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박고래프란츠, 오지우

    졸업 후 진로는 우리 학교 학우들을 비롯한 많은 이공계 학부생들의 고민거리이다. 많은 학우가 대학원 진학, 대기업 취업, 스타트업 창업 등의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한편, 의사나 변호사, 유튜버, 작가처럼 일반적으로는 이공계 진로로 분류되지 않는 길을 걷고자 준비하는 학우도 있다. 아직 명확한 계획은 없지만, 정보를 얻을 통로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본지는 이러한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다양한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선 이번 호(491호)에서는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 대학원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두 선배의 이야기와 유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과학 유튜버의 인터뷰를 싣는다. 다음 호(492~493호)에서는 우리 학교 출신 변호사스타트업 창업자의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간단히 본인을 소개한다면

    박고래프란츠(이하 박): 안녕하세요.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고래프란츠라고 합니다. 현재 천체물리와 뇌과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지우(이하 오): 안녕하세요. KAIST에서 생명화학공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2020년부터 스위스의 취리히 공과대학(ETH Zurich)에서 화학공학과 석사과정 공부 중인 오지우라고 합니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박: 풍부한 연구비와 우수한 시설도 한몫하였지만 무엇보다 자유로운 연구환경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제 성격상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미국 대학교의 수학 환경이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수평적인 교수-학생 관계, 학력이나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 등이 유학 결심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한,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학부과정과는 다르게 이학 박사과정은 학교의 전액장학금과 적절한 생활비를 받기에 더욱 쉽게 지원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오: 학부 4학년 1학기에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면서 유럽의 학생 복지 수준이 매우 높다고 느꼈습니다. 등록금은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고, 대중교통으로 어느 도시나 나라든 쉽게 여행할 수 있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유롭고 쾌적한 유럽의 학업 및 업무 환경을 더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대학원 입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박: 대학원 지원 당시 다양한 학교의 연구실 홈페이지 등을 추려 많은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으나, 대부분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저희 교수님이 하루에 받는 이메일 수를 어깨너머 보아하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또한, 저는 여러 학교 물리학과에 지원했는데 물리학과는 거의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소문대로 인터뷰 연락은 하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버드에서만 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딱히 학교를 정할 필요는 없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 저는 취리히 공대 한 곳만 지원했습니다. 취리히 공대는 세계 공대 10위권 내, 유럽대륙 공대 1위의 명문 대학이지만 입시 과정이 비교적 간단합니다. 화학공학과의 경우, 기본적인 입시 서류를 제외하고는 영어공인성적, 추천서 1부만이 필수였고 면접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렸던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서류를 유학원이나 학원의 도움 없이 혼자 쉽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에서의 생활은

    박: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 이색 운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자유시간이 충분했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습니다. 미국 유학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학교나 교수님이 학업적으로 압박을 주는 일이 아예 없다는 것입니다.

    힘든 부분은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자주 보지 못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물론 영상통화와 같은 매체들이 있지만, 시차 때문에 자주 연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음식은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습니다. 할 줄 아는 음식은 계란후라이와 라면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유학 생활 덕분에 이제는 웬만한 요리는 레시피 없이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곱창, 닭발, 육회 등 미국에서 찾기 어려운 음식은 너무 그립기만 하네요.

    오: 스위스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개인적인 시간이 잘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워라벨이 아주 높습니다. 저는 현재 연구 중인 재료공학 실험실에서 주 40시간 업무가 실제로 지켜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여유롭게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단점은 높은 물가와 다른 생활방식 때문에 대부분 끼니를 직접 요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도 학교 식당을 제외하고는 항상 집에서 같이 요리를 해 먹습니다. 자취생활을 오래 하여 요리해 먹는 생활에 큰 문제는 없지만,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면 꼭 한국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 진로는

    박: 저는 박사과정 이후 학계와 취직 등 모든 길을 열어놓고 있으며, 아직 깊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지금도 한 가지 분야가 아닌 천체물리와 뇌과학이라는 서로 상이한 두 분야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주변 유학생들은 대부분 학계를 생각하고 있으나 대부분 취직, 또는 창업이라는 카드 또한 손에 쥐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오: 석사 졸업 후에는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 진학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취리히 공대는 박사과정생에 대한 페이가 세계 1~2위로 아주 높고, 대부분의 연구실에서 펀딩을 위한 프로젝트 없이 개인적인 연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낮은 편입니다. 또 석사 논문연구를 한 연구실에서 비교적 쉽게 박사과정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박사과정 진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주변의 한국인 유학생분들은 석사과정 졸업 후 현지에서 취업하거나 박사과정 진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유학을 준비 중인 학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 저는 유학 지원 당시 연구 경력이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지도교수님이 자기소개서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다고 하시네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무조건 일찍 연구 경력을 쌓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연구 경력이 충분하다 싶으시면 한국에서 미리 자연스러운 영어로 회화를 익히는 것이 최고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학업, 연구, 인간관계 모두 결국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핵심이기에 학부 때 배웠던 지식보다도 영어로 편하게 대화하는 능력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오: 사실 큰 사전 조사 없이 유럽의 명문 대학이라는 이유로 선택했지만, 두 학기 째인 스위스에서의 유학 생활이 만족스러워서 잘 지원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해보고 싶으시거나, 유럽 생활이 궁금하신 분들은 지원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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