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연차초과자 문제부터 학식, 교수 갑질까지 여러 현안에 관한 질의 이어져

 지난 2일, KI빌딩(E4) 퓨전홀에서 <제2회 KAIST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지난 5월 4일 1회 행사가 개최된 지 6개월 만이다.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와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함께 진행한 이번 행사는 교학부총장, 보직 교수들, 인권윤리센터장, 고객경영팀장이 교내 현안에 관한 학생회와 학우들의 질문을 받고 직접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본지는 타운홀 미팅에서 학우들과 두 학생회 관계자에 의해 제기된 현안과 이에 대한 학교 측 답변을 정리했다.

지난 2일, 우리 학교 KI빌딩(E4) 퓨전홀에서 다시 열린 「제2회 KAIST 타운홀 미팅」. (©김신엽 기자)
지난 2일, 우리 학교 KI빌딩(E4) 퓨전홀에서 다시 열린 「제2회 KAIST 타운홀 미팅」. (©김신엽 기자)

늦어지는 대학원생 졸업 및 연차초과자 불이익에 대한 의견 오가

 <대화가 필요해>라는 부제로 진행된 1부는 교수 및 직원과 비대위 및 원총 소속 학생 대표자들의 패널 토의 형식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토의 주제는 ‘지도교수는 왜 대학원생을 졸업시켜주지 않는가?’로, 원총 최동혁 회장(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이 발제했다. 최 회장은, 우리 학교의 각 과정 연차초과자 비율이 석사과정 14%, 박사과정 60%, (석박)통합과정 71%라는 교무처 통계를 인용하며, 명확한 졸업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현재 학위논문심사위원회, 이른바 ‘커미티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위원장인 지도교수의 승낙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나머지 커미티 위원들은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거나 의견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조금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학위논문심사위원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연차 초과 시 학생에게 편중되고 있는 불이익의 개선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현재 연차 초과 시 국비 장학생은 국비 장학금을 받을 수 없고, KAIST 장학생도 등록금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이 부분을 해결할 학교 측의 방안을 질의했다.

 이태식 교무처장은 본격적인 답변에 앞서 ‘수업연한’과 ‘재학연한’에 대해 설명했다. 수업연한이란 정규 교육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이수학년으로, 우리 학교의 경우 석사과정은 2년, 박사과정 4년, 통합과정 5년으로 규정되어 있다. 반면 재학연한은 학생이 재학할 수 있는 최대한도를 가리킨다. 우리 학교의 경우 석사과정 3년, 박사과정 5년, 통합과정 6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부득이한 사유로 연장이 필요할 경우 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2회에 한해 1년씩 연장할 수 있다. 여기서 ‘연차초과’는 수업연한을 초과한 경우를 가리킨다. 이어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재학연한 내에 졸업하더라도 수업연한이 지난 1년은 연차초과에 해당한다”며 스타이펜드 배제 등 연차초과생이 받는 불이익에 대한 최 회장의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

 이 교무처장은 다만, “MIT의 경우에도 학위를 따는 데 걸리는 시간의 중앙값은 5.7년으로, 우리 학교의 석박통합과정과 비교하여 크게 차이가 없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이 졸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과도하게 길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이어, 문제는 수업연한이 과도하게 짧게 잡혀 있는 것에 있다며, 연차초과 개념을 폐지하고 기준을 재학연한으로 단일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재학연한 이후 부과되는 납입금은 학생과 지도교수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하여 학생과 지도교수 모두에게 재학연한 내에 졸업할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싼 학식 가격과 부족한 식당 수에 대한 지적 이어져

 두 번째 토의 주제는 ‘학생들의 식사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로 비대위 유희철 정책국장(항공우주공학과 20)이 발제했다. 유 정책국장은 “서울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는 협동조합, 학교 또는 국가 지원 등을 통해 천 원에 학식을 제공하고 있는 반면, 우리 학교의 학식은 학생 입장에서 가격 부담이 있는 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학생 수에 비해 교내 식당 수가 부족하고, 특히 주말이나 야간에 운영하는 업체가 적어 학내에서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적했다.

 김건철 고객경영팀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주말에는 식당 이용에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입주 업체에서 주말에 영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교내에 새로 입주한 업체들이 이전에 영업한 동종 업체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전 업체의 음식이 맛이 없고 식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어 이번에는 단가를 높여 입찰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가격은 이전보다 올랐지만, 맛이나 식사의 질에 대한 불만은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판단한다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학교 직영으로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위생 문제나 식자재 수급 등의 측면에서 외부 입주 업체를 들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견을 수렴하고 위원회를 구성하여 점진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정우진 비상대책위원장(원자력및양자공학과 20)은 “현재 할랄 음식을 파는 교내 식당이 풀빛마루 한 곳밖에는 없다”며, 우리 학교가 외국인 학생의 비율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할랄 음식이나 세계화된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을 늘릴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팀장은 관련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며, 현재 입주 중인 업체가 나가고 장소가 확보되면 복지위원회에서 재논의하여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복지위원회에 학생 대표들이 5명 정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이 충분히 의사를 개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교수 갑질 사건, 대책은 없나?

 마지막 토의 주제는 ‘학생이 교수에게 인권침해 혹은 갑질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로 원총 이동헌 부회장(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과정)이 발제했다. 이 부회장은 우선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겪는 다양한 갑질 피해를 언급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박상희 인권윤리센터장은 모든 교수에게 새로운 문화에 걸맞은 인권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 유린을 당하게 될 경우 인권윤리센터로 신고하거나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후속 토의에서는 신고해도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불이익을 받을 것이 걱정되어 신고를 꺼리는 경우에 대한 대책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승섭 교학부총장은 “다양한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인권윤리센터와 학과에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인권윤리센터는 교내에서도 그 지위가 보호되는 독립적인 기관인 만큼 학교를 믿고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최 회장은 현재 징계위원회에 학생이 배석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며, 최소한 학생이 관계된 교수 징계위원회에는 학생 한 명이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 교학부총장은 현행 규정상 징계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규정이 없다면서도, 교내에 공감대가 생기면 규정은 바뀔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문연구요원, 교내 주차 문제 등 교내 현안에 대한 학우들의 질의 이어져

 이어진 2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는 학우들이 학교와 학생회에 궁금한 점을 질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학우들이 질의 내용을 적은 질문지를 제출하면, 학생회 임원이 질문지 중 몇 개를 임의로 뽑아 해당하는 학우가 직접 질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세션에서는 전문연구요원 출퇴근 시스템의 개선, 교내 주차 문제 해결, 대학원생의 연구실 변경을 어렵게 만드는 교수 사회의 분위기, 오리연못의 수질 관리, 외국인 학생에 비해 부실한 내국인 학생의 장학금 확충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과 그에 대한 학교 및 학생회의 답변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3부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는 학생회가 현장에 참석한 학우들의 고민과 건의, 고발 등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3부는 참석자들이 다소 민감하거나 평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에 관해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교수와 직원이 퇴장한 상황에서 유튜브 송출 없이 진행됐다. 계획된 순서가 모두 마무리된 후 학생회는, 내년에 열릴 <제3회 타운홀 미팅>에도 많은 참석을 부탁한다는 말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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