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있는 한 주에 10여 개 강의 중간고사… 과제·퀴즈·연습반에 축제 구경 ‘꿈도 못 꿔’
학우들 “너무하는 것 아닌가, 쉴 때는 쉬고 싶다”… 담당 교수 “미안한 마음이지만 기존 일정 따라야”

시험준비로 밤샘공부… 축제는 남의 일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캠퍼스에 울려 퍼지는 축제기간,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며 축제를 즐긴 학우들이 있는 반면에 일부 학우들은 중간고사를 치르거나 중요한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도서관의 불을 밝혀야 했다.

축제기간 도중 중간고사를 본 과목은 10여 개에 이른다. 한 과목당 수강생을 40명이라고 했을 때 400명에 달하는 인원으로, 이는 총 학부생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적잖은 인원이 축제를 맘 편히 즐길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학우들은 ARA 등에 “학교에서 정한 공식 일정이면 학우들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 “휴강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시험이라도 미뤄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일 년 중 축제기간이 제일 바쁘다”등의 회의적인 의견들을 게시했고 많은 댓글과 추천이 이어졌다. 본지가 운영하는 독자의견 제보 SMS에도 많은 학우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공부도 공부지만 축제기간 도중에 시험을 보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학생사회의 주된 목소리다.

물론 담당 교수들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학기 중간고사를 축제기간 도중에 보았다는 한 교수는 “충분히 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만, 학기 전에 커리큘럼을 그렇게 알린 만큼 수강생들은 이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학생의 입장에서 교수의 수업일정에 동의하고 따를 필요가 있으며, 공부와 여가가 주객전도되면 안 된다는 것을 견지하는 교수도 적지 않다.

애당초 행사준비위원회는 지난 1월 이균민 교무처장을 만나 축제기간 중 휴강과 과도한 과제부담 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교무처장이 구두로는 동의했지만 이것이 실제로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이 처장은 “각 학과의 학과장과 기초필수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에게 부탁은 드렸으나 충분히 전달되지는 못한 것 같다”라며 “다음 축제 때는 하루를 정해 수업 대신 학부생과 교수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라고 학교의 추후 방향을 제시했다.
 
타 대학, 시험·과제 등 추가 부담 피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UNIST 등 주요 대학들도 공식적으로는 축제기간에 휴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가톨릭대, 한국예술종합대 등의 대학은 축제기간 중 전면 휴강하거나 하루를 정해 쉬도록 학교 차원의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통적으로 어느 대학이든 일부 교수들은 자율적으로 휴강하고, 그렇지 않은 과목도 시험을 치르는 일이 드물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학교 또한 앞으로 축제기간 중 직접적인 휴강 여부를 떠나 과중한 학업 부담을 경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생산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행히도 이번 축제가 예년과 달랐던 것은 학생지원본부에서 물리학과, 수리과학과, 화학과에 저녁에 예정된 연습반을 휴강해달라고 요청해 학과 차원에서 이러한 조치를 이행한 점이다. 이영훈 학생지원본부장은 이에 대해 “축제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시험 등으로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니 안타깝다”라며 “더욱 즐거운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 되어야

우리 학교 축제인 석림태울제는 홀수년에는 태울석림제로 불리며 해마다 두 이름이 번갈아 사용된다. 이는 학부생들의 축제 ‘태울제’와 대학원생들의 축제인 ‘석림제’가 합쳐진 말로 모든 구성원이 즐기는 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의미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부생들조차 이번 축제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고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축제기간 중에 걸친 과도한 시험일정과 과제 제출, 보고서 작성, 퀴즈 공부, 연습반 등이 원인이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축제인大 놀아볼科’였다. 학우들에게 활기를 넣어줄 새로운 대학교 ‘축제인대’의 ‘놀아볼과’ 학생들이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놀아볼과’ 휴학생들은 도서관에 앉아 그들을 멀리서 부러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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