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이 제출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대학의 총장이 교수를 고소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교수사회는 큰 실망감을 나타내며 서남표 총장의 용퇴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도 성명을 발표, 앞으로의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 서 총장을 필두로 한 학교본부는 아직까지 소통에 앞서 우선적으로 진실규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교수와 학우들의 반응은 어떠한지를 심층 취재했다.

발명자 인적사항란에는 박 교수와 박아무개 연구원의 이름에 엑스(X)자 표시가 되어 있고, 그 밑에 서 총장의 이름이 써 있다. 현재 경찰 수사의 쟁점은 특허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발명자를 박 교수에서 서 총장으로 바꾸도록 지시한 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지난 3월 7일, 서 총장과 학교본부는 교수협의회(이하 교협)회장, 박윤식 기계공학전공 교수 등 4명의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이 사건은 둔산경찰서 경제1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소인을 비롯한 사건 관련 연구원들, 특허사무소 직원 등이 이미 조사를 받았고 피고소인 중에서는 아직 박 교수만 출두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되는 수사의 핵심 쟁점은 피고소인 중 한 명인 신원불상자 1명이 누군지를 파악해내는 것이다. 여기서 신원불상자란 어떤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거나 정확하지 않아 그 신원을 밝히는 것이 목표인 사람을 지칭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특허사무소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특허발명자를 박 교수에서 서 총장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한 사람을 말한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박윤식 교수가 전화를 건 장본인임을 주장하고 있고, 박 교수 측은 전혀 모르는 일인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교수협의회가 애당초 지난 1월, 학교 측에 질의를 한 주요 내용 중 하나였던 이 신원불상자는 그 신분이 밝혀지게 될 경우,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경제1팀의 사건 담당 김아무개 조사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 측의 자료를 넘겨받고 철저히 검토 중이다”라며 “학교가 제출한 증거가 얼마나 실질적인 것인지, 추후 수사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는 밝힐 수 없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사실 규명을 목표로 하는 수사의 특성상 학교 측이 지속해서 그 존재에 대해 강조했던 ‘결정적 증거’가 충분한 실효성이 있다면 조사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경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쪽의 유죄가 드러나도 추후 항소 여부에 따라 길게는 수년의 공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경종민 교협 회장의 설명이다. 경 회장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피하고자 하는 것은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이다”라며 “이를 위해 당당하고 성실하게 수사에 임해 진실규명에 힘을 실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주 부총장은 “진실이 밝혀지고 학교 측이 고소를 취하하면 교수들에게 서 총장의 진실과 진심이 통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경찰 수사에 큰 기대를 걸었다. 주 부총장은 학교의 목적은 법을 통한 단죄가 아니라, 사실 여부의 분명한 확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교수사회의 대응 방향은 분명하다. 당당한 대응을 통해 총장의 확실한 용퇴를 촉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우리 학교 교수 239명은 지난 2일까지 모금에 참여, 3800여만 원을 모아 피고소 교수들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했다. 그동안 학교 예산으로 선임 비용 일체를 부담하는 학교본부와는 달리 피고소인 측인 교수들은 사비로 이를 충당해야 했다.

한편, 기존의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교수평의회는 자체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교수평의회는 평의원 4명, 학교 측 인사 1명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인사를 선정해 위원회 구성을 도와달라는 평의회의 주장에 학교본부가 침묵하자 홍성철 연구처장을 위원회에 보내달라고 통보한 상태다.

위원회는 당장 이번주부터 경 회장과 박 교수 등에 출두를 요청해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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