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지원 40%까지 확대될 것
김종훈 내정인, 과학과 ICT의 결합 고려할 때 이만한 적임자 없어

 

▲ 장순흥 인수위원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현황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있다 /한연승 기자

지난 18일, 정부조직 개편안 본회 통과가 무산되었다. 대통령 취임식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아직 설립조차 되지 않은 ‘유령 부처’로 남아있다. 여러 논란 속에서 전진하고 있는 KAIST 및 과학계의 새로운 리더를 알아보고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우리 학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장순흥 교수를 만나보았다.

과학기술과 ICT 미래부로 배치되었다 = ICT는 과학기술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본다. 둘 다 과학기술의 영역이니 한 부처에 배치해야 한다. 단, IT는 좀 더 빠른 호흡, 과학기술은 좀 긴 호흡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기초연구와 같이 긴 호흡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고, ICT는 빨리 산업화해서 일자리가 더 빨리 창출될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융합되는 것들이 많다. IT와 나노 등 과학기술과 ICT가 한 부처에 넣어 융합 시너지 효과를 보자는 차원에서 한 부처에 넣은 것이다.

기술 이전과 관련된 여러 핵심 기능들, 지경부에서 제대로 이전되지 못하지 않았나 = 기술 이전은 그렇지만 신성장 동력을 기획하는 것을 미래부에서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새로운 씨앗에 초점을 맞추고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 쪽은 주력사업에 신경을 쓴다. 중복되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이 다르다. 

우리가 지경부 일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이미 (미래부의 크기가) 커졌고 (그래서) 꼭 필요한 기능만 가져왔다. 필요하면 앞으로 협력하거나 재조정할 수 있다.

이번에 부처를 만들면서 힘들었다. 미래부가 천 명 가까운 인력이 투입된 새 정부 제2의 부처가 되었다. 어느 부처든지 자기 일을 뺏기려고 하진 않고 한 부처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부처든지 중요한 것은 부처의 칸막이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서 칸막이를 걷어내고 부처끼리 협조를 해야 한다. 협조를 안 한다면 (관련 기능을) 몽땅 다 끌고 와야 하는데. 그러지 말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다른 부처와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대통령께서도 중요한 것은 칸막이를 걷자. 칸막이를 없애면 여기서 다 할 필요가 없다.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미래부로, 원자력 R&D는 산통부로 간다 = 다 장단점이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사업 기능은 한 부처에 있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한 부처에 있더라도 완전히 구별하면 된다. 사실 R&D까지 분리하는 것은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미래부 입장에서는 원자력 R&D 기능이 지경부 쪽으로 간다고 하니 손해다. 대신 안전기능이 오는 것이다. 지경부와 함께 있으면 R&D가 산업과 바로 연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부로서는 지경부로 가면 장기적인 일을 못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원자력 관련 일이 산업체에 잘 이전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 돈을 내는 주체가 지경부였다. 지경부가 예산을 내고 미래부가 쓴다면 미래부로서는 돈도 받고 간섭도 받지 않아서 좋지만, 지경부 처지에서는 돈만 내고 산업에 도움이 안되어서 불만이다. 
이 문제에 관해선 나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김종훈 미래부 장관 내정자, 어떤 평가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기초연구와 실용화 연구를 다 해야 한다. 벨 연구소가 기초 연구와 실용화 연구 모두 하는 곳이다. 그런 곳의 수장이었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이분은 ICT와의 연계에도 좋고, 그 분야에 창업도 했었다.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유리시스템즈를 창업해 루슨트 테크놀리지에 10억 불로 인수시킨 벤처성공기업 경험이 있다.

미래부 입지, 해결되어가나 = 당장 세종시가 준비가 되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과천 쪽으로 가야겠다. 장기적으로 세종시로 올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인 예상이다.

현장에서 만난 과학기술자와 ICT 종사자들의 요구는 = 과학기술자들은 좀 목표를 명확하게 하되, 자율성을 원하는 것 같았다. 좀 더 자율성을 갖고 활기 있게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앞으로 우리는 크게 기초연구 혹은 실용화연구, 이렇게 양 극단으로 갈 것이다. 기초연구도 현재 전체 예산의 35%이지만 40%까지 올릴 것이다. 기초도 아니고 실용화도 안 되는 연구는 가치가 없다. 아주 기초이거나 아주 실용화되는 것이 가치가 있다. 기초연구야말로 창조경제의 아주 밑바닥 씨앗이다. 기초 연구에 40%를 투자한다는 것은 지킬 것이다.

ICT 분야는 하시는 일들이 좀 더 빨리빨리 산업화할 수 있도록 우리가 생태계를 잘 만들어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IT벤처 등이 2000년대까지는 잘 되다가 최근에는 잘되지 않는다. (현재는) 생태계가 안 좋다.
좋은 씨앗을 만드는 것이 한 핵심이고, 그 후 빨리 산업화할 수 있도록 쓸데없는 규제를 없애고 마케팅과 인력공급 등을 통해 좋은 생태계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어떻게 하며 그분들이 만든 씨앗이 잘 산업화되게 하는지가 숙제인 것 같다.

산학 협력 기능, 제대로 수행되고 있나 = 대한민국의 산학 협력단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조금 나은 편이지만, 다른 학교는 연구비 관리 수준이다. 하는 일을 보면 창업이나 기술 이전 등의 업무는 전체의 1% 이하이다. 

이번 기회에 미래창조과학부가 해야 할 일은 산학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교과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교과부에서는 잘 내놓지 않으려고 하고, 우리가 그걸 가져오고 싶어 한다. 이때까지 산학협력이 잘 안 되니까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잘하려 하는 것이다. 창업도 지원하고 기술이전도 지원하려는 것이다. 잘 된다면 가져올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기술이니까 생각하는 것.

앞으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산학연협동이 매우 중요. 미국대학은 특성화, 출연 다 있다. KAIST가 출연연 기관과 산학기관, 창업에도 선두주자가 되어 새로운 기업을 세우는 등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어떤 추이? = 땅값과 관련된 문제가 일차적으로 걸려있다. 인수위에 있으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나왔다. 앞으로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KAIST, 미래부 산하지만 교육부 규제도 받는다 = 5년 전 (옛 과학기술부와 교육부가 각각 존재하던 상황)으로 그대로 돌아간 것이다. 5년 전보다 교육부가 더 관여하는 것은 없다. 앞으로 교육부가 간섭이라기보다, 미래부와 같이 해야 할 일들은 있다. 파트너라고 봐야 한다.

과학기술원의 범람, 어떤 견해 가지고 있나 = KAIST가 그만큼 성공했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앞으로 KAIST 같은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원하고, 대학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특성화 대학이 중요하므로 각 지역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 우리가 구태여 막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더 앞장서서 좋은 모델이 되어야 한다.

KAIST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 = KAIST 학생들도 창업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앞으로 정말 성공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인수위에 있으니까 많은 사람이 조언을 해주었다. 그 중 기억나는 대목이, 한 미국 교수가 한국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약한 것 같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어머니와 교사가 많이 도와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문제를 주고 어떻게 하라고 하면 잘하는데 스스로 문제 찾고 스스로 해결하는 데에는 약하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문제를 찾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 세계에 공헌하는 것이다. 특히 좋은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부 성공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