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림태울제 마지막 날, 비바람 속 막전막후 24시

가장 분위기가 고조될 축제 마지막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여기에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준비된 다양한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까 하는 우려 속에서도 축제는 일정대로 진행되었다. 동아리 부스부터 무대 뒷편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오후 1시] 텅텅 빈 스포츠 컴플렉스 앞 부스
시끌벅적해야 할 스포츠 컴플렉스 앞 부스들이 조용하다. 비가 내리는 통에 거리에는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천막도 절반이 비어있다. 대부분의 학우들이 부스를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업을 가기 위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부스가 한적하다. 그 와중에 부스 하나가 유독 북적거린다. 동아리 유넵엔젤의 부스에서 떡볶이와 순대 등 분식을 판매한 김기섭 학우(무학과 12)가 음식이 다팔리자 부스를 정리하고 있다.

“궂은 날씨에 먹는 떡볶이와 순대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죠. 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오히려 날씨 덕을 톡톡히 봤어요”

[오후 2시] '북적북적' 많아진 발길들
거리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수업을 마친 학우들이 스포츠 컴플렉스 앞을 지나가며 먹거리 부스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회오리 감자를 판매하는 건설및환경공학과(이하 건환과) 부스와 와플을 판매하는 동아리 검우회의 부스에는 기다리는 줄이 다른 부스 앞을 침범할 정도로 길었다.

[오후 3시] "벌써 다 팔렸어요"
예상보다 많은 학우들이 찾으면서 식재료가 바닥난 건환과 부스는 장사를 접고 있었다. 그 틈을 타 건환과 최성진 학우(건설및환경공학과 11)에게 대화를 건넸다.

“비가 내려서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어요. 바닥에 물이 차고, 거리에 사람도 어제보다는 적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도 어제와 달라요. 그래도 판매량은 어제와 얼추 비슷하네요"

▲ "노릇노릇 익어라"= 동아리 길벗의 부스에서 학우들이 분주히 닭꼬치를 굽고 있다 /한연승 기자

[오후 4시] "비 때문에 잘 안팔려요”
오전부터 계속 내린 비에 주무대 앞 잔디밭은 진창이 되어버렸다. 무대 관계자와 주점을 준비하는 사람들만이 빗속을 오간다. 이른 오후부터 주점 준비와 무대 구경에 시끌벅적했던 전날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이 닭꼬치를 굽고있는 천막이 눈에 띈다. 바로 축제 때 대대로 닭꼬치를 판매해온 동아리 ‘길벗’이다. 노릇노릇 고기가 익어가는 이들의 천막에서는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기자가 직접 닭꼬치를 주문하고 장사가 잘 되는지 물어보자 길벗의 손현진 학우(생명과학과 11)가 선뜻 나서 대답한다.

“지금은 비 때문에 잘 안팔리지만, 저녁에는 비가 그쳐 닭꼬치 장사가 잘 되리라고 봅니다”

▲ 출입통제된 주무대= 축제기획단 단원들이 주무대를 점검하기 위해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한연승 기자

[오후 5시] "준비는 이상 無”
안내 부스에 들르니 마침 신은주 축제기획단장을 만날 수 있었다.

“보시다시피 주무대와 주점 공간에 천막이 설치되었어요. 무대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고요. 안전사고만 없다면 올해 축제도 잘 끝날 것 같네요”

같은 시각 주무대에서는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SUM’에서 공연하는 학우들이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천막이 쳐진 무대 아래로 몇 차례 사람과 악기가 오가고 이윽고 예행연습이 시작된다. 이들은 연습임에도 어느 노래 한 곡도 허투로 들려주지 않는다. 연습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동아리 강적의 보컬 김대원 학우(수리과학과 11)를 만나 공연에 임하는 각오를 들을 수 있었다.

“비가 와서 아쉽지만 그래도 비 맞으며 공연 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저희는 5명, 10명, 100명이 오더라도 최선을 다 할 거예요.”

[오후 7시] "참여율은 작년과 비슷해요"
무대에서는 축제기획단원들이 열심히 무대를 정리하고 있다. 무대 양 옆에 있는 주점에서도 준비가 한창이다. 행사준비위원인 송석준 학우(수리과학과 11)는 “비가 와서 평소보다 무대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축제 참여율은 작년과 비슷해 보이고 오늘은 비가 와서 사람이 적게 올 것으로 보이지만, 설치된 카메라의 앞쪽을 다 채울 정도만이라도 왔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행사준비위원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는 가운데 무대 아래쪽에서는 몇 명의 사람들이 무대 점검을 하고 있다. 무대 시설 등의 전반적인 감독을 맡고 있는 김용죽 씨도 바쁘게 움직인다.

“약 3년 동안 KAIST 축제를 봐왔는데, 타 대학과 비교해서 참여율이 저조해 매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축제에서 잘 놀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좋아요”

[오후 10시] 주무대 옆, 도서관의 학우들
한창 공연의 열기가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과학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 안내데스크에서는 한 학우가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박사과정이라고 밝힌 이 학우는 “대학원생이라서 축제와는 거리가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2층에 올라가보니 몇몇 학우들이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축제 주무대의 감동이 쩌렁쩌렁 들리는 도서관에서도 많은 학우들이 과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날씨도 좋고 학업 부담도 잠시 완화되는 축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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