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만 해도 인간의 DNA를 모두 해석해 게놈 지도를 만드는 것은 수많은 돈이 필요한 거대과학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현재는 100만 원만 있으면 인간의 게놈 지도를 만들 수 있다. DVD 1장에 해당하는 30억 개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정량적인 측정 기술이 저렴해지고 발달할수록 축적되는 생물 정보의 양을 끊임없이 증가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 거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없어 막막한 상황에 부딪혔다. 데이터 속에는 많은 정보가 숨어있지만, 그 정보를 찾아내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과 전산학이 생물에 손을 빌려줘 탄생한 학문이 생물정보학이다.

생물정보학은 수학과 전산학의 지식을 이용해 생명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생물정보학이 학문적 대상으로 하는 영역은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한 생물학 연구만이 아니다. 거대한 생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효소 반응 메커니즘 각각의 단계에 대한 이론적인 모델이 잘 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모델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워 연산 알고리즘을 작성하고, 만들어진 모델에 데이터를 대입해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이 생물정보학의 연구 과정이다. 이 외에도 생물정보학에서는 생체 분자 구조를 모형화해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생물정보학이 주로 사용되는 영역으로는 유전학이 있다. 사람의 게놈은 그 자체로도 거대한 데이터다. 이를 분석해 각각의 DNA가 어떠한 형질을 나타낼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컴퓨터는 사람을 대신해 DNA와 밖으로 나타나는 형질의 연관도를 계산한다. 이러한 결과는 암 진단을 포함해 광범위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방법은 진화과정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물정보학의 연구는 우리 눈으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큰 범위의 변화를 분석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연구자들은 수학과 전산학의 도움으로 복잡한 생명 네트워크를 근사해 컴퓨터 위에 모사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2,000개가 넘는 반응으로 이루어진 효소 네트워크도 일반적인 컴퓨터에서 몇 초 만에 계산을 끝낼 수 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생물학의 발전을 앞당긴다. 생물정보학의 발전은 생명의 신비를 모두 분석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가 컴퓨터에서 완벽히 구현 될 수 있을 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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