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새내기 학우의 안타까운 선택,
학생 사회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다
상태바
한 새내기 학우의 안타까운 선택,
학생 사회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다
  • 윤호진 기자
  • 승인 2011.01.17 20:3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故조민홍 학우를 추모하고 그가 겪었을 어려움에 대해 논의하고자 지난 13일 학부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의 개최로 학우 공청회가 열렸다. 학우들은 故조 학우뿐 아니라 우리 학교 학우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그 원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가한 학우들은 우리 학교의 여러 제도와 학점 만능주의 등이 학우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故조 학우에 대한 묵념 후 이어진 기조발언에서 학부동아리연합회장 변규홍 학우(전산학과 07)는 “그가 무엇을 괴로워했는지 이제라도 함께 고민하자. 분노에 휘둘린 비판이 아닌 실효성 있는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라며 학우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학사제도와 학교시스템의 문제들

우선 여러 학사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인문계고등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우리 학교에 합격한 뒤, 학교 수업 걱정에 방학 내내 매일 새벽까지 영어와 수학공부를 했다는 한 학우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장학금을 두 번이나 받지 못했다. 자살기도도 여러 번 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과목과 학점을 선택할 수 있다면 입학했을 때 다른 학우보다 뒤처진 출발을 했더라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09학번까지는 허용되었던 기초과목 수강 취소가 지난 가을학기부터는 금지되었다. 정민수 학우(수리과학과 09)는 “당시 학적팀장님께서는 학생 수가 너무 많아져 기존의 방식으로는 학생을 배정할 수 없어 학교에서 강제로 수강 과목을 정했다고 답하셨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담을 완화할 방법 없이 커리큘럼만 강제적으로 정해졌다. 완화책이 될 수 있었던 중간고사 이후 드롭 제도는 09학번부터 사라졌다. 드롭을 남용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드롭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보완책이나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차등 등록금 제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학점을 0.01로 세분화해서 수업료를 징수하는 것은 학생으로 하여금 학점이나 등록금에 대한 압박을 심화하므로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더불어 수업료를 내는 것은 맹목적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고 생각하는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공부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학우들은 공부를 즐길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에 입학해 새로운 분야에 흥미가 생겨 본래 공부했던 과와는 다른 과로 진학하려 했다던 한 10학번 학우는 “이번 학기에 흥미가 있었던 전공과목을 들었다.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고 자신도 만족했지만, 성적과는 별개의 문제였다”라며 “그 학과에 관심도 많고 재미있지만 포기하려고 생각 중이다. 재미를 위해 학교에 많은 돈을 낼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말을 이으며 “우리 학교에 와서 실망도 많이 했고 후회도 많이 했다”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우를 위한 프로그램들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장재현 학우(무학과 10)는 “우리 학교의 학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브릿지프로그램에서 배우는 과목들이 1학년 때 듣는 기초과목과 큰 괴리가 있었다. 또한, 주위 친구들을 보면 학교 수업에 맞는 기초적인 공부를 하기보다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상혁 학우(생명화학공학과 09)는 “입학사정관제는 한 분야에서 특출나거나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 제도다. 그렇지만 이런 학생은 우리 학교 커리큘럼에 적응하기 어렵다. 제도적으로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뽑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학내의 인간관계에 대한 토론

계속되는 토론에서, 학우들은 학내의 인간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정민수 학우(수리과학과 09)는 “학업과 학교생활을 하면서 괴로움이 생겼을 때 이런 괴로움을 들어줄 소울메이트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는 이런 소울메이트를 찾기가 어렵고, 누군가에게 도움받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해 이런 ‘소울메이트’를 찾지 못하는 것은 여러 제도로 인한 경쟁의식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유재성 학우(기계공학과 07)는 “이런 경쟁의식이 고등학교 때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무언가를 따지는 모습이 우리 학교의 제도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많은 학우가 학교 측에서 새터반처럼 다른 학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고해신 학우(전기및전자공학과 09)는 “1학년이 지나면 새터반이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학우들과의 교류가 입학 초에 머물지 않고 학년이 올라가도 유지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자신이 노력해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 되는 것을 제도적인 것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는 반박도 있었다.


더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막고, 학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대책 마련이 이어졌다. 학사제도 개선에 대해 PASS-FAIL 제도, 전면 영어강의에 대한 다양한 보완책 등 그동안 학부총학생회에서 시행하려고 노력했던 정책도 있었고, 1학년에 한해 3학기 제도 도입 등 새로운 의견도 제시되었다. 또한, 1학년 F 미반영, 중간고사 이후 드랍 제도, 계절학기 교양과목 등 예전에 있었던 제도들에 대해 검토한 후 필요하다면 부활시키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학업, 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는 학우들을 위해 기초 과학에 대해서도 논술과목과 같은 난이도 차별화 등의 방법이 제시되었다. 상담전화번호 부활, 형편이 어려운 학우에 대한 학교 차원의 등록금 지원 확대 등의 의견도 나왔다.

곽영출 학부총학생회장은 “학부총학생회는 학우들이 말씀하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또 다른 아름다운 꿈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공청회를 마무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학부모 2011-04-05 20:45:25
학생들이 '도덕적'불감증을 탓하면서, 무한경쟁으로 몰아넣는 카이스트.
우리아이를 카이스트에 입학시키고, 자랑스러워 했는데, 이제는 잘못될까봐
밤잠을 설친다.

세바스 2011-01-20 22:18:46
카이스트의 설립취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세계 초일류대학을 추구하면서 학점에 따른 가혹한 징벌적 등록금 부과로 학력신장을 꾀한다는 서남표 총장님의 생각이 참으로 안타깝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빌게이츠, 스티브잡스가 지금 카이스트 학제에 대학을 다녔다면? 우리나라에는 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냐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추고 무한에 도전할 수 있는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포용과 배려를...

스누피yw 2011-01-18 02:06:01
학내 현실을 조목조목 잘 짚었네요. 기성언론이 말하지 않은 것들을 말해주는 좋은 기사입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