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문화계에 ‘B급 열풍’을 몰고다닌 싸이가 고향인 한국으로 돌아왔다. 동네 할아버지에서 스포츠 스타를 거쳐 미국 대선 유력후보의 가족들까지 모두를 매료시킨 싸이였기에 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광은 사상 초유의 수준이었다. 잘생긴 A급 연예인들이 독점하던 음악 한류는 B급 외모의 싸이가 차지했고, 한때 A급 사모님들의 도시였던 강남은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들의 도시로 변모했다. B급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싸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수익과 한류문화의 제고를 세계시장에서 거둬들였다. 이미지를 ‘변신당한’ 강남은 외국인들이 명동보다도 더욱 궁금해하는 인지도 1위의 관광지가 되었다.

때맞춰 B급이 활개를 치는 곳이 또 있다. 언론사다. 음해를 목적으로 한 불법적인 취재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떵떵거리고, 패널로 참석한 두 명의 평론가들이 생방송에서 유력 대선 후보를 마구 비웃으며, 전문가들이 부정하는 의혹을 기자가 주장하고 반론은 조작하는 B급 보도가 하루하루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가 유독 야권 후보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언론환경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여론조사에서 접전인 것이 신기할 정도다.

후보자 본인만이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를 국정감사에 필요하다며 국회의원이 마구 발급받고, 이 정당을 출입하는 방송기자는 이를 패스받아 특종이라며 보도하고 있다. 취재에 불법적인 소지가 있음을 해당 후보가 지적하자 이 기자는 후속보도까지 내고 ‘취재원 보호 원칙에 대한 위협’이라며 비판했다. 취재원 보호는 초법적으로 검인계약서를 발급받은 국회의원에게 쓰는 것이 결코 아니다. 권력에 대항하는 약한 자들, 힘없는 내부고발자들, 베일 속의 의중을 투명하게 전달하는 이들의 요새가 되고자 하는 언론의 정의로운 사명감이다. ‘진실 보호’와도 같은 ‘취재원 보호’를 아무데나 갖다붙여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방송사에서는 언론 정상화를 위한 투쟁이 한창이다. 이 방송국의 생방송 스튜디오에는 특정 후보를 마구 비웃는 평론가 두 명이 앉았다. 그 자리가 어딘지나 알고 비웃는가. 특보 출신 사장에 반대하는 뱃지를 달고 방송하던 이들이 해직과 정직을 당한 바로 그 스튜디오다. 그들의 빈자리는 정치평론가가 아닌 ‘정치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주체도, 의혹을 검증하는 전문가도, 의혹에 대한 캠프의 반박도 실리지 않은 B급 리포트가 지상파의 단독보도라며 방송되는 것은 올해 대선보도의 최고봉이라고 할 만 하다.

이쯤되면 전두환 정권 이후 최악의 편파보도로 기록될 전망이다. 물론, 브레이크 없는 편파보도가 자행되고 있음을 보도하는 언론조차 사라졌으니 지금 당장은 기록되지 못한다. 후대의 평가를 위해 필자는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기록한다. 심판은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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