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의 사람들은 십중팔구 양손에 종이봉투를 들고 있다. 따뜻한 종이봉투 속에는 다양한 빵이 가득하다. 대전하면 빵, 빵하면 대전. 가장 유명한 성심당뿐 아니라 웬만한 동네 빵집들도 상당한 수준이기에 오직 ‘빵지순례’를 위하여 대전에 여행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그런 빵의 도시 대전에서 지난 28일과 29일, 이틀간 빵축제가 개최되었다. 빵축제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사)에서 서대전공원으로 위치가 옮겨졌고, 참여 빵집도 45개에서 70개로 늘어나며, 지난해에 비해 축제 규모가 대폭 커졌다. 커진 규모만큼 방문객도 늘어, 주말 동안 서대전네거리 일대가 빵과 사람으로 북적였다.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빵축제가 취소된다?

빵축제는 2021년 첫 개최부터 지난해, 두 해 동안 ‘빵모았당’이라는 이름으로 대전관광공사와 대전빵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주최 및 주관하에 열렸다. 특히 지난해,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 유치에 성공했으며, 대전 외 지역 방문객 비율도 약 35%를 기록하며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505호 <빵으로 하나되는 대전, <빵모았당>으로 오세요>)

조직위는 올해도 4월에 ‘빵모았당’을 개최할 계획이었으며, 100여 개의 참가업체도 모집했다. 그러나 대전관광공사는 “10월에 개최 예정인 ‘2023 대전빵축제’ 외에 빵 관련 행사는 대전관광공사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으며, 결국 지난 3월, 조직위는 ‘빵모았당’ 행사를 잠정 취소 및 연기되었다고 공지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난 4월에는 ‘빵모았당’ 상표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빵축제가 두 개라는 것인가’, ‘빵축제가 4월에서 10월로 미뤄진 것인가’, ‘빵축제가 취소된 것인가’ 등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여러 시민의 의견으로도 올 초의 혼선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대전관광공사가 해당 상표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올가을 ‘2023 대전빵축제’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마무리되었다. 
 

사진 1. 2023 대전빵축제에 입장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방민솔 기자
사진 1. 2023 대전빵축제에 입장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방민솔 기자
사진 2. 빵축제에서 구매할 수 있었던 몇 가지 빵의 모습이다.                                                                          ©방민솔 기자
사진 2. 빵축제에서 구매할 수 있었던 몇 가지 빵의 모습이다.                                                                          ©방민솔 기자

 

서대전공원에 옹기종기 모인 70여 개 빵집

올 초 논란이 있었음에도 2023 대전빵축제는 이전보다 더 큰 규모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대전관광공사는 빵축제의 위치를 기존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사)보다 더 넓은 서대전공원으로 옮기고, 참여 빵집도 45개에서 70개로 늘리며, 지난해에 비해 축제 규모를 대폭 키웠다. 

빵축제의 중요한 재미 중 하나는,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러 대전 동네 빵집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했지만 멀어서 가지 못했던 빵집의 빵도 도전해 볼 수 있지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른 지역의 빵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실제로 성심당과 서대전공원이 위치한 중구의 빵집 외에도 서구, 유성구, 심지어는 대덕구, 동구까지, 대전 모든 구에서 하나 이상의 빵집이 참여했다. 유성구에서 빵축제를 찾은 정진수 씨는 “평소에 빵을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러 빵집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제가 모르는 빵집을 둘러보고, 어떤 빵이 맛있을까 보면서 많이 사 먹어보고 싶다”고 호기심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빵집 부스 앞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빵을 구매하고 있었는데, 한스브레드, 슬로우브레드, 하레하레과자점, 푸우딩, 콜드버터 베이크샵, 그리고 후원사이기도 한 성심당 등 몇몇 빵집 앞에는 특히 더 긴 줄이 형성되었다. 우리 학교에 입점해 있기도 한 캘리포니아 베이커리 카페, 우리 학교에서 가까운 어은동에 위치한 콜마르브레드 등 반가운 빵집도 볼 수 있었다.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행사가 시작했는데도 오후 2시쯤에는 벌써 매진된 빵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중구 대흥동에서 와 파마고산도와 샌드위치를 판매한 ‘우라산’ 부스도 그중 하나였다. ‘우라산’ 측은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저희가 생각했던 준비했던 재료들이 얼마 안 돼서 바로 매진 되어버렸다”며, “내일(일요일)은 재료를 더 풍부하게 준비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빵빵한 프로그램과 공연

빵축제에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은 빵을 구매하고 먹는 것 외에도 다양했다. 오후 1시부터 프로그램 시간표가 꽉 차 있어, 행사장이 축제 분위기로 내내 들썩였다.

메인 무대에서는 낮에 랜덤 댄스, 빵 골든벨, 레크레이션, 국악 공연이 펼쳐졌다. 메인 무대가 쉬고 있을 때는 다른 장소에서 꿈돌이 포토 타임, 버스킹 공연, 석고 마임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토요일 저녁에는 메인 무대에서 개막식과 조현아, 양다일, t024의 축하 공연이 있었다. 일요일에는 육중완밴드, 시그니처, 신사가 저녁 축하 공연을 맡았다. 낮부터 차 있던 객석 주변은 저녁이 되자 서서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 외에도 우송정보대학 체험부스에서는 하루에 여덟 회차씩 무료로 쿠키와 케이크 꾸미기 체험을 운영했는데,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회차당 12명의 선착순 예약이 마감되었다. 또, 주최 측이 운영한 이벤트 부스에서는 3만 원 이상 구매 시 크레인 기계로 마카롱 등을 뽑는 빵 크레인 이벤트와 4만 원 이상 구매 시 아이스크림을 직접 쌓아서 먹는 빵빠레 트로피가 진행되었다. 주로 어린이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 3. 빵축제를 즐기는 시민들과 혼잡한 행사장 입구의 모습이다.                                                                      ©방민솔 기자
사진 3. 빵축제를 즐기는 시민들과 혼잡한 행사장 입구의 모습이다.                                                                      ©방민솔 기자

전국의 빵순이 빵돌이, 대전에서 모이다

빵축제에 많은 방문객이 모인 만큼, 사람들이 각자 축제를 즐기는 방법이 다양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스탠딩 테이블이나 잔디밭에 앉아 삼삼오오 빵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면, 가족과 함께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 무대를 보러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양손에 빵을 가득 든 채 끊임없이 새로운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북 김천시에서 온 정원준 씨는 빵만을 목적으로 빵축제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평소에는 성심당이나 한스브레드를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더 다양한 빵집에 방문했다”며, 특히 “이케엔솜의 오리 모양 마들렌을 구매하고 싶었는데 품절되어 구매하지 못했다”고 이번 방문의 즐거움과 아쉬움을 표했다. 또, “사람이 많아서 빵이 잘 안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며 “어디에 어떤 빵집이 있는지 더 잘 보이도록 부스를 넓게 배치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앞으로 빵축제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을 전했다. 

아직 대전관광공사에서 정확한 방문객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대전관광공사에서 예상한 것보다 많은 사람이 빵축제를 찾은 점은 분명하다. 방문한 사람에 비해 빵집 부스 사이 간격만 좁았던 것이 아니다. 행사장 자체가 방문객에 비해 좁았다. 이에 따라 행사장 내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장객 수를 조절하여, 입구를 기준으로 서대전공원을 한 바퀴 도는 매우 길고 혼잡한 입장줄이 형성되었다. 심지어 입구가 두 군데로 나뉘어 있었고, 입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부족하여, 빵축제 입장만 1시간 넘게 대기한 방문객도 많았다. 

올해 대전 빵축제는 행사장을 넓은 곳으로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이전 빵축제들과 마찬가지로 방문객 수에 비해 행사장이 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시민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빵축제를 향한 시민들의 관심과 ‘빵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은 축제 준비 및 관리가 요구된다. 

 

장소 | 서대전공원 일원
기간 | 2023.10.28~2023.10.29
입장료 | 무료
시간 | 10:30~21:00
문의 | 대전관광공사 042) 25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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