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수필은 6명이 8편을 투고했고, 평론은 1편 있었다. 그렇게 많은 훈련이 필요하지 않은, 말 그대로 가장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가 수필이어서인지 한동안 수필도 응모 작품의 수가 꽤 되고 주제와 짜임새가 분명한 글이 많았는데 올해는 완전히 흉년이다. 물론 투고 편수가 적다고 해서 수준도 떨어질 것이라는 예단을 해서는 안 되지만 카이스트 학생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덜 가지는 징표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크다.

심사를 부탁받으며 받아든 봉투가 너무 가벼워서 가졌던 예단은 실제 글들을 읽으면서 현실이 되었다. 수필 응모작 8편 모두 상투적인 감정이나 감각에서 출발해 무난한 판단에 이르는 도정을 쓰고, 또 글의 짜임새도 좀 허술한 상태이라 수상 후보작으로 거론하기에는 미흡했다.

평론에 응모한 김병준의 <나는 너를 말할 수 있을까>는 ‘세월호 사건’ 이후에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절망적인 문제의식에서 언어를 통한 재현의 불가능성과 소통의 불가능성을 문제 삼은 이청준과 김연수 두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 그 읽기를 통해 그래서 오히려 더욱 더 문학을 통한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고 귀중한 상황이라는 것을 차분하게 주장한 글이다. 뚜렷한 문제의식과 두 작가를 논의의 대상으로 선택한 안목, 절망스럽지만 글쓰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결론까지 무리 없이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글 솜씨를 사서 이 작품을 가작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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