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축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염성이 매우 높고 치료법도 없는 가축류 급성전염병 구제역 때문이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지난 2000년에 발생했던 것과는 달리 산발적으로 퍼져 축산업계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번 구제역으로 지금까지 매몰된 가축의 수는 134만 마리에 육박한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과 발생역학, 전염경로, 임상증상, 방역 대책에 대해 알아보자. 
    



구제역, 바이러스가 그 원인

구제역은 구제역 바이러스(Foot-and-Mouth Disease Virus, FMDV)에 의해 발굽이 짝수 개인 소, 돼지와 같은 동물에게 전염되는 병으로, 치사율이 50%에 달하는 가축류 급성전염병이다.

1514년 이탈리아의 한 수도승이 발견했으며, 1897년 독일의 세균학자인 뢰플러(F. Loeffler)가 구제역이 바이러스로 전염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A, O, C, SAT1, SAT2, SAT3, Asia1 등 7가지의 혈청형이 있으며, 이 혈청형은 다시 80여 가지의 아형으로 구분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저온에서 활동성이 특히 커지며, 50℃ 이상이나 pH6 이하, pH9 이상의 조건에서 활동성이 낮아진다.


소와 돼지가 감염, 사람은 감염 없어

바이러스는 특정한 생물만을 숙주로 가진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숙주는 ‘우제류’라고 불리는 동물들이다. 우제류란 발굽이 짝수개로 갈라져 있는 동물이다. 우제류로는 소, 물소, 돼지, 멧돼지, 양, 염소, 사슴, 순록, 코끼리, 낙타 등이 있다. 구제역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축산업계에 중요한 가축인 소, 돼지가 구제역 바이러스의 주요 숙주이기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을 숙주로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코와 인·후두에서 단시간이나마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되었던 사람이 드물게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증상은 가벼운 구내염 정도다.


몸속을 돌아다니다 물집을 만들어내

구제역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동물의 입을 통해 침입한다. 좌측그림을 보면 침입한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는 경로를 알 수 있다. 입으로 침투한 바이러스는 목구멍의 림프 조직에서 증식하고, 기관에 있는 림프샘을 지나 심장 가까이에서 정맥으로 들어간다. 그 뒤 심장의 펌프 작용에 의해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발굽, 유방 등으로 운반된 바이러스는 피부 세포에서 증식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자신을 둘러싸는 핵막이 없으므로 증식한 다음 세포를 파괴하고 나와 그 자리에 물집을 만든다. 혀에 물집이 생기면 가축은 통증을 느끼고 먹이를 먹을 수 없게 된다. 또, 발굽 부위에 물집이 생기면 아파서 걷지 못한다. 가축이 식사와 운동을 할 수 없게 되면 고기의 질이 떨어지고 우유 생산성이 감소한다.

▲ 구제역 감염 경로와 감염 증상
좌측 그림은 구제역 감영 경로를 나타낸다. 구제역에 걸린 소는 우측 상단 사진처럼 입술이 파열된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는 우측 하단 사진처럼 콧등에 물집이 잡힌다 / 천민지 기자(좌), 수의과학검역원 제공(우)


공기를 통한 전염성 높아

구제역 바이러스의 가장 큰 문제는 전염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된 전염 경로는 감염된 동물이 내쉬는 숨에 포함된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것이다.

건강한 소는 10개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하면 감염된다. 돼지는 1,000~10,000개의 바이러스로 감염된다. 소가 1분 동안에 내쉬는 숨에는 약 160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돼지의 숨에는 25만 개 정도의 입자가 포함되어 있다. 주변으로 확산되는 바이러스의 양이 정상적인 가축이 감염되는데 필요한 바이러스 양을 훨씬 웃돌기 때문에 공기를 통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매우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감염된 가축은 매몰처리, 위험지역의 가축은 백신접종

구제역 방역 대책은 국제수역사무국(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 OIE)의 지침을 따른다. OIE의 방역 지침은 다음과 같다. ▲ 감염이 확인된 가축이 있는 곳에서 10km 범위를 이동 제한 구역으로 정한다. ▲ 범위 내에 있는 가축의 감염 정도가 심하면 백신을 접종하고 도살해 땅에 묻는다. 백신을 접종하면 파묻힐 장소가 확보될 동안 항체가 형성되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또한, 구제역은 치료할 방법이 아직 없어서 증상을 보이는 가축은 매몰 처리한다. ▲ 증상은 없지만, 앞으로 전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의 가축에게는 백신을 접종한다. 백신은 치료약이 없는 구제역 감염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시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

축산물에 백신을 접종하면 축산물 무역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OIE에서는 ‘청정국’ 인증제를 통해 각국의 축산물이 구제역으로부터 안전한지 평가한다. 청정국 지위를 얻지 못한 국가는 수입국으로부터 수입을 거부당할 수 있다.

구제역으로 백신을 사용한 나라가 백신 비접종 청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전국의 가축 혈액 표본을 모아 항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로부터 3개월 동안 구제역이 나타나지 않으면 OIE로부터 청정국으로 인정받게 된다. 따라서, 한 번 백신을 접종한 국가가 청정국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맞은 가축을 모두 매몰시켜야 한다. 결국, 방역 당국은 백신을 접종할 때 의학적 측면과 아울러 백신 비용, 매몰 비용 등의 경제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서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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