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벽을 넘어선 도전, 생물물리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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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벽을 넘어선 도전, 생물물리학을 만나다
  • 장영재 기자
  • 승인 2013.11.05 0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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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노벨 화학상은 강력한 계산화학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세 명의 과학자, 마르틴 카르플루스, 마이클 레빗, 그리고 아리에 와르셸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다. 위 세 과학자의 주된 관심사는 화학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효소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려고 했던 시도가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의 화학반응까지 시뮬레이션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이다. 생명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학문의 도전이 생물학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생물학과 다양한 학문이 만나 생겨난 '생물물리학’의 시대가 오고 있다.

 


물리의 눈으로 본 생명현상, 생물물리

생물물리학는 물리적인 접근법을 이용해 생명 현상을 탐구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생물학에서 잘 이용되지 않던 물리학과 화학의 이론을 받아들여 기존의 이론을 더 정밀하게 만들고, 새로운 기술로 생물학에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물리’라는 단어 때문에 생물물리학을 단순히 물리학의 공식을 이용해 숫자적인 예측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생물물리학의 핵심은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다른 학문의 방법론과 접근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물물리학은 단순한 실험부터 이론적인 연구까지 생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생물학 난제들에 새로운 실마리가 될 것

생명체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복잡한 체계 중 하나다. 연구가 심화될수록 그 복잡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그렇기에 생명체에는 기존의 방법론으로는 정확한 원리를 규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뽑히는 DNA의 구조도 그런 부분 중 하나였다. DNA가 생명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구조는 난제로 남아있었다. 당시 물리학계에서는 X선 회절 현상을 이용해 분자의 구조를 결정하는 연구가 큰 화제였다. 이 기법을 공부했던 프랜시스 크릭은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과 교류하면서 이 기술이 DNA의 구조를 알아내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3년, DNA의 이중나선 구조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물리학이 생물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이것이 생물물리학이 생물학의 난제들에 대해 새로운 실마리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새로운 분석 기법으로 넓어지는 생물의 시야

생물물리학회에 따르면 생물물리학의 연구 분야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던 분석 기법을 생명 현상 탐구에 응용하는 연구다. 이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분석 기법이 탄생할 때도 있다. 물리학에서 많이 이용하는 광학 집게 기술은 원래 물질이 빛에 의해 받는 압력을 이용해 레이저로 초점 근처에서 입자를 포획하는 기술이었다. 생물물리학자들은 이 광학 집게가 분자단위의 단백질 연구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DNA에 단백질이 부착되는 정확한 위치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DNA 양 끝을 광학집게로 잡고 다른 DNA 위에서 미끄러트리면서 마찰력의 변화를 측정해 단백질이 DNA에 붙어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 것이다.

 

메커니즘 분석으로 질병 치료에 큰 도움 줘

두 번째 분야는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이다.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은 물리학적, 화학적인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세포 내 효소들의 에너지 전달은 곧 열역학적인 에너지의 흐름으로 볼 수 있고, 신경 세포의 신호 전달 과정은 세포의 전기적인 성질과 큰 연관이 있다. 단백질이 접히고 결합하는 모든 과정은 전기력과 분산력 등의 힘으로 조정된다. 이러한 생명현상의 여러 메커니즘에 대한 생물물리학적 이해는 의학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화학·물리 통해 생체 분자에 대한 통찰 제공

세 번째는 생체 기관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다. 세포와 조직, 생명체 하나의 움직임을 생체 분자들의 구조와 특성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단백질 간의 반응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화학에서 연구된 여러 작용기의 특성을 분석하면 호르몬과 항체, 아미노산의 특성을 규정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물리학, 화학의 관점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 핵자기공명장치 기술은 고분자 단백질의 분자 구조를 밝혔다/ 위키미디어 제공
 

단분자 분광학으로 분자단위 연구 가능해

현재 생물물리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로는 단분자 분광학이 있다. 우리 학교 물리학과 윤태영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단분자 분광학과 광학·자기집게를 이용해 세포막의 물질 수송과 맞춤형 암 진단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단분자 분광학은 말 그대로 분자 하나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조정하는 실험이다. 지금까지의 생물학 연구는 대부분 10의 10승에 규모에 달하는 많은 분자의 움직임을 통계적인 방법으로 측정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분자들이 0과 1에 각각 피크를 이루는 경우와 가운데 0.5에 피크를 이루는 경우 모두 통계적 결과값은 0.5로 나타나 서로 구별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분자수준으로 관찰할 수 있는 단분자 분광학은 피크가 나타나는 지점을 구별할 수 있어 분자들의 분포를 정확하게 측정할 방법을 제공했다. 또한, 단분자 분광학을 이용하면 효소들이 결합하고 떨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역동적이고 복잡한 생물분자들의 움직임을 연구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분자 하나에 미세한 힘을 줘 움직일 수 있는 광학집게까지 이용하면, 실제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실험실에서 그대로 모사할 수 있다. 실제로 단분자 분광학은 근육 세포의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윤 교수는 “생물물리학의 정량적인 접근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명의 신비들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DNA의 합성 과정, 분자기계의 활동원리, 세포막의 작동 원리 등 분자수준의 문제부터, 광합성의 분자적인 메커니즘, 신경계의 시스템과 같은 세포 단위의 문제, 마지막으로 생명체를 아우르는 진화의 문제까지 생물물리학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생물학의 신비를 풀어낼 새로운 열쇠를 보여주었다. 윤 교수는 “생물물리학은 방금 시작한 신생 학문이지만, 생물물리학이 풀어낸 문제들을 보면 무시할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놀라움을 제공할 생물물리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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