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학교가 아닌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파업, 교내 구성원의 지지 바란다”

 지난 1월 17일, 우리 학교 시설지원직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대전지역 일반지부 카이스트지회(이하 노동조합)가 본관(E14)에서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이하 총파업 결의)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본지 513호 <시설지원직 파업 시작하나, 노동조합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 개최해>) 지난해 3차례의 임금 교섭에도 불구하고 복지포인트, 가족수당 등의 측면에서 합의점에 이르지 못해 노동조합이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을 엿보인 것이다. 

총파업 결의와 더불어 학교 곳곳에 여러 현수막, 대자보가 걸리며 교내 구성원 사이에서는 여러 갑론을박이 터져 나왔다. 학교 측의 입장에 공감하여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바가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더러 학교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라는 주장과 노동조합 측의 입장에 공감하여 학교 측이 시설지원직 임금의 절대적 수치를 고려하지 않으며 복지 수당 등 여러 방면에서 시설지원직을 차별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본지는 당시 김호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 일반지부 지부장 및 이상호 노동조합 지회장과 시설인력지원팀 민경병 팀장을 인터뷰하여 노사 각각의 입장을 전함과 동시에, 노사가 KAIST 구성원이라는 소속감 아래 대화를 통해 협의점을 찾아가고자 한다는 점 역시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시점까지도 노사 간 합의점을 구체적으로 찾지 못했다. 노동조합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가오는 22일, 시설지원직 총파업이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이러한 시점에서 다시금 김 지부장과 이 지회장을 인터뷰하여 합의에 다다르지 못한 이유와 더불어, 파업의 진행 경위를 들어보았다. 
 

지난 1월 17일, 본관(E14)에서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개최되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월 17일, 본관(E14)에서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개최되었다.                                김민주 기자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합의 못한 이유는 실제 예산 부족의 문제

김 지부장과 이 지회장은 노동조합의 입장이 지난 1월과 달라지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복지수당을 일반직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올리자는 것과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노동조합의 입장은 기존과 동일하다”고 이야기하며 “학교 측에서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2022년도 불용액의 사용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지부장이 언급한 불용액은 2022년 시설지원직 인건비 중 집행하지 않은 예산으로, 학교 측은 해당 잔액이 정부 예산의 불용액이 아닌 별도의 학교 예산이며 시설지원직의 인건비 인상률에서 해당 예산의 수당 분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부장은 “불용액 사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지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요구 사항 실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학교 측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조합 역시 학교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한편, “기재부의 지침에 관해 노사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진 것이 1월에 비해 발전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지부장은 나아가 기재부 지침이 2019년 <KAIST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서>(이하 전환 합의서)와 모순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노사가 <정부 정규직 전환 임금가이드라인>에 기반하여 <KAIST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서>를 만든 것”이라며 “이미 이를 통해 직무급제와 현재의 인상률을 정한 것인데, 정권이 바뀌며 전환 합의서를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훨씬 낮은 인상률을 포함하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환 합의서에 따른 직무급제에서는 가장 기본급이 낮은 가의 1단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라 인상률이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 기획재정부는 시설지원직을 포함한 총액 인건비를 배정할 때, 일괄적으로 전년도의 예산에 최저임금 인상률에 비해 낮은 기재부 지침 상의 인상률로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기존 합의에 따른 인상을 포함한 예산에 기재부 지침 상의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학교 추산으로는 2024년부터 인건비 예산이 부족해진다”라고 덧붙였다.
 

22일 파업은 학교 상대의 시위가 아닌, 기재부 상대의 시위

이 지회장은 이번 파업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회장은 “2000년도에 KAIST 일반직 노동자들이 아웃소싱, 비정규직 확대, 정규직 명예퇴직 등을 막기 위해 파업했던 것을 제외하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0년의 파업이 실패함에 따라 당시 용역직이 대폭 확대된 것이기에 시설지원직 직군으로서는 사상 첫 파업이라 할 수 있다”라며 그 중대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용역직이 정규직 전환 합의를 겪으며 현재의 시설지원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김 지부장은 이번 파업의 대상이 학교가 아니라는 부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이번 파업은 기재부의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대한 투쟁이다”라며 “학교를 상대로 하는 투쟁이 아니라 기재부를 상대로 하는 투쟁이기에 교내 교섭위원들은 이를 제한할 수 없으며, 그 나름대로 공감하는 부분 역시 있다”고 주장했다.

다가오는 22일 파업 일정에 관한 설명 역시 들을 수 있었다. 김 지부장은 “우리 노동조합의 전 조합원이 참여한다”라며 “시설, 미화, 사감, 캠퍼스폴리스, 경비 등 본원 캠퍼스와 문지 캠퍼스의 시설지원직 직군에서 240명 가량이 동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회장은 “240명 중 비율로는 미화 직군이 가장 많다”라며 “당일 약 100명의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참여해 거의 대부분의 인원이 파업에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사님(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학생들의 불편을 걱정하여,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을 12시에 시작하기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파업 시작 전 업무 이행을 통해 학생들의 불편 사항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감의 경우, “일부 비조합원이 있으며, 교대제에 따라 비번인 사감 직원들만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시설, 즉 전기, 기계, 건축 등의 부분에 관해 생길 수 있는 문제 역시 긴급상황에서 총괄주임 등이 대체할 수 있다”라며 학교 측을 배려했다는 노동조합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지부장 역시 “노동조합 역시 교내 구성원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투쟁 대상이 학교가 아닌 기재부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지회장은 이번 파업이 합법적인 무급 파업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오전에는 학교 내에서 조합원들 간의 결의를 다지고 오후에 다같이 기재부로 이동할 예정”이라며 당일의 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오전에 별도의 시위나 선포식 없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12시까지 조합원 교육을 한 뒤, 노천극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바로 기재부로 이동할 예정이다. 노동조합은 기재부에 기존 전환 합의서를 고려하는 인건비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 밝혔다. 김 지부장은 “기재부가 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학교와 복지수당 차원에서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노동조합은 중앙 차원에서의 정식 면담 역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노동조합 중앙 차원에서 같은 날 오후 기재부에 면담을 요청했다”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재부가 이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의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라면서도 “그 이후의 상황에서는 그때의 계획을 따로 세울 것”이라 설명했다.
 

교내 구성원의 지지가 필요한 시점

김 지부장은 용역직 시절과 시설지원직인 현재, 처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환한지 3년이 지났음에도 용역 시절 체계를 그대로 답습하여 임금이나 관련 절차가 민주적이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이번에 TF 팀을 꾸려 전반적인 체계를 다시 논하기로 했다”라며 “조금 늦기는 하지만 천천히 변화하는 부분은 고무적이다”라고 총평하기도 했다. 이 지회장 역시 악습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지회장은 “정규직 전환 전의 용역회사 당시의 중간 관리자들 역시 그대로 승계되며 직장 내 괴롭힘 또한 이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기술주임 중 하나가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을 괴롭혔다”라며 관련 내용을 밝히며 “용역직 때부터 괴롭힘이 있었으나 이제야 해당 사실이 공론화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전환된 뒤에 그나마 직장 내 괴롭힘을 관리해주는 인권윤리센터, 노동조합 등이 있어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지부장은 “시설지원직이 오랜 기간 비정규직으로 있다 최근에 정규직화가 되었음에도 여러 부분에서 비정규직 시절의 악습이 고착되는 바가 있다”라며 “이러한 차별을 차이로 느끼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나아가 “같은 직원임에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사팀이 아닌 시설인력지원팀이라는 별개의 행정 조직이 관리하는 등 시스템적 측면부터 개개인의 인식까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회장은 “정작 다르게 해야 할 곳에서는 현장직의 실상을 모른 채 통일한다”라고 불만을 토하기도 했다. 그는 “시설지원직 자체가 처우가 힘든 현장직이라 신입이 들어와도 금방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채용 절차 간편화가 있어야 현장 공백이 줄어드는데, 채용에서는 일반직 시스템을 따르다 보니 공백이 초래된다”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휴가 사유 역시 시설지원직의 현실과는 맞지 않은 부분이 있어 병가 등이 반려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역시 치료를 위한 병가를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학교 차원에서 시설지원직을 적극적으로 이해하여 행정적으로 통일해야 할 부분은 통일하고 특이성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고려해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정리했다.

두 사람은 교내 구성원의 연대와 공감을 부탁하기도 했다. “학교는 학생이 주인이다”라고 밝힌 김 지부장은 “학생들이 이러한 상황을 알아 처우 개선을 도와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밝혔다. 이 지회장 역시 “시설지원직은 교내 구성원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한편, “편리한 캠퍼스 생활에 숨은 시설지원직의 노력이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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