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제로 이참솔 대표

    졸업 후 진로는 우리 학교 학우들을 비롯한 많은 이공계 학부생들의 고민거리이다. 많은 학우가 대학원 진학, 대기업 취업, 스타트업 창업 등의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한편, 의사나 변호사, 유튜버, 작가처럼 일반적으로는 이공계 진로로 분류되지 않는 길을 걷고자 준비하는 학우도 있다. 아직 명확한 계획은 없지만, 정보를 얻을 통로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본지는 이러한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다양한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지난 호(491호)에서는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 대학원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두 선배의 이야기와 유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과학 유튜버의 인터뷰를, 지난 호(492호)에서는 우리 학교 출신 변호사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493호)에서는 우리 학교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리턴제로 이참솔 대표

    이참솔 대표는 우리 학교 전산학부 02학번이다. 졸업 후 2011년에 동기들과 함께 모바일 상거래 서비스인 ‘로티플’을 창업했다. 이후 로티플을 카카오에 매각했고, 이어 2018년에는 AI 스타트업인 ‘리턴제로’를 창업했다. 리턴제로를 창업한 후에는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옮겨주는 ‘VITO’라는 앱을 개발하는 등 현재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Q. 카이스트신문 독자들에게 대표님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AI 스타트업 리턴제로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전산학부 02학번 이참솔입니다. 어쩌다 보니 ‘연쇄 창업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Q. 대표님께서 KAIST에 재학 중이실 때는 창업이 다소 생소한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계기로 창업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좀 이상한 애들이 택하는 진로라는 인상이 있었죠. 전보다는 창업 환경이 많이 우호적으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스타트업은 평범하지 않은 길로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창업을 하게 된 이유가 너무 단순했는데, 그냥 친구들과 같이 재미있게 일해보고 싶었어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런 이유로는 함부로 창업하시면 안 됩니다. 다행히 잘 풀려서 망정이지 창업은 무섭고 큰 결정이 맞으니까 많이 고민하시고 꼭 해야겠다 싶을 때 저지르세요. 돌이켜보면 저는 좀 더 두려움을 느꼈어야 했어요.

 

Q. 대표님의 첫 창업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회사를 만들고 팀으로서 재미있게 일하는 것, 20년 전 대학 동기일 때부터 기숙사에 모여 늦은 새벽까지 같이 이야기하던 꿈이었습니다. 다만 모두가 졸업하던 2000년대 중후반은 IT 버블이 끝나던 중이라 창업하기 좋은 상황이 아니었어요. 당시 동기들은 병역특례나 대학원 진학 등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병역이 해결되던 2010년, 한국에서도 아이폰,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됐습니다. 누군가는 그냥 기능이 조금 더 많은 핸드폰이라고 생각했지만, 저희는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기다린 기회가 드디어 왔던 거죠. 그래서 다시 모였습니다.

    2011년 당시 소셜 커머스는 음식점, 리테일 등 로컬 비즈니스를 인터넷으로 고객들에게 이어주는 서비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이 해당 영역의 대표 주자였고,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겠지만 셋 모두 당시 모바일 앱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나 인터넷을 들고 다니는 이 작은 기기의 핵심 중 하나가 위치기반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로컬 비즈니스의 니즈와 너무 잘 어울렸죠. 그래서 모바일 중심으로 로컬 비즈니스 연결을 푸는 모바일 커머스를 만들었습니다.

    창업 후 반년도 안되어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두 차례 투자받으며 서비스는 외형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가설을 증명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성숙하지 않았던 모바일 결제를 들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여러 간편 결제가 일상화된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신용카드 회사들과 금융 관리기관은 회사가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것에 매우 보수적이었고, 당시 방법으로 모바일 결제를 시도한 사람 중 80%가 기술적 문제로 중간에 실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대를 너무 앞서려 했던 거죠.

    첫 번째 서비스의 실패를 인정하고 피벗(pivot)을 준비하고 있을 때 여러 인수합병 제안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모바일 시대에 많은 기업에서 앱 개발 인력이 급히 필요했고, 당시 저희처럼 10명이 넘는 모바일 개발자 팀은 매우 드물었거든요. 그중 카카오의 비전과 업무 방식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고, 저희 팀은 “우리가 아직 부족했다. 다음을 기약하고 첫 시도를 작은 성공으로 마무리하자”고 동의했습니다.

 

Q. 두 번째 창업이었던 스타트업 리턴제로와 리턴제로의 앱 VITO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리턴제로는 데이터-프로덕트-유저로 이어지는 AI Flywheel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AI 스타트업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쓸 서비스를 만드는 일과 데이터로 머신러닝을 통해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 둘 다 매우 중요합니다.

    리턴제로에서 처음으로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는 VITO라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입니다. 안드로이드 통화녹음을 메신저처럼 말풍선 텍스트로 만들어 다시 볼 수 있는 앱이에요. 자동통화녹음을 켜고 VITO를 설치하면 언제든지 통화를 눈으로 다시 보고 내용을 검색할 수 있어요. 서비스를 쓰면 쓸수록 음성인식/화자분리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Q. 창업을 하면서 특별히 뿌듯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저희 서비스 VITO가 처음 출시했을 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 분들께 유용하리라 생각은 했지만 정작 그렇게 홍보할 수는 없었어요. 혹시라도 우리 서비스가 잘못 받아적은 내용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본다면 어쩌나 싶었죠. 그런데 인공지능 성능이 점점 개선되면서 좋은 평을 받다 보니 어느샌가 앱을 편리하게 사용하고 계신 청각 장애인 분이 감사 인사를 전해 주시더라고요. 우리가 한 생각이,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필요한 무언가가 된다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하죠. 정말 그 맛에 B2C 서비스 프로덕트를 만듭니다.

 

Q. 이런 획기적이고 실용적인 창업 아이템을 발굴해내는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창업 아이템, 혹은 아이디어는 원래 흔하고 가치가 없습니다. VITO도 당연히 저희만 생각했던 게 아닐 거에요. 사람의 상상력은 개인의 차는 크지만, 집단으로 보면 결국 거기서 거기라 내 아이디어는 반드시 누군가 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성패는 얼마나 잘 실행해 내느냐에 달려 있죠.

    일은 늘 반드시 계획보다 오래 걸리고 더 어렵습니다. 쉽고 간단한 계획을 세우고 그걸 비교적 빨리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만들기 쉬워 보이면서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것. 그게 창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해보면 또 쉽지도 않을 것이거든요.

 

Q.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더라도 높은 진입 장벽 탓에 창업을 망설이는 학우들도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창업을 생각하신다면 모든 종류의 진입 장벽을 잘 두드려 보는 건 너무 중요합니다. 창업하고자 하는 후배분들이 많이 상담을 요청하시는데, 대부분 장벽에 일단 몸을 부딪쳐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세요. 좀 더 고민을 해보면 꼭 무언가를 잃지 않고도 장벽의 높이나 두께를 확인할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 학업이나 직장을 그만두어야만 창업할 수 있다는 생각은 꼭 다시 생각해 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될 일은 지금 일을 하면서도 될지 확인해 볼 수 있고, 안 될 일은 전업이 되더라도 안됩니다. 스타트업은 오랫동안 판돈을 다 잃지 않고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게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모험에 해당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세요. 창업 자체로 이미 모험은 충분히 큽니다.

 

Q. 창업을 결심하기 전에 꼭 짚어보아야 할 점이 있을까요?

    평범한 이야기지만 압축된 경험치, 온갖 잡일, 자유로운 분위기, 할 일을 스스로 정한다는 느낌 등이 좋으시면 창업이 어울리죠. 반면에 정해진 일에 집중하는 게 더 맞는 편이거나 체계적인 협업, 주변의 인정, 안정적인 커리어와 급여가 중요하다면 당연히 창업보다는 취업을 추천해 드립니다.

 

Q. 먼저 창업한 선배로서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창업은 보통 아주 오래 버텨야 하는 길고 고된 길이 됩니다. 초반에 너무 달리지 마시고 지치지도 마시고 오늘을 즐기며 매일 조금씩 쌓아가세요. 스타트업에서의 번아웃은 삶을 쉽게 갉아 먹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멀리 가야 하는 것 같아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본인에게 창업이 맞을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괜찮은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일해보는 거예요. 다행히 요즘에는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대기업에 조건이 밀리지 않아요.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경험은 어떤 회사를 창업하고 싶은지를 생각하시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관심 있으시다면 우리 회사 리턴제로에도 지원해 보세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나눠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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