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은 런던에서 세계 최초로 지하철이 개통된 지 150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이후 지하철은 꾸준히 도시의 교통 혼잡을 해결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서울지하철 이용객 수는 약 24억 명에 이르렀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도시 교통 수단 중 하나가 된 지하철은 150년 동안 과학기술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더 많은 시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기 위해 지하철과 관련된 과학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 대전도시철도공사 제공
 
 

열차의 안전을 좌우하는 폐색장치

열차의 안전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폐색 장치다. 폐색 장치란 열차끼리의 충돌, 추돌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구간에 이미 열차가 있는 경우, 다른 열차의 진입을 막는 장치다. 열차는 자동차보다 제동거리가 길어 급정거가 어렵고 레일이 없는 곳에서는 방향을 틀어 장애물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폐색 장치의 중요성이 크다. 

예전에는 역끼리 직접 통신을 주고받는 수동 폐색 방법을 사용했다. 앞 열차가 다음 역을 지나간 후 현재 역의 열차를 출발시켰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은 제어시간이 길어 열차 운행 횟수가 제한적이었고, 이에 따라 열차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다. 

 

궤도회로와 계전기로 폐색 장치 자동화

이런 필요성에 의해 등장한 방법이 자동 폐색 방법이다. 자동 폐색 방법에서는 도체로 만들어진 전체 레일을 일정 구간으로 나누고 그 나누어진 부분을 절연 부분으로 만든다. 이 폐색 구간을 열차 진행 방향 쪽에 전원을 두고 양 레일을 연결해 전류가 흐르는 회로로 만든다. 그리고 열차 출발 쪽 회로에 계전기를 연결한다. 계전기는 전류의 양 등 여러 가지 입력 신호에 의해 회로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장치다. 이 경우 계전기는 다음 열차에 진행 신호를 보내는 신호기와 연결되어있다. 레일 전류의 흐름에 이상이 없을 때에는 계전기가 신호기와의 회로를 연결해 다음 열차에 진행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열차가 폐색구간을 지나가게 되면,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열차의 바퀴와 바퀴 축이 레일을 지나가면서 단락이 일어난다. 전류가 열차를 타고 흐르는 새로운 회로가 생기고, 계전기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 신호기 램프가 꺼진다.

 
▲ 자동 폐색 방법의 원리. 열차가 폐색 구간에 들어오면 계전기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 신호기 램프가 꺼진다/ 곽해찬 기자
 
 

조종사 없이도 제동 거리 조정 가능해

폐색구간의 길이는 열차의 길이나 제동거리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대부분의 폐색구간은 레일 길이에 따라 고정되어있으나, 최근에는 무선 통신이 발달하면서 폐색구간이 고정되지 않은 방법이 등장했다. 이 방식을 이동 폐색 방법이라고 한다. 이동 폐색 방법은 열차끼리 정보를 무선통신으로 주고받아 서로 안전한 제동 거리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이동 폐색 방법은 열차제어용 컴퓨터를 통해 시스템 조정실에서 직접 조정하기 때문에 무인운전이 가능하다. 최근 개통한 신분당선 무인 열차는 이동 폐색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열차 문과 동시에 열리는 스크린 도어

열차 주행 중 중요한 장치 중 하나가 폐색 장치라고 한다면 승강장 내부에서 중요한 장치 중 하나는 승강장 안전을 책임지는 승강장 안전문이다. 흔히 ‘스크린 도어’라고 불리는 승강장 안전문도 통신에 의해 자동으로 동작한다. 승강장 안전문은 열차 문에 따라 개폐가 결정된다. 열차 하부에는 열차 내 여러 정보를 송신할 수 있는 안테나가 부착되어있다. 그리고 승강장 레일에는 회로가 있어 열차 하부 안테나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 회로는 승강장 안전문 개폐장치와 연결되어있다. 따라서 열차가 출입문을 열면 열차 하부의 안테나가 출입문을 열었다는 정보를 궤도회로로 송신하고, 이에 따라 승강장 안전문이 열린다.

 

공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기 시스템

승강장을 포함한 터널 내부의 또 다른 중요한 기술은 환기 시스템이다. 승강장의 공기뿐 아니라 열차 내부의 공기까지 결국 터널 내부 공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터널 내부에는 공기의 변화에 민감한 센서들이 여러 개 부착되어있다. 그리고 이런 센서들의 신호에 따라 일부 환풍기에서는 흡기가, 또 다른 환풍기에서는 배기가 이루어진다. 이 센서와 환풍기들은 특정 조건에서 반응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있다. 예를 들어 터널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이를 감지한 센서 근처에 있는 환풍기들이 연기 및 유독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더 활발히 작동한다.

 

쾌적한 환경 위해 소음 줄이려는 노력도

한편, 안전기술 이외에 시민들이 지하철을 쾌적한 환경에서 이용하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음 차폐 기술이다. 열차는 레일과 접촉하면서 다양한 소음을 만든다. 이런 소음에는 분기부나 레일이음부에서 열차와 레일이 순간적으로 분리되었다 다시 접촉하면서 생기는 충격음, 바퀴와 레일의 불규칙한 표면 때문에 생기는 전동음 등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소음은 열차가 곡선 궤도를 돌 때 바퀴와 레일 사이의 마찰 때문에 만들어지는데, 이 고주파 소음을 스퀼 소음이라 한다. 스퀼 소음은 서울 지하철 시청-종각 구간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런 여러 가지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귀에 가장 거슬리는 스퀼 소음을 감소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레일 도유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레일 도유기는 레일과 열차 사이의 접촉면에 유지를 바르는 장치로, 이를 이용하면 마찰을 줄여 스퀼 소음을 줄일 수 있다. 그 밖에도 이음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음을 없애기 위해 이음부를 없애는 레일 장대화 작업이나, 분기부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전에는 관절식이었던 분기부를 탄성 소재로 탄성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동음을 줄이기 위해 레일을 연마하는 작업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방음벽을 설치하거나 터널 내부에 흡음재를 설치하는 등 레일 외적인 요소로도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터널 시공부터 시작해서 환기 시스템, 소음 차폐 기술까지 지하철은 구석구석까지 과학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드물다. 자동화된 기기도 많고 점차 시스템도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세계 최초 지하철이 개통된 지 150년이 지난 오늘날 신분당선과 같은 무인 열차도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더 안전하고 더 쾌적하게 시민들과 함께 달리는 지하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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