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바다숲, 그 원인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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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바다숲, 그 원인을 쫓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15.09.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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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경 기자

‘바다의 사막화’는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번성하는 ‘갯녹음 현상’을 사막화에 빗댄 표현이다. 갯녹음이 일어나면 석회가루가 해저 면을 하얗게 뒤덮어 황폐화할 뿐만 아니라 1차 생산자 역할을 하는 해조류가 사라진다. 또한, 이 현상은 ‘사막화’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바다 생태계에도 타격을 준다. 이러한 갯녹음에 따른 바다의 사막화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알아본다.

바다 생태계에 피해 주는 갯녹음
앞서 말했듯 갯녹음은 연안 암반 지역에 해조류들이 사라지고 홍조류의 일종인 석회조류가 번성하는 현상이다. 갯녹음이 일어나면 해조류가 가진 긍정적인 역할이 사라져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해조류란 뿌리, 줄기, 잎이 구별되지 않으며, 엽록소를 가진 수중식물을 칭한다. 해조류는 바다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조류는 바닷속 1차 생산자 역할을 하며 광합성을 통해 해수에 산소를 공급한다. 또한, 학자들은 해조류를 어패류에 악영향을 미치는 적조현상의 해결책으로 보기도 한다. 적조현상의 원인은 해수에 질소, 인 등의 영양염이 과다해지는 것인데, 해조류는 영양염을 흡수하여 성장하므로 적조현상을 간접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조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갯녹음 현상이 일어나면 특히 엽상해조류가 많이 사라진다. 엽상해조류는 새우, 게, 고등 등에 먹이를 제공하고, 바닥에서 생활하는 저서동물과 어류의 서식처가 되기도 해 바다의 숲으로 불린다. 이러한 엽상해조류가 사라지면 종 다양성과 수산생물의 개체 수가 감소해 바다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
사라진 해조류의 자리를 차지하는 석회조류는 물에 녹아있는 중탄산(HCO3-)에서 이산화탄소를 얻어 광합성을 하며 세포표면에 탄산칼슘을 축적하는 조류를 말한다. 축적된 탄산칼슘은 석회조류가 죽은 뒤에 침전되는데, 탄산칼슘이 침전된 바닥은 염기성을 띤다. 따라서 석회조류가 번성한 지역에서는 중성 조건에서 사는 해조류가 자라지 못한다. 이때 침전된 탄산칼슘이 암반 지역에 하얗게 달라붙어 갯녹음 현상은 ‘백화현상’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갯녹음 현상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크게 식해설과 환경설 두 가지 가설이 있다.

▲ 갯녹음이 진행된 바다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공

원인을 조식동물로 보기도 해
식해(食害)설은 해조류를 먹는 동물이 많아져 해조류가 줄었다고 보는 가설이다. 해조류를 먹으며 자라는 동물을 조식동물이라고 부르는데, 갯녹음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조식동물은 성게다. 먹이가 사라지면 포식자 수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성게는 해조류가 줄어든 뒤에도 석회조류를 먹으며 생존한다. 따라서 성게는 해조류가 줄어든 뒤에도 살아남아 해조류의 생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해조류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인위적으로 조식동물을 격리한 해조류 양식장과 그렇지 않은 양식장을 비교한 여러 실험이 조식동물이 갯녹음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식해설을 뒷받침하는 여러 현상
식해설의 근거가 되는 사례도 있다. 1957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의 작은 만에서 유조선이 좌초하는 사고로 다량의 석유가 방류되었다. 그 결과, 기름에 약한 성게 등의 조식동물은 전멸하였으나 그에 저항력이 있는 해조류는 살아남았다. 기름 유출 전 만 내의 해조류는 작은 군락을 형성할 정도의 규모였지만, 사고 후 만 전체의 3분의 1까지 점유할 정도로 번성했다. 이후 새로운 성게 집단이 정착한 뒤, 해조류 군락의 규모는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조식동물이 갯녹음 현상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조식동물의 자연적인 사냥이 최근 급격히 심각해진 갯녹음 현상을 일으켰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밀렵이나 어획 등으로 인해 조식동물의 천적이 감소한 것이 갯녹음을 촉진했다고 생각한다. 조식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포식자가 사라지자 조식동물에 의한 해조류 감소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주변 환경이 갯녹음에 영향 줘
한편, 또 다른 가설인 환경설에서는 주변 환경이 갯녹음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외부 환경 원인에 의해 해조류 개체 수가 감소하거나 석회조류 혹은 탄산칼슘의 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외부 환경 원인은 자연적인 원인과 인위적인 원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인 원인으로는 대표적으로 해류를 꼽는다. 석회조류는 따뜻한 물에서 번성하므로, 난류가 갯녹음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한류에 떠다니는 해빙은 대형 해조류에 물리적인 피해를 줘 개체 수를 감소시킨다. 그 외에도 담수의 유입이나 영양염의 부족이 해조류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인간 활동이 불러온 수질 오염
수질오염이나 지구온난화 등 인위적인 원인이 갯녹음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도 한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수질오염은 해조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해수의 석회수 농도를 증가시켜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콘크리트 공사에 쓰이는 시멘트, 혹은 토양을 중화시키기 위한 생석회 등이 해수에 유입되어 해수의 석회수 농도가 증가하면 탄산칼슘이 더 빠르게 석출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도 갯녹음의 원인이 된다.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물에 녹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면 해수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 탄산칼슘의 석출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갯녹음 현상의 원인에 관한 주장은 다양하다. 그렇지만 성게와 같은 조식동물 또한 환경에 영향을 받으므로, 식해설과 환경설이라는 두 가설이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갯녹음 현상을 일으킨다고 본다.

갯녹음 현상은 1980년대 이후부터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피해를 주기 시작하였고, 90년대 이후에는 동해 연안에서도 갯녹음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이 항공 영상기법을 이용해 동해안을 조사한 결과, 조사 면적의 60%가량에서 갯녹음 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갯녹음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등 각국의 해안에서 나타나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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