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만타 슈웨블린 - <피버 드림>

    주인공 아만다는 지금 어딘가에 누워있다. 그리고 누군가 그녀의 귀에 끊임없이 대화를 걸어온다. 몇 개월 전 도심에서 휴양 차 딸 니나와 함께 왠지 수상해 보이는 마을을 방문한 아만다. 그녀는 본인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헷갈려 하며 그 마을의 소년 다비드와 ‘벌레’에 대한 증거를 잡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다. 순식간에 장면이 전환되고, 병원 안에서 딸을 찾기 위해 흐린 정신으로 어렵게 걸음을 옮기는 아만다와, 그녀에게 끈질기게 말을 걸어오는 어린 소년 다비드. 다비드가 아만다에게 끈질기게 말을 거는 이유와 그들이 찾는 ‘벌레’는 무엇인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소설 <피버 드림>은 아만다와 다비드 두 인물의 대화로만 구성된다. 또한 여러 시점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되어 사건의 전후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휴양지에서 무언가에 중독되어 병을 얻은 듯한 아만다와, 그런 그녀로부터 무언가 중요한 것을 찾아내고자 하는 다비드. 현실과 꿈 속을 혼동하며 기억을 묘사하는 그녀를 다비드가 꾸준히 보조하며 그 일련의 흐름 속 모두가 놓친 부분을 찾고자 한다. 다비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굴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는 말만 반복하며 결코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병으로 인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주인공과,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조력자와의 과거 묘사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빠르게 바뀌는 장면 전환 속에 높은 상상력을 요한다. 문장으로 상세히 서술되어 있긴 하나 이를 다음 장면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상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휴양지의 도처에는 기형아와 아픈 사람이 넘쳐나고 동물들도 빠르게 죽어가는 이 마을 속에서 다수의 인물들은 그 원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오로지 어린 소년 다비드만이 그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는 듯 하나, 그의 부모마저도 이미 그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무시한다. 오히려 모든 일의 배후로 그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결국 소설 전체에서 가리키는 ‘벌레’의 정체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찾는 역할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하면서도 ‘문학의 정수는 때로는 직접 말하지 않는 것에서 온다’며 독자가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우리 사이의 거대한 문제. 꾸준히 묵인하고, 무시하고, 외면해 왔던 사회 암적인 요소의 파장을 보며 이때까지는 우리가 너무나도 무지한 등장인물 중에 한 명이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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