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선거참여패널‘ 모두까기 인형’의 활동이 선거를 2일 앞두고 종료되었다. 패널은 선거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하고 여론을 생산하기 위해 이번 선거부터 도입된 제도다.

패널제가 시행되면서 선거에 대한 분석은 예년보다 늘어났다. 작년 총선거 전후 학내 커뮤니티 ARA에 올라온 게시물은 당시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 <한걸음>의 유세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의 공지, 교지편집위원회 <한울>이 낸 온라인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우가 선거 공약을 분석하고 질의를 올린 글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패널의 질의와 선본의 답변, 답변에 대한 총평 등 보다 많은 글이 작성되었다. 애초 패널은 중선관위로부터 전체메일, 중선관위 페이스북 페이지 등 다양한 창구를 약속받았지만 이른 해산으로 ARA와 페이스북밖에 이용하지 못했다.

패널‘ 모두까기 인형’은 4명 중 3명이 총학 실무 경험자 이루어져 실무적인 부분의 검증은 탄탄했지만 다양한 각도의 분석은 부족했다. 황창호 패널은 “실무를 점검하기 위해(실무진은) 패널에 한두 명만 있으면 충분하다”라고 인정했다. 이는 단일 패널이다 보니 선거 담론이 ‘모두까기 인형’에만 집중되어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이재원 패널은 “다른 생각을 하는 패널이 있고, 그 패널 간 갑론을박이 있어야 학우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패널이 총학 실무진 출신인 탓에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공약을 저평가한다고 지적한다. <블라썸> 선본의 제승우 정후보는 패널의 질문이 날카롭고 정확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패널은 마치 그들이 제시한 해결책이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인 것처럼 총평을 내렸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재원 패널은 자신의 질문이 교지 <한울> 기자 시절 선본에 했던 질문, 작년 본지 기자가 후보자 청문회에서 던졌던 질문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총학 실무진 출신이 아닌 학우에게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각 선본의 철학, 총학생회 운영 기조에 대한 분석은 예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주로 실무를 점검하다 보니 ‘꼭 총학생회가 해야 하는 사업인가’를 의도한 질문도 실무에 대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강인 패널은 “<모두애> 선본은 어느 정도 비전을 보여주었지만 <블라썸> 선본에서 어떠한 기조도 발견할 수 없어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기 어려웠다”라고 답했다.

한편, 패널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은 선본의 준비 미흡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모두까기 인형’은 선본에게 한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받지 못했다며 “패널활동이 더 이상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자각하고 해산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패널 중 한 명은 패널 직을 사퇴하고 ‘투표참기운동’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토론회를 참관했던 김해은 총학 기획국원은 “2011년 선거가 3파전일 때는 각 선본이 다양한 공약을 연구하고, 실현 가능한지 학교 부서에 확인한 후 공약으로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패널은 양 선본의 준비가 얼마나 미비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김강인 패널은 이에 대해 “앞으로 토론회 전 선본에게 미리 질문을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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