조시가 죽으면 딸의 외피 속에 그동안 딸을 곁에서 충분히 보며 학습한 클라라를 넣어 남은 이들이 느낄 상실을 대체하려 한다. 조시의 엄마와 달리 아버지는 이들의 계획을 반대하지만, 이는 그가 완전히 인간만의 고유한 ‘마음’의 존재를 믿기 때문만은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계속해서 인간의 ‘마음’에 대해 얘기하는 동안, 그들을 통해 작가는 계속해서 독자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독자들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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