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한국 남성에게 병역 문제는 장래 계획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변수이다. 국방의 의무는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다. 남북이 대치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신체 건장한 남성이 병역의 의무를 지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소명이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가 단지 병역의 형태로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일정 자격과 면허, 학력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군복무를 하는 대신 병무청장이 지정한 업체에서 근무하게 하는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이공계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3년간 계속 연구를 하면서 병역의무를 면제받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두 제도 모두 이공계 출신 인력에게 병역 대신 산업체와 대학에서 국방의 기틀이 되는 산업과 과학기술에 기여하게 함으로써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다수의 박사과정 학생이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하고 있으며,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하고 있는 학부 과정 학생도 적지 않다. 이공계 출신 인력에 대한 처우와 봉급 수준이 열악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들이 병역으로 인한 연구와 경력의 단절 없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기여하게 하는 얼마 되지 않는 이공계 우대 제도의 하나로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대전·충남지방 병무청은 현역 대상자의 산업기능요원 지원 자격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만으로 제한한다는 추가 배정 안내를 공지했다. 산업기능요원 지원 자격 제한이 일시적인 것인지 항구적인 것인지 병무청은 공식적인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관계자의 비공식적인 전언을 종합하면 현 정부의 특성화고 육성 정책과 맞물려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특성화고 출신 인력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특성화고 육성은 소위 ‘학력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다. 특성화고 출신 인력에게 산업기능요원 혜택을 확대하는 것도 특성화고 육성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이 이공계 학부 학생에게 부여하던 혜택을 축소해서 운영되는 것이 타당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성화고 육성 못지않게 이공계 우수 인력 유치와 육성 역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산업기능요원 T/O 축소 문제에 대해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대체했던 학부 학생이 많았던 전산과를 중심으로 학생회 차원에서 진상 파악과 추후 대응책 모색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학생과 학생회 차원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학부 학생들의 장례 계획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학교 차원의 진상 파악과 대책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대학원에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데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듯, 학부 과정에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육성하는 데 산업기능요원 제도 역시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산업기능요원 T/O가 축소 내지 폐지되지 않도록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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