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환경 실태조사 결과 여러 부분 문제점 드러나

연구중심대학인 우리 학교에서 연구 관련 부정행위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는 지난해 우리 학교 대학원생 중 17%인 900명을 대상으로 ‘2010 대학원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인터넷으로 진행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최저생계비에 한참 못 미치는 연구 인건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비의 집행이 투명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학우는 16%였다. 응답자 중 18%는 지도교수의 부당한 요구에 응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으며, 13%는 논문의 저자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8%였다.
 

최저임금 못 미치는 연구 인건비 문제

‘연구 인건비’ 항목에서 실질적으로 월 40만 원 이하를 받는다고 답한 학우가 47%에 달했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504,344원이며, 최저임금법상의 시급이 4,110원(주 40시간 근무 시 월 657,600원)인 것과 비교할 때 절반의 학우가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인건비를 받은 것이다. 심지어 인건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20%였으며, 자신의 계약 내용 자체를 모른다는 학우는 46%였다. 약정금액 전액을 받았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이러한 까닭 등으로 64%의 학우는 인건비와 학교 지원금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지나치게 낮은 인건비가 학우들에게 지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을 엿볼 수 있는 문항이 있다. ‘연구실에서 공동 자금을 조성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응답한 학우는 65%였으며, ‘연구비 처리가 불투명한가’라는 질문에는 16%의 학우가 ‘자주 또는 종종 그렇다’라고 답했다. 불투명하다고 응답한 학우들에게 그 이유(복수응답 가능)를 물었더니, ‘연구비를 회수해 공동 자금을 조성해서’라는 응답이 90%로 압도적이었고, ‘연구비를 원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유용해서’라는 응답(80%)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인건비를 ‘랩비’로 사용하고, 횡령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실에서, 심지어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토마저 있다”라며 “연구비 부정이 언제쯤 사라질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지도교수 부당요구 응해야 하기도

연구 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은 인건비뿐만이 아니었다. 5명 중 1명은 지도교수의 부당한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경험을 자주 또는 종종 겪는다고 답했다. 이들 중(복수응답 가능) 거의 모든 학생이 교수의 사적인 일에 얽힌 심부름을 해야 했으며, 17%는 논문 저서 대필을 맡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까닭으로 연구 이외 잡무에 주 10시간 이상 할애하는 학우는 9%, 본인 연구와 관련이 없는 프로젝트에 주 10시간 이상 할애하는 학우는 12%로 나타났다.

또한, 논문 저자 문제로 갈등을 겪은 13%의 학우 중, ‘기여도와 관계없이 지도교수를 제1저자 또는 교신저자로 게재했다’라는 응답, ‘기여도와 관계없이 선배를 저자로 게재했다’라는 응답과 ‘연구와 관련이 없는 사람을 저자에 포함했다’라는 응답이 각각 25%씩으로 나타났다. 학내 성희롱도 벌어지고 있었다. 8%의 학우가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2%의 학우는 3회 이상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계기로 연구환경 개선되어야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이균민 교무처장은 “더욱 자세한 조사를 통해 이를 학교 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라며, “교학부총장 주재 하에 연구처장, 학생처장, 행정처장, 교무처장 및 원총 회장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렸다”라고 말했다. 이 교무처장은 “감사 결과가 나오면 윤리위원회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판단하고, 인사위원회에 보고해 징계 방법과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영길 감사실장은 “증거가 있으면 관계 법령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며, 증언은 나오는데 증거가 없을 경우는 처벌은 어렵겠지만 관련 규정의 맹점을 정비하는 데 사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원총의 진상원 회장은 “학교의 개선 의지가 매우 확고해 상황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한, “문제가 되는 교수의 행동을 학우가 고발했을 때, 학우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도적인 정비를 논의하고 있다”라며, “내부 고발에 대한 후환을 걱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제보해 달라”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004년, 2005년과 2008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시행되어 각종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그동안은 학우들의 인식을 설문으로 묻는 조사라는 한계가 있어 크게 관심받지 못했지만, 올해 조사는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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