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언어, 소리와 형태로 마음을 파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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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언어, 소리와 형태로 마음을 파고들다
  • 김혜령 기자
  • 승인 2016.08.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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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 언어, 혹은 광고학에서 말하는‘카피’ 란 말 그대로 광고에서 사용되는 언어다. 광고 언어는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제품, 그리고 시대변화에 따라 변모해왔다. 광고의 핵심을 담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언어에 대해 알아보자.

 

명확한 의미전달을 위한 광고 언어 

광고에는 왜 언어가 사용될까? 첫 번째 이유는,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광고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 모두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단순히 그림으로만 광고를 표현한다면, 사람들은 각자 살아온 환경과 배경지식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반면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기에, 다른 표현 수단보다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하다. 

광고 언어는 단순한 의미 전달에서 더 나아가,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광고는 경쟁이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쉽게, 또 깊이 자리 잡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표현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좋아서 자꾸 사용하게 되는 말, 시선을 끄는 재미있는 글 등 언어는 그 활용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광고의 목적인 ‘홍보’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광고 언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다

광고 언어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시대를 떠나 공통으로 드러나는 세 유형이 있다. 첫째는 ‘반복’이다. 제품명을 반복해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요 맛, 요 기분, 요플레’<빙그레, 요플레>와 같이 두음을 활용한다거나, 끝말에 리듬감을 주는 각운을 활용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비유를 사용해 제품의 특성을 강조하는 유형이다. ‘여자들이 키스할 때 눈을 감는 이유는 산사춘을 마실 때 눈을 감는 이유와 같다’<국순당, 산사춘>과 같은 표현은 보조관념이 가진 특성에 빗대어 원관념인 제품의 특성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마지막은 색다르게 관심을 끄는 형태다. 모두가 아는 것을 패러디하거나, 소리를 활용한 아이디어로 전에는 볼 수 없던 광고를 만든다. ‘너 가을 타는구나? 커피 탑니다.’<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와 같이 ‘타다’의 두 의미를 활용한 동음이의어 광고가 그러한 예시다. ‘1위 해서 감개뮤량!’<웹젠, 뮤 오리진>은 분절음(초성, 중성, 종성)을 교체해 유사음을 만든 경우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한 방식으로 필요한 표현법을 사용하는가다. 광고의 목적이 제품 사용 활성화인지, 제품명의 부각인지 등에 따라 설정한 방향대로 언어를 활용해야 한다. 

 

논란에 휩싸인 규범파괴표현

광고에 쓰이는 광고 언어를 살펴보면, 맞춤법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최근 티몬에서 광고하는 ‘몬소리’를 들 수 있다. ‘모뒐퓟보코옱콜랐는데망햁’, ‘쓴도니얼만뒝셩물안츄다뉢’처럼 사람들의 불평 소리를 생경한 언어로 표현해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이런 광고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까? 기발한 방법으로 소비자 공감을 끌어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글 파괴라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 김정우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광고는 일정 기간 효과를 발휘하고 사라지므로, 단시간 화제가 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글 파괴에 영향이 없다.”라고 말한다. 광고의 규범파괴표현이 한글 파괴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시간을 두고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임은 부정할 수 없다.

 

언어의 시각적 효과를 추구하다

광고에 있어 광고 언어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나타낼지 역시 중요한 고민이다. 내용과 잘 어우러지거나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광고 언어는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가령, 바탕체는 정갈한 느낌으로 광고 내용에 신뢰를 더해준다. 돋움체는 깔끔하게 내용을 표현해 명확한 내용 전달에 유리하며, 손글씨체는 직접 말하는 것처럼 감정을 담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오레오 씬즈의 광고는 ‘날씬한’이라는 의미와 어울리도록 얇은 굵기의 서체를 사용해 내용과 어우러지는 시각효과를 주었다. 이처럼 글자의 종류, 크기, 배치와 글자 사이 등을 디자인하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와 언어의 느낌과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글자에 표정을 입히는 ‘레터링(글자 표현, lettering)’ 기술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광고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대의 흐름을 담은 글자 표현 방법

레터링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인식되어 왔으며, 시대의 흐름을 담아 그 형태도 변화됐다. 50~60년대에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간판 제작이 쉬운 투박한 형태가 특징이다. 제약회사의 경우 제품명의 배경을 검게 칠해 강조하고, 식료품은 제품의 식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70년대에는 기업의 상표와 로고 개발이 증가하고 한글 글자체에 문화를 담거나 글자로 특정 형태를 표현했다. 음반 산업의 경우 사이키델릭 문화의 영향으로 외래 서체의 특징을 한글에 적용했으며, 화장품 광고에는 여성의 세련미와 우아함을 나타내는 글자를 사용했다. 

80~90년대에는 가전제품이 주요 광고를 차지했는데, 네모난 틀에 꽉 찬 굵은 획으로 제품의 혁신성과 견고함을 강조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다양한 디지털 글자를 활용해 감성과 개성을 표현한다. 최근에는 단순하고 부드러운 세련된 조형을 추구하며, 문화 예술 분야의 광고는 ‘복고풍’ 글자 표현을 선호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홍보를 벗어나 마음을 울리다

광고는 반복이나 말장난을 통해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말로 설득하기도 한다. 이 광고들은 언어학적으로 그 효과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고, 꾸준히 사랑받는다. 80년대 중반에 나온 쌍용의 도시락 광고가 대표적이다. 스승의 날에 발행된 신문에 실린 이 광고는 ‘오늘은 속이 불편하구나’라며 어려운 시절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선생님이 도시락을 건넨다는 내용이다. 이후에도 초코파이 ‘정(情)’, 독도 문제를 거론한 KT 광고, 패션모델의 꿈을 이룬 130kg의 레슬러 김민철의 이야기를 담은 GM대우 광고 등 감성적인 광고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처럼 광고는 언어적인 측면과 아울러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광고 언어는 언어학뿐 아니라 마케팅, 심리학, 사회학  등의 주변 학문을 결합해 언어의 새로운 면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기존의 언어학이 깊이의 학문이라면, 광고 언어학은 넓이의 학문인 것이다.

 

우리의 하루는 수십, 수백 개의 광고와 함께 한다. 광고는 수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며, 광고 언어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광고 언어는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자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이제 내 옆을 스쳐 가는 광고를 그냥 흘려보내기 보다는, 언어 속에 숨은 뜻과 형태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전시| 기획특별전 <광고 언어의 힘>, 국립한글박물관 

참고문헌 | <광고 언어>, 김정우 <PR의 신>, 전상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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