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황창호 학우(전기및전자공학과 12)가‘ 투표참기운동’을 제안해 파문이 일었다. 선본이 보다 준비를 갖춘 뒤 총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투표를 하지 말자는 이례적인 주장이다.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총선거가 성립하려면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투표율이 미달하면 중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하루 연장을, 그래도 미달하면 20일 이내에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황 학우를 비롯해 투표참기운동을 제안한 학우들은 재선거까지 무산시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형태로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을 꾸릴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각 선본의 입장표명과 토론회와 종합해 보았을 때, 각 선본이 아직 실무를 수행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겨울방학 동안 각 선본이 충분한 준비를 하고, 3월에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학우는 총학 중앙집행국 간부였으며 이번 총선거에서는 선거참여 패널로 활동했다. 선거참기운동을 위해 패널은 해체하고 간부직은 사퇴했지만,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황 학우가 이 운동을 시작한 동기가 이른바‘ 꼰대 정신’, 즉 현 총학을 기준으로 삼아 선본을 저평가하려는 의도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투표참기운동’은 자신의 의도를 퍼트리고 동의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 이들은 학내 커뮤니티 ARA와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에 투표참기운동을 알리는 글을 올리고 학내 곳곳에 현수막을 걸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황 학우는 “단지 이러한 방법도 있다고 제시하는 것이다”라며 “동의하는 사람들만이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정치적 의사 관철을 위해 투표를 거부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변규홍 중선관위원장은 정책 투표의 경우, 투표 불참이 해당사안이 정책 투표에 적합하지 않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대표자 선출을 위한 투표에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회칙은 당연히 학우의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다고 전제하고, 투표 참여는 의사 표현 수단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투표참기운동 그 자체를 의사표현의 한 방식으로 인정하는 시각도 있다. 박찬우 총학 정책국원은 “투표참기운동은 무지나 무관심, 귀찮음에 의한 투표 시행 불복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의견 개진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학생사회가 정체되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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