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수많은 행성이 존재하지만, 그중에 생명체가 있는 행성은 지금까지 지구를 제외하고는 발견된 바 없다. 생명체가 살 수 있으려면 행성의 크기, 밀도 등 수 많은 요건이 적절하게 맞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맞추기는 대단히 어려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존재할 확률도 희박하다.

 

이러한 ‘조건’은 행성뿐만 아니라 우주에도 적용된다. 우주에서 은하계가 만들어지고, 각종 물리 법칙이 생명체 친화적으로 만들어지려면 다양한 무차원 기본 물리 상수들이 아주 치밀하게 맞아야 한다. 무차원 상수는 단위가 없는 우주의 기본 상수들로, 대표적으로 전자기력의 세기에 관여하는 미세구조상수 α, 중력의 세기에 관여하는 중력 결합 상수 등이 있다. 현재 우리 우주는 이 상수들이 대단히 정교하게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정도’에 맞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모든 다른 상수들이 변하지 않은 채 강한 핵력에 관여하는 상수만 1~2%가 변해도 수소 구조가 불안정하게 변해 은하계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우주가 된다. 

우주가 인간이 살 수 있는 상수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며, 우리 우주는 그런 확률을 뚫고 존재한다. 아주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창시된 개념이 다중우주론이다. 다중우주론은 우리의 우주 바깥에는 더 큰 세계가 있고, 우리 우주는 지구가 수 많은 별 중 하나인 것처럼 더 큰 세계에 있는 천문학적으로 많은 우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확률이 천문학적으로 희박하더라도 우리 우주 바깥 세계에는 천문학적으로 많은 우주가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중우주론은 끈 이론, M이론 등 다양한 물리 이론과 잘 맞아 떨어지지만, 우리 우주 밖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뿐만 아니라 다중우주의 존재를 확실히 하거나 직접 밝힐 강력한 방법 또한 아직 제시된 바 없어 다중우주의 존재 여부를 확실히 알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다만 올 3월 감지한 중력파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키면 우리 우주 바깥 세계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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