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영화관을 찾는 사람의 수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대폭 줄었고,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관련 기사 520호 [영화관 나들이의 추억, 사라질까]). 그런가 하면 작년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이 3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등, 이례적인 기록도 나타나고 있다. 왜 영화인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라고 할까?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왜 특별할까? 본지는 이 질문에 답하며 영화관을 향한 발걸음을 망설이는 독자를 위해 영화관에 가야 하는 이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관, 교류의 장이 되다

영화관에서 최신 영화만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요’이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를 만나볼 수도, 감독에게 직접 질문을 건넬 수도, 이미 개봉한 지 30년도 넘은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최근 많은 영화가 흥행을 위해 극장을 찾아 관객과 인사하는 무대 인사를 한다. <서울의 봄>의 경우 200회가 넘게 관객을 만났으며 천만 관객 돌파 이후 축하의 의미로 주·조연 배우들이 전부 무대인사에 나서기도 했다. 무대 인사는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영화 상영 전후로 극장을 찾아 관객과 인사하고 추첨을 통해 선물 등을 나누어 주는 행사로, 10분 남짓 짧게 이뤄지지만, 예매가 매우 어렵다. 실제 무대 인사를 가보면 극장이 가득 찬 흔치 않은 풍경을 볼 수도 있다. 각종 영화사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대 인사 예매 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일반 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예매할 수 있다. 방법을 몰라서, 혹은 티켓값이 더 비쌀 것으로 생각해 가지 못했던 사람도 이번 기회에 무대 인사에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 무대 인사를 계기로 꾸준히 영화관에 방문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단순히 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시간도 있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실제 존재하는 GV(guest visit)라는 행사로, 영화 관람 후 영화 관계자와 배우, 혹은 초대받은 손님과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이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GV를 통해 관객은 영화와 관련한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하고 김태리가 출연한 영화, <외계+인 2부>의 경우 강동원, 박찬욱 등 다양한 영화인이 GV에 참여했다. 강동원은 최동훈 감독의 흥행작 <전우치>의 주인공으로, 박찬욱은 김태리의 첫 상업영화 <아가씨>의 감독으로 <외계인+인 2부>와 연이 있었다. 

이 외에도 영화관 앱에 접속하면 다양한 행사 홍보를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CGV는 ‘누군가의 인생 영화 기획전’, 메가박스는 ‘명작 리플레이 기획전’, 롯데시네마는 ‘힐링 무비 기획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찾는 명작 재상영을 한 바 있다. 일반 영화의 반값도 안 되는 5,000원에 <어바웃타임>, <비긴어게인> 등의 명작을 볼 수 있었고, 이는 당시 최신 개봉작의 좌석 판매율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러한 재개봉 행사에서는 스페셜 포스터 등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을 제공하기도 하기에, 좋아하거나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재개봉한다면 영화관에 가서 보길 권한다. 현재 CGV에서는 <서울의 봄> 흥행에 힘입어 정우성이 전성기 때 출연한 작품인 <비트>와 <태양은 없다>가 상영 중이다.

많은 행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런 행사가 일반 관객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여전하다. 실제로 무대 인사를 예매하는 법을 몰라 가보고 싶은데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더불어, GV 등의 행사를 하지 않는 상영관이나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관객 유치가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영화는 영화관에 최적화된 콘텐츠다

최근 다양한 OTT에서는 극장에서 막이 내린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 심지어 흥행에 실패한 경우, 영화관 상영이 끝나기도 전에 OTT에 해당 영화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어 많은 이가 더욱더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기에 가장 적합하게 제작된 콘텐츠다.  아무리 많은 장비를 사들여 홈 시어터를 만들더라도 오직 영화 상영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관의 음향을 이길 수는 없다. 연출자가 의도했으나 작은 화면에서는 놓치기 쉬운 요소가 있다는 것도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된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는 배우 오마 샤리프가 지평선에서 점으로 보이다가 서서히 가까워지는 것을 가만히 촬영한 장면이 있다. 영화관 스크린은 크기 때문에 영화관에서는 이 인물이 다가오는 것이 잘 보이며, 관객은 그 등장에 압도될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본다면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앞으로 오기 전엔 화면이 미동조차 없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처럼 영화관에서 봐야만 느낄 수 있는 압도감이 있다.

스크린 자체의 특성도 고려할 수 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비율은 1:1.33인 반면 대표적인 두 영화 스크린인 비스타 비전과 시네마스코프의 비율은 각각 1:1.85, 1:2.35이다. <아메리칸 뷰티>라는 영화에는 긴 식탁을 두고 양 끝에 두 인물이 앉아 식사하는 장면이 있다. 이를 TV로 옮겨온다면 화면에서는 두 배우가 스크린 밖으로 넘어가 식탁만 보이거나 전체 화면을 줄여서 스크린에 끼워 맞추는 방법밖엔 없을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런 경우, 두 인물의 대립을 보여주는 연출적 요소가 무의미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열차의 도착>이라는 50초 정도의 짧은 영상이다. 이보다 일찍 에디슨은 영화 영사 장치 키네토스코프를 개발하였다. 키네토스코프를 이용해 본 영상을 최초의 영화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이 장치를 이용해서는 한 명만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영화는 여러 명이 함께 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리스 원형 극장은 민주적 시민 사회의 은유였으며, 시민은 이곳에 모여 공동체의 미래에 관해 논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공간적 체험은 중요하며, 이는 극장에서 이뤄질 수 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 중 대다수는 누군가와 함께 간다. 교류의 시간을 극장에서 보낸다는 것은 영화관이 공간적 체험을 제공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소소한 몇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영화관은 최적의 색감도 제공한다. 메가박스의 Dolby Atmos 관에서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 새까만 화면에 ‘This is real black’라는 문장이 나온다. 우리가 집에서 OTT로 보는 영화의 색감은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 배속이나 끊어 보기를 많이 하는 현대인에게 극장은 온전히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요약하자면, 영화관의 최대 이점은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영화관 잘 써먹기

본 기사의 제목이 ‘영화관 이용 백서’인 만큼,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잘 써먹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영화관은 발전하고 있다. 영화를 더 탁월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의 상영관과 힐링 등의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영관도 있다. 이를테면 온전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Dolby Cinema, 특별한 오감체험을 제공하는 4DX, 3면으로 확장된 스크린의 ScreenX, 요리사가 있는 CINE DE CHEF, 리클라이너 침대가 있는 Tempur Cinema 등의 예시가 있다. 영화광이라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보았을 용산 아이파크 몰 CGV의 IMAX관은 국내 웬만한 IMAX 상영관의 폭보다도 긴 높이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Screen X와 4DX가 결합한 CGV의 ULTRA 4DX관은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취향과 목적에 따라 원하는 영화관을 선택하여 방문해 보길 권한다.
상영관에 따라 추천하는 자리도 있다. IMAX 관이나 3D/4D는 생생함을 위해 4~6열 중앙을, 음악이 중요한 뮤지컬 영화는 실제 관계자들이 앉아서 음향을 확인하는 맨 뒤 3열을, 외국 영화는 자막을 편히 볼 수 있는 왼쪽 좌석을 추천한다.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상영관에 따라 좌석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대부분의 멀티플렉스에는 비싼 티켓값 때문에 영화관 찾길 망설이는 사람을 위한 여러 할인 서비스도 있다. CGV에서는 스피드 쿠폰, 메가박스에서는 빵원티켓, 롯데시네마에서는 무비싸다구라는 이름으로 한정 수량의 무료 혹은 할인 표를 제공하고 있다. 웬만한 상업 영화에는 주기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기에 이를 이용해 저렴하게 최신 영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멀티플렉스의 티켓값이 부담스러운데 그렇다고 할인 행사만 기다리기 답답하다면, 각 지역의 예술 영화관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멀티플렉스에서는 잘 상영하지 않는 영화도 많이 상영하기에,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경험까지 하게 될 것이다. 덧붙여, 시사회 응모에 당첨된다면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크린 속 배우들을 실제로 만날 수도 있기에, 여러 영화사와 영화관 홈페이지를 참고하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만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있다. 행사 기간에 영화 표를 카운터에 가져가면, 영화를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여러 기획 상품이 증정되곤 한다. 특히 상업 영화의 개봉주에 CGV는 TTT(That’s The Ticket)와 필름 마크, 특별관 포스터, 메가박스는 오리지널 티켓, 롯데시네마는 아트카드와 같은 영화에 어울리는 상품을 제공한다. 독립 영화의 경우, 예술 영화관마다 다른 포스터를 제공하거나 금속 배지, 엽서를 증정하는 등 영화 상품을 통한 홍보에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영화 상품을 모으기 위해 같은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하는 관객도 있다.

OTT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영화관 개봉을 목표하던 영화마저 다양한 플랫폼을 찾는 실정이다. 하지만 영화관의 가치는 무한하며, 극장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려는 노력도 각양각색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면, 이번에는 OTT 서비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영화관을 찾는 것은 어떨까?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여도 좋고 혼자라도 좋다. 영화적 경험이 극대화되는 곳, 영화관이 다시 북적일 날을 기대해 본다.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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