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40여 년 전 한국의 과학기술을 선도할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한국 최고에 만족할 수 없다. 조선일보와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전문기관인 QS에서 공동 조사한 2014년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우리 학교는 2위에 올랐다. 우리 학교는 이미 세계 일류 이공계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 학내 구성원은 물론 우리 학교 예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국가와 국민의 요구다.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과 연구 업적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세계 최고의 과학자와 과학 영재들이 문화와 언어의 장벽 없이 마음껏 연구하고 교육받을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한국어를 국어로 사용하고, 문화적 정체성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영미권 국가들에 비해 국제화 경쟁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학교는 장학금과 같은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언어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영어 강의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영어 강의 찬반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고, 캠퍼스 국제화를 위해 영어 강의가 유일한 대안일 수는 없다. 본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외국인 학생들이 모든 강의를 영어로 개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강의 계획서에 영어 강의로 명시된 과목의 경우 영어로 강의를 진행해 달라는것이었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영어 강의’는 영어 강의 찬반과 관련 없는 신뢰의 문제다. 수강생이 모두 한국인이건 외국인이 소수 포함되어 있건 영어 강의로 개설된 과목은 영어로, 한국어 강의로 개설된 과목은 한국어로 진행되는 것이 상식이다.

영어 강의로 개설된 과목 중 교수나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한국어로 진행되는 과목이 있다면, 지금 당장 강의 계획서에 명시된 대로 영어로 진행되어야 한다. 한국어가 불가피한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다음 학기부터는 공개된 강의 계획서와 실제 강의가 다른‘ 편법’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합당한 절차를 거쳐 한국어로 개설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영어 강의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도 현실화되어야 한다. 현재 필수 교과목으로 운영 중인‘ 초급한국어 1’,‘ 초급한국어 2’ 두 과목으로는 강좌명 그대로 초급 수준의 한국어밖에 배우지 못한다.

인문사회과학과에서는 이밖에도‘ 중급한국어’와‘ 고급한국어’과목을 개설하고 있지만, 외국인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어를 정규 교과목만으로 능통하게 구사하기는 어렵다. 정규 교과목에서는 우리 학교가 외국인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최소 수준의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어학센터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 학생들의 요구와 우리 학교 외국인들의 한국어 능력이 체계적으로 조사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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