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제49대 대학원 총학생회 <edge>(이하 원총)는 포탈 공지를 통해 기존 2회로 제한되어 있던 대학원 연차초과자의 등록금 분납 횟수가 다음 학기부터는 5회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이번에 개선된 대학원 연차초과자 등록금 분납 제도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이외에도 원총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내용과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자 원총 김수지 부회장을 인터뷰했다.

 

연차초과가 불가피한 환경임에도 불이익 주는 것은 불합리해

    김 부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연차초과의 원인을 자발적인 연차초과와 타의에 의한 연차초과로 구분했다. 이어, 원총에서 실시한 ‘2020 연구환경실태조사’를 인용하여, ▲불명확한 연구실 자체 졸업요건 ▲연구과제의 마무리 등 타의에 의한 연차초과가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관련기사 본지 487호, <신의존중 헌장 이행 확인한 연구환경실태조사>) 이어 김 부회장은 최근 전문연구요원 T/O 감소로 ▲전문연구요원 편입 시기가 지연되면서 앞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관련기사 본지 478호, <전문연구요원 편입 인원, 내년부터 입시 성적순으로 선발>)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차초과자는 많은 부분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다. 연차 이내 대학원생의 등록금 액수는 75만 원인데 반해 연차초과자는 92만 4천 원을 부담해야 하며, 연차초과자에게는 국비 TA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연차초과자가 국비일반조교수당과 국비석사학자금 지급에서 제외되는 것과 학위논문연구비 사용에 있어 제한을 받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 부회장은 “재학 연한을 정당한 이유로 연장했으며, 타의에 의한 연차초과가 우세한 상황임에도 연차초과자에 대한 불이익을 학생이 온전히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등록금 증가, 조교수당 등의 감소로 인해 많은 연차초과 학생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와의 논의 통해 연차초과자의 등록금 분납 횟수 상향

    이에 원총은 지난달 5일 열린 이광형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연차초과자 처우를 비롯한 대학원생의 다양한 현안의 해결을 요청했다. 원총은 포탈 공지에서 “이 총장 이하 배석한 학생정책처장, 학생생활처장도 원총이 제기한 문제에 마음 깊이 공감했다”며 “우선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빠르게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대학원 연차초과자 등록금 분납 제도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선에 따라, 기존 2회까지로 제한되어 있던 대학원 연차초과자의 등록금 분납 횟수는 다음 학기부터 연차 이내 학생과 같은 5회로 늘어날 예정이다.

 

학생 인건비 제도 개선과 연차휴가 명문화도 필요해

    원총은 이번에 일부 성과가 있었던 ▲연차초과자 처우 개선 외에도 ▲학생 인건비 제도 개선 ▲연차휴가 명문화를 대학원생의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중점 목표로 설정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의 발돋움을 위해 선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은, 대학원생이 우수하고 쾌적한 연구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하는 한편, 주변을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면서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2020 연구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학교 대학원생의 평균 연구실 체류 시간은 주당 58.6시간에 육박한다. 전체 학생의 80% 이상이 주말에도 출근하지만, 1년에 휴가를 가는 기간은 1주일에도 못 미친다. 과도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의 평균 월급은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석사 95만 원, 박사 133만 원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생활비를 더 마련하기 위해 교외에서 근무하는 학생들이 많아 이렇게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 평균 33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회장은 “미국 유수의 명문 대학에서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265만 원을 스타이펜드로 지급했고, MIT에서는 유급 조교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대학원생에게 연간 최소 2주의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건강히 잘 쉬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수준으로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사항을 중점으로 학교와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학생 인건비 상한선과 스타이펜드 지급 기준액 인상해야

    먼저 학생 인건비 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김 부회장은 석사 180만 원, 박사 250만 원이라는 계상기준(인건비 상한선)이 존재하여, 학생연구원이 이 이상의 인건비를 받을 수 없는 점을 들었다. 김 부회장은 “이 기준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13년 동안 동결되어 대학원생의 인건비 개선에 발목을 잡아 왔다”며 “심지어 KAIST 장학생은 지도교수로부터 등록금을 수탁연구조사비로 돌려받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석사 120만 원, 박사 190만 원을 초과하는 인건비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지난해 <학생연구원 내부 운영기준>을 발표하면서 향후에는 현행보다 계상기준을 인상해야 함을 명문화했다”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지 제2018-9호 <학생인건비 계상기준>에 따르면, 계상기준은 연구기관의 장인 총장이 결정할 수 있다”며 총장이 합당한 수준의 계상기준 인상에 나서야 함을 시사했다.

    스타이펜드 지급 기준액 인상과 대상 확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는 석사 70만 원, 박사 100만 원을 스타이펜드 지급 기준액으로 정하여 이보다 적게 받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있다”며 “이 금액으로는 학생들이 연구에만 전념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므로 학생 인건비의 하한선인 스타이펜드 지급 기준액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차초과자와 스타이펜드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문화기술대학원과 기술경영대학원 등 학과의 학생들이 스타이펜드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스타이펜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연차초과 학생들은 생활비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추가적인 업무를 해야만 해서 오히려 졸업이 늦춰지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며 “앞서 언급한 사유들로 인해 본인의 능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연차초과자가 되는 학생이 많은 만큼, 연차초과 학생들에게도 스타이펜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수준의 연차휴가 제공돼야

    지난해 5월 18일, ‘교수와 학생의 신의존중 헌장’이 선포되면서, 우리 학교는 국내 최초로 대학원생의 연차 휴가를 명문화한 학교가 되었다.(관련기사 본지 476호, <대학원생 휴가 명시한 헌장 선포>) 하지만 구체적인 일수 등 지침이 빠져 있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김 부회장은 지적했다. 이어 “2020 연구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연평균 9.78일의 연차휴가가 허용되었지만, 실제로는 6.02일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강한 연구, 건강한 생활을 위해 최소한 근로기준법 기준인 15일의 연차휴가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교학부총장, 학생정책처장, 학생생활처장과 함께 ▲연구실 정보 공개 시스템 도입 논의 ▲‘교수와 학생의 신의존중 헌장’의 구체적인 시행안 협의 등 다양한 접근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과 교수 간에 서로 신뢰하는 상호존중의 문화 만들어갈 것

    김 부회장은 학생 인건비 제도 개선, 연차초과자 처우 개선, 연차휴가 명문화의 세 가지 목표 외에, 학생과 교수 상호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연구환경실태조사에서 확인한 많은 학우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좋은 연구 지도를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다”며 “이는 단순히 학교나 교수님께 요청드려 해결할 수 없고, 상호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은 교수를 존경하고, 교수는 학생을 신뢰하는 상호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며 “이 총장이 제시한 비전 QAIST의 T(Trust)의 흐름에 맞춰 원총에서도 하반기 정책 사업을 기획하겠다”고 언급했다.

 

교내를 통과하는 시내버스 노선 설치 등 복지 사업에 관한 언급도 이어져

    한편 원총은 포탈 공지에서 “곧 교내를 통과하는 시내버스 노선이 설치될 예정이며,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히 준비해왔던 문화사업 역시 학우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양한 복지 사업도 꾸준히 추진 중임을 언급했다.

    교내를 통과하는 시내버스 노선 설치 사업과 관련하여 김 부회장은 “해당 사업은 기존에 CNC 버스로만 운영되던 대전시 시내버스에 우리 학교에서 개발한 OLEV 무선충전 전기버스를 도입해 유성구를 순환하는 노선을 설치하는 것이 주요 골자”라고 설명했다. 관련하여 지난 3월 25일, 교내 KI 빌딩(E4) 퓨전홀에서 대전광역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와 유성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주최·주관한 ‘대전시 올레브 버스(특구 1번) 노선 시민의견청취 간담회’가 열렸다. 해당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오광영 대전광역시의원, 더불어민주당 황은주 유성구의원과 대전광역시 및 유성구청 담당자, 주민대표, KAIST 총무팀 및 학생대표가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8일, 대전시의회에 KAIST 학부/대학원 대표가 참석해 노선안에 대한 추가적인 의견을 전달했으며, 참석한 모든 분께서 해당 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표했다”며 “노선은 계속 협의 중인 사항이지만, KAIST 학부/대학원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안은 교내에서 출발해 월평역, 갑천역 등 지하철역으로 빠르게 도착하는 노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내 통과 버스는 학생들이 오랫동안 절실히 원하던 사업”이라며 “KAIST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오는 버스 노선이 설치될 수 있도록 의원들과 대전시 및 KAIST 총무팀과 꾸준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문화·복지사업과 관련해서는 “오는 11일에 본선이 진행될 랜선가요제를 비롯해, 대학원생 관심사 단톡, 물품대여사업, 테마 강좌(오르골 만들기),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논문 활용법, 연구실 선택 방법 세미나 등), 학과 학생 행사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며 학우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김 부회장은 “원총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정책은 포탈, 아라, GSA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며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근하고 빠른 소통이 가능하니 학우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많은 정책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연구실 내에서 개개인이 겪고 있을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전부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우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학원 총학생회 인권센터(https://pf.kakao.com/_xkxdzEV)로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느리지만 바뀔 수 있다”며 “대학원생의, 대학원생에 의한, 대학원생을 위한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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