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자료의 ‘5대 범죄 범죄시계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7월 동안 5대 범죄(살인, 절도, 폭력, 강간, 강도)는 54초마다 1건꼴로 발생했다. 거듭될수록 진화되는 범죄 수법은 수사를 갈수록 어렵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범죄심리학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범죄심리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범죄심리학은 ‘과학적’일까?
범죄심리학은 심리학에 속하는 학문 중 하나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 구조와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범죄심리학은 심리학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학, 법학, 의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을 이용해 통합적인 시각으로 범죄에 접근한다. 신경계의 변화에서부터 사람의 지각, 행동, 무의식, 경험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낸다. 일부는 심리학이 비과학적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심리학은 반복, 관찰, 검증이 가능한 것만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범죄심리학적 평가 도구들은 현재 과학적 신뢰성을 인정받아 사법체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판결 단계에서 사용되는 범죄심리학적 기법들은 매우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을 따르지만, 수사단계에서 적용되는 범죄심리학적 기법들은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므로 유용성에 중점을 둔다. 범죄심리학적 수사기법인 프로파일링, 최면, 거짓말탐지기 등은 수사가 진행되기 어려울 때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범죄심리학적 기법은 그 효과를 형사사법체계에서 인정받았으며 실제 수사 과정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범죄심리학은 주로 살인, 성범죄, 방화, 연쇄성 범죄 등 강력범죄에 대해 연구하며 이를 분석해 범죄의 원인을 찾아낸다. 
 
사회를 들끓게 한 연쇄 살인사건
2003년 9월 피의자 A는 강남구 단독주택에 침입해 아무런 이유 없이 모 대학 명예교수와 부인의 목을 칼로 찌르고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그 후 이어 노래방 도우미 여성들을 상대로 살인을 시작했다. A는 2004년 7월까지 약 1년간 총 15명을 살해했는데, 범행 횟수가 증가할수록 범행 방법이 점점 잔인해지고 치밀해졌다.
경찰의 수사결과 처음의 노인 살해 사건에서는 금품물색의 흔적이 없었다. 이에 범죄심리학자 박선영 목원대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A가 부유층을 상대로 사회에 대한 불만과 증오를 해소하기 위해 노인들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검거된 A의 정신병질 결과는 연쇄살인범의 특징을 대부분 보여줬다. 연쇄살인범의 특징은 사회에서 비교적 지적, 외적, 권력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우월성을 살인으로 확인하려 는 특성을 가진다. 가난한 이혼가정에서 성장했으며 이혼과 수감생활까지 모두 겪은 A는 보통 이상의 지능과 반사회성, 정신병질, 대인 기피적 성향이 있었다. 이러한 성향이 인간에 대한 증오와 소외감을 만들어 냈다. 이 때문에 금전적 이득 대신 생명을 거둬 쾌락을 얻고,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으로 노인과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박 교수는 이 사건에서 A는 심리검사 결과에서 사회적 약자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97여 회의 방화를 저지른 범인은 목사?
2000년 2월부터 같은 해 4월까지 경기 부천시 일대 주택가와 교회 등에 97여 회에 걸쳐 방화가 일어났다. 피의자 B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촐한 교회를 운영하고 있던 목사였다.
범죄심리학자들의 분석결과, B는 어린 시절 지나치게 엄격한 교육과 높은 수준의 도덕을 강요받았고, 그 내용이 무의식에 억압되어있어 결벽증을 가지고 있었다. B는 교회 앞에 다른 사람이 쓰레기를 버린 것을 참지 못하고 이를 태우려고 처음 불을 지르게 되었다. 대부분 방화범은 충동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B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불에 대한 의식변화가 일어나 연속적인 방화가 된 것이다. B는 쓰레기를 평소 자신에 대한 불만과 큰 교회에 대한 불만의 대체물로 생각해 방화로 욕구불만을 해소했다. 또, 범죄심리학자들은 B가 방화로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데 희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방화범은 사람에게 직접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을 어려워해 불을 지름으로써 간접적으로 공격성을 표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불을 지르면서 쾌감과 긴장 완화를 경험한다. B 역시 마찬가지로 방화를 통해 공격성을 표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송채환 기자
 
범죄의 예방과 처벌 모두 관여해
이런 식으로 범죄발생 원인을 찾기 위해 범죄심리학에서는 다양한 범죄예측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PCL-R(Hare 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이다. PCL-R은 크게 대인관계, 생활방식, 반사회적 특성, 정서적 문제 등 4가지로 구별하여 정신병질자로 분류해 범죄자의 특성을 분석하는 도구로 재범 예측 확률이 높아 수사시 자주 사용된다. 
PCL-R은 연쇄살인범들의 정신병질을 검사하는데도 쓰인다. 또한, 범죄심리학적 평가나 전문가 의견과 함께 형의 부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범죄자에게 처벌 중 전자발찌 부과 여부를 결정할 때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범죄자의 특성을 나타내는 범죄심리학적 정보들이 사용된다.
 
사회병리현상의 대안으로 지목된 범죄심리학
범죄심리학은 검거된 피의자들을 분석해 범죄 예측과 통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범죄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으로 범죄예방대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피의자들의 성격과 특성을 분석한 정보를 모으면 범죄의 원인이 되는 사회의 병든 부분을 짚어낼 수 있다.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는 결코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범죄심리학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냄으로써 범죄로 인한 비극을 단절시킬 수 있다. 범죄심리학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와 권익 신장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더는 제2의 가해자,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열쇠가 된다.
범죄심리학은 순수하게 이론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응용적 측면이 활발히 연구되며 실무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범죄심리학은 단순히 수사상에서 범인을 추적하거나 진실을 가려내는 것을 넘어서 범죄의 예방하는 데도 의의가 있다. 또, 프로파일링, 최면 수사, 거짓말 탐지기 등 범죄심리학적 수사 기법으로 수사 시간을 줄여 빠르게 범인을 검거하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다. 한편으로는 교도소에서 이뤄지는 교정 교화 프로그램으로도 범죄심리학을 응용해 범죄 확률을 줄이고 범죄 통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서울디지털대학 범죄심리학과 김경옥 교수는 “범죄심리학은 범죄자의 행동으로 범죄자의 정신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범죄자를 검거해 재범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의 목표는 형사사법체계의 목표인 범죄의 정당한 처벌, 재범의 방지, 범죄 예방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범죄 안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범죄심리학을 통해 개인의 범죄 동기를 분석할 수 있다. 나아가 사회의 다양한 골칫거리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범죄심리학의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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