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독특한 빛깔을 가지는 존재로 만들길”

본관(E14) 1층 로비에서 열린 제1회 첫화사 간담회 (©김신엽 기자)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교내 구성원들이 학교 운영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총장에게 전했다.
본관(E14) 1층 로비에서 열린 제1회 첫화사 간담회 (©김신엽 기자)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교내 구성원들이 학교 운영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총장에게 전했다.

    지난달 29일, 송대광 총장실장은 전체 메일과 포탈 공지를 통해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오후 4시에 ‘첫화사’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안내했다. 송 총장실장은 해당 공지에서 “학교 비전을 공유하고,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하며, 구성원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학교 경영진과 구성원 간 긴밀한 소통의 장을 위해 첫화사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4일, 본관(E14) 1층 로비에서 제1회 첫화사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광형 총장과 부총장단, 간담회에 참가 신청한 10여 명의 학생과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본 간담회는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간담회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간담회 시작에 앞서 이 총장과 부총장단이 참석자들을 한 명씩 만나며 가볍게 안부를 전했다. 간담회에서는 학교 운영과 관련한 학생과 교수의 질문과 제안, 건의가 이어졌고, 이에 대한 이 총장의 답변이 뒤따랐다. 간담회는 주로 한국어로 진행됐지만, 외국인 학생과 교수를 위한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됐다.

 

‘학생 기부 운동’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 첫화사 간담회

    간담회는 이 총장이 계획 중인 ‘학생 기부 운동’에 관해 묻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이 총장은 본인이 학생들과 함께 기부를 권유하는 동아리인 ‘카이네이션’을 만든 사례를 언급하며 운을 뗐다. 이어 “성공의 요소 중 하나는 주위 사람들이 나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나를 돕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섬기고 도와야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장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사회에 더 도입되면 인간성이나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리더십과 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학우는 우리 학교가 대한민국의 과학과 공학을 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총장의 계획을 물었다. 이 총장은 이동식 음압 병동 개발의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 우리가 개인의 시간을 양보하고 국가를 돕는 일에 나선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그런 어려움이 있을 때 우리가 과학기술인의 소명 의식을 갖고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아직 발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우주 프로그램 등 큰 프로젝트 여러 개를 추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양성과 협력 강조하겠다”는 이 총장 비전에 공감 이어져

    간담회에서는 경쟁보다는 다양성과 협력을 강조하겠다는 이 총장의 계획에 공감한다는 학생과 교수의 발언도 잇따랐다.(관련기사 본지 487호, <이광형 총장 취임식 진행돼>) 이 총장은 “KAIST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커 동료와 협력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강의와 전공 공부는 10% 줄이고 그 시간을 인성과 리더십을 기르는 데 할애하여 캠퍼스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세계 일류 대학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로 이에 화답했다. 이 총장은 “세계 일류 대학이 되는 첫 단계는 세계 일류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뜻을 두면 그 뜻에 맞추어 행동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 사람과 같은 길을 걸으면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며 “친구와 경쟁하거나 남이 하는 걸 따라 하지 말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라”고 주문했다.

 

외국인 구성원이 겪는 어려움 해결할 다양한 방안 구상 중

    외국인 학우로 KAIST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불편한 점에 대한 지적도 다수 있었다. 이 총장은 “KAIST 캠퍼스가 외국인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환경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 총장은 “이것을 해결할 첫 단추는 외국인 학생의 수를 늘리는 것”이라며 “그러면 환경은 자연스럽게 변화한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현재 KAIST 전체 학생의 약 8~9%, 수로는 약 천 명이 외국인 학생”이라며 “4년 안에 이 수치를 15%로 늘리겠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학우들이 한국에 처음 오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에는 “자매결연과 비슷하게 대전광역시에 있는 분과 외국인 학생을 맺어주는 제도나 우리 학교 안에서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 간에 친구를 맺어주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겠다”고 답변했다.

    새내기 외국인 학우들의 문화적·교육적 배경과 출신 고등학교가 다양함에도 기초필수 과목에서는 같은 기준으로 남들과 경쟁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문제를 제기한 학우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자신의 전공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기초필수 과목의 학점 부여 방식을 ABC에서 SU로 바꾸는 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수들이 KAIST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를 바꿨다”며 “아직 흡족하지 않을 수 있으나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에게 일류 대학에 맞는 대접할 것”

    열악한 기숙사 환경 등을 언급하며 총장이 학생들의 생활이나 복지에 신경 써줄 것을 요청하는 발언도 있었다. 이 총장은 “세계 1위 대학이 되려면 대학을 구성하는 학생, 교수, 직원이 일류가 되어야 한다”며 “학생들의 생활 환경이 열악한 가운데서 어떻게 일류 정신이 나오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의 처우와 생활 환경을 개선하여 일류 대학에 맞는 대접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총장은 “우리 학교에 박사후연구원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많은 훌륭한 박사들이 외부로 나간다”는 다른 학우의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이 총장은 “박사후연구원에 대한 지원을 늘려 좋은 연구 성과를 내면, 연구비가 늘어나 박사후연구원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박사후연구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중요성 강조... “드라마 <카이스트 2> 이뤄내겠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진행 중인 미술관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관련기사 본지 483호, <미술관 건립, 지역사회에 문화공간 환원 기대>) 이 총장은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며 “하나는 문화·예술의 힘으로 내가 하는 일을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문학적인 통찰을 통해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미리 파악해 10년, 20년 후 미래에 무엇을 할지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학교의 미술관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여 우리 학교가 일류 대학으로 도약하는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장은 간담회에서 1999~2000년 SBS에서 방영된 우리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카이스트>를 언급하며, ‘드라마 2’를 구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총장은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닌 포기라고 생각한다”며 “포기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2’도 결국 이뤄지게 될 것이고, 이렇게 믿으니까 더 노력하게 된다”며 우리 학교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드라마 제작에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는 이 총장과 참여 학생들의 사진 촬영으로 마무리됐다. 이 총장은 첫화사를 마치며 학우들에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남과 비슷하게 만들지 말고, 독특한 빛깔을 가지는 존재로 만들라”는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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