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3월, 생활관비가 올랐다. 하지만 아무런 의견 수렴 없이 학생 대표가 독단적으로 학교 측과 생활관비 인상에 합의했다. 생활관비를 논하는 회의에서 학생 대표로 참석한 사람은 학부생활관자치회(이하 생자회) 회장과 대학원생활관자치회 회장이 전부였다. 과연 생자회는 생활관 거주자를 대표해 학교 측과 생활관비에 대해 논의할 자격이 있을까. 생자회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다른 학교의 사례를 찾아 비교해보았다.

생자회의 설립 목적을 다룬 <한국과학기술원 학부생활관자치회 회칙>(이하 생자회 회칙) 제2조에 따르면, 생자회는 ‘학부 생활관에 거주하는 모든 학생의 복지와 편의를 위해 활동하며, 이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학생자치기구’이다. 생자회는 ▲기숙사 바자 ▲생활관 내 홍보물 부착 규제 등 생활관 거주자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거주자들이 불만사항 또는 개선사항을 건의할 수 있도록 각 생활관에 화이트보드를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뢰관과 지혜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고층에 거주하는 학우의 편의를 도왔다. 생자회의 활동이 회칙에 명시된 설립 목적에 부합하다는 것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학생 대표로서 학교와 생활관비에 대해 논의하는 일은 앞서 언급한 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생활관비 변동은 생활관 거주자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정당한 대표성을 띤 학생 대표가 학교 측과 만나야 한다. 하지만 대표성에 의문이 드는 생자회만이 학생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었다.


생자회에게 대표성이 있을까

생자회는 생활관 거주자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일까. 정지은 생자회장은 “생자회의 역할을 ‘생활관 거주 학생의 대표로 생활관을 관리하고 생활관 거주 학생의 편의를 돕는다’로 규정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생자회는 스스로 거주자의 대표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자회에게 대표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2013년 12월 28일, 생자회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의결권을 박탈당했다. 생자회가 생활관 거주 학우를 대표하기에 ‘대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생자회 회칙 제4조에는 생자회 회원 자격이 명시되어 있다. 생자회 회칙에 따르면 생자회는 ▲회장 ▲부회장 ▲총무 ▲각 동장으로 구성된다. 즉, 생활관에 거주하는 학우는 생자회 회원이 아니다. 특정 사람 또는 단체에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은 선거다. 생자회 회장단이 기숙사 거주자를 유권자로 하는 선거에서 당선되었다면 기숙사 거주자의 대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생자회 회장단 선거는 오직 생자회 회원만을 유권자로 규정한다. 혹자는 생자회 회원인 동장이 각 생활관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동장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생활관에 거주하고 있는 입사자 20명 이상의 친필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입사자 20명의 추천으로 하나의 생활관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생자회가 담당하는 생활관 중 가장 적은 수의 거주자가 입사하는 생활관은 나래관(248명)이다. 따라서 나래관 동장이 되기 위해서는 나래관 거주자 중 약 8%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거주자가 더 많은 다른 생활관에서는 더 적은 비율의 거주자에게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생활관 거주자 8%에게 추천을 받은 동장이 대표성을 충분히 띠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대표성이 의심되는 동장이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선거에서 선출된 생자회 회장을 생활관 거주자의 대표라 보기 어렵다.


생자회는 생활관 자치의 전문가?

대표성이 없더라도 생자회에 생활관 자치의 전문성이 있다면 학생 대표로 나설 수 있다. 행사준비위원회(이하 행준위)나 학생복지위원회(이하 학복위) 등 각 상설위원회는 자신의 활동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해당 사안에 대해 학생 대표로 학교 측과 회의한다.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생자회를 ‘생활관 거주자의 대표’가 아닌 ‘생활관을 담당하는 전문가’로 보고 있다. 김강인 총학회장은 “생활관비 협상에서 생자회가 가지는 역할은 대표자가 아닌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라며 생활관비 협상에서 생자회가 참여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자회가 학생사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지는 불분명하다. 생자회는 설립된 이후로 여러 번 전학대회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었다가 제외되었다. 하지만 결국 상설위원회가 아니라 특별기구라는 이유로 2013년에 대의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김 총학회장은 “생자회가 생활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졌는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라며 “행준위나 학복위처럼 상설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생자회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생자회의 구성을 들 수 있다. 생자회 회장단과 총무의 임기는 1년이지만, 동장의 임기는 6개월에 불과하다. 동장은 매 정규학기 직전 계절학기 첫 주에 공개모집으로 선출한다. 따라서 동장 선출 시 직전 학기 동장을 해당 학기 동장으로 선출하지 못하면 매 학기 다른 사람이 한 생활관의 동장이 된다.

현재 생자회는 각 회원이 꾸준히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기에는 부적절한 구조로 되어 있다. 동장이 아니라 집행부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상설위원회와는 대조적이다. 정 생자회장은 “작년까지는 집행부가 존재했지만, 집행부 월급 때문에 인건비 지출이 상당했다”라며 “지출을 줄이기 위해 생자회를 탄력적이고 효율적으로 개편했다”라고 생자회가 지금과 같은 구조를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최정아 기자

대표자 VS 전문가

우리 학교와 같이 대부분 학생이 기숙사에 거주하는 POSTECH의 경우, 기숙사자치회(이하 기자회)가 우리 학교의 생자회처럼 POSTECH 기숙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안을 담당한다. 다만, POSTECH 기자회는 기숙사 거주자를 대표할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하다. POSTECH 기자회는 <포항공과대학교 기숙사자치회칙>에서 기숙사에 거주하는 모든 학부생을 회원으로 명시했다. 그리고 기자회 회장단은 기자회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로 선출된다. 각 동대표도 각 동의 거주자가 뽑는다. 선거를 통해 POSTECH 기자회에 대표성을 부여한 것이다. 또한, 매년 공개모집으로 선출하는 기자회 집행부는 지속적으로 기자회 활동에 참여해 기숙사 관련 업무의 전문성을 높인다. 즉, POSTECH 기자회는 대표성과 전문성을 모두 가지는 단체라 할 수 있다.


생자회가 앞으로도 학생 대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생활관 거주자의 대표자’와 ‘생활관 관리 전문가’ 중 어떤 자격으로 나서는 것인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생자회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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