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우리 학교 본관(E9)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대전지역 일반지부 카이스트지회가 주최한 시설지원직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열렸다.                                                           © 김민주 기자
지난 17일, 우리 학교 본관(E9)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대전지역 일반지부 카이스트지회가 주최한 시설지원직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열렸다.                                                           © 김민주 기자

지난 17일, 본관(E14) 앞에 빨간 외투를 입은 여러 사람이 모여들었다. 우리 학교 시설지원직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자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이하 총파업 결의)가 개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날 열린 총파업 결의를 통해 시설지원직의 상여금 및 복지포인트 등을 일부 증액하고 교대근무 체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본지는 해당 사안을 중립적인 관점에서 전달하고자 노동조합 (이하 노조) 측에서 김호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 일반지부 지부장과 이상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대전지역 일반지부 카이스트 지회 (이하 카이스트 지회) 지회장을, 학교 측에서 민경병 시설인력지원팀장을 인터뷰하여 해당 기사를 작성하였다.

지난해 학교 측과 노조 측은 3차례의 노사 간 임금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으로 인해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였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달 19일, 충청남도 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중재를 신청하였고 지노위의 협조 아래, 2차례 조정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노사 간 합의점을 찾는 데에 결국 실패하였고 지노위는 최종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 측은 이에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여 재적인원 236명, 투표 인원 2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15명(91%), 반대 15명(6%)로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이가 바로 지난 17일 정오부터 열린 카이스트 지회 개최의 총파업 결의였다. 이날 열린 총파업 결의는 실제 파업 시작이 아닌, 추가적인 교섭이 결렬될 경우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일종의 파업 선포식이었다. 이날 노조는 교통비를 일반직과 동일한 월 20만 원 수준으로 지급할 것, 복지포인트를 일반직의 절반 수준인 연 100만 원으로 인상할 것, 가족수당을 일반직과 동일하게 보장할 것, 시설지원직 교대근무 체계의 인력을 충원할 것을 요청했다.

학교 측과 노조 측이 합의하지 못한 대목은 수당 면이었다. 우리 학교의 직원은 크게 3가지 직군으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정규직이라고 표현하는 일반직, 연구 등의 분야에서 학교와 무기 계약을 맺은 학연지원직, 환경미화 노동자나 사감 등 2020년 3월 1일, 22년 1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정규직으로 전환된 시설지원직이다. 여기서 시설지원직의 경우 정규직 전환 합의 당시 <정부 정규직 전환 임금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작성된 <KAIST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서>에 의거하여 임금 인상 체계가 결정되는 반면, 기존의 일반직이나 학연지원직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인건비 집행지침>에 의하여 임금 인상 체계가 결정된다. 때문에 시설지원직은 합의서에 근거해 기본급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하여 인상되는 반면, 일반직과 학연지원직은 정부의 총액인건비 인상률을 적용하여 임금 인상이 결정된다. 복지수당 등 복리후생 역시 합의서에 포함되었으나 이 부분의 경우, 금액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이로 인하여 자연스레 시설직원직과 타 직군 간의 실질 인건비 인상률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석하는 노사 입장이 다른 것이다. 노조 측은 이미 일반직에 비하여 매우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시설지원직의 경우, 절대적인 임금 인상이 작더라도 인상률이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난다며 단순한 인건비 인상률 숫자 비교로 수당 인상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시설지원직 임금의 경우, 임금이 가장 낮은 가의 1단계에서 라의 6단계까지 총 24단계로 나누어진다. 이중 가장 낮은 가의 1단계가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위반은 불가능하니 해당 인상률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사실을 호도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지회장 역시, “임금이 가장 높은 라의 6단계마저 일반직 임금의 1/3이 되지 않는다. 같은 금액을 인상해도 인상률은 시설지원직에서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시설지원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지회장은 “시설지원직과 일반직이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은 이해하며 이에 따른 기본급 차이는 받아들이지만 수당에서마저 차별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최저임금인상률 적용에 따라 타 직군보다 훨씬 높은 인상률을 보이는 시설지원직에 복지포인트 등 수당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 팀장은 “준공공기관에 해당하는 KAIST는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인상률을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며 “이미 시설지원직의 높은 인상률 자체가 학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라고 학교 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불어 “<공기업·준정부기관 인건비 집행지침> 상의 총액인건비 인상률이 적용될 경우, 예외적으로 복지포인트, 명절 상여금 등을 현재 일반직 수준으로 지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전환 합의서와 인건비 지침의 장점만 취하고자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학교 측은 노조 측의 최저임금 주장에도 반론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시설지원직의 임금 체계는 기본급, 식비, 직책수당, 선임수당 등 개인별 수당, 야간근로수당, 시간외수당 등 법정수당으로 구성된다. 학교 측은 기본급의 경우, 가장 낮은 가의 1단계는 정부발표 최저임금과 동일한 것이 사실이나 아무런 자격증 없이 새로 부임을 한 직원이라도 식비는 지원이 되기에 전체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노조 측의 주장은 기존 전환 합의 정신을 파괴하는 호도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예산을 통해 수당을 집행해야 하는가 역시 양측의 이견이 드러났다. 노조 측은 전년도에 집행하지 못한 시설지원직 인건비를 통해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복지를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타 직군 인건비를 뺏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미 2022년 집행된 시설지원직 인건비 중 남은 3억 3천만 원 정도의 불용액을 정부에 반납하지 말고 수당으로 지급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3억 3천만 원의 예산으로 충분히 노조의 요구를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노조 측의 주장이 말하는 예산은 불용액이 아닐뿐더러, 그 예산 잔액을 배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 팀장은 “3억 3천만 원의 경우, 정부에서 내려온 인건비 예산과 별개의 학교가 배정한 인건비 예산”이라며 “해당 예산을 정부에 반납한 것도 아니며 이미 충분한 인상률을 보장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인건비 잔액을 수당으로 나누는 것은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일각에서 예산을 반납할 경우, 추후의 인건비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시설지원직의 처우에 관해서도 노사 간 입장 차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노조 측은 여전히 시설지원직의 대우는 매우 낮다는 입장이다. 이 지회장은 “시설지원직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학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며 “건설 예정인 건물만 해도 13개 동이나 되는데 인원은 제자리걸음이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 지회장은 “안전을 위해 2인 1조 근무를 해야 하지만, 혼자 담당하는 부분이 점점 늘어나는데 임금이나 복지는 계속 낮은 상황이니 특정 직군은 채용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학교 측은 기존 용역 시절이나 타 기관과 비교할 때, 학교는 최대한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민 팀장은 “높은 임금 인상률은 물론, 만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고 최대 만 70세까지의 기간제 근무 가능 등 계속 처우를 개선했다.”고 반박하며 “건물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도 신규 채용을 계획 중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교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전환 취지에 맞게 동일직무, 동일임금 적용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고 앞으로도 시설지원직과 동일직무를 수행중인 정부청사 공무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참고하여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나, 오는 31일 다시 교섭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 김민주 기자​
​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나, 오는 31일 다시 교섭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 김민주 기자​

아직 노사는 서로 다른 해석 속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파업이 아닌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노사 모두 공유하고 있었다. 노조 측인 김 지부장은 “시설지원직의 경우, 솔직하게 힘이 없다. 가장 낮은 곳에 있기에 사실을 왜곡하고 외부에서 공격할 때도 대응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며 “노조는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할 의지가 있다. 파업이라는 행위 이전에 대화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학교 측인 민 팀장 역시 “파업이 진행될 경우, 교내 구성원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학교 입장에서는 합의를 잘 지키고 있는데 억울한 따름이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학교는 계속해서 노조의 이해를 구할 것이며 다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학교 측은 지난 18일 본원 캠퍼스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난 18일 문지 캠퍼스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설지원직 임금 인상 설명회를 개최하여 학교 측의 입장을 시설지원직 직원에 직접 전달했다. 노조 측과 학교 측은 오는 31일 다시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에 기고된 글 “민노총 소속학교 무기계약직”에 대한 노조 측 입장

KAIST 내 직원에 대한 용어는 다음과 같다. 기존 정규직을 일반직, 기간제로 2년이 경과한 정규직을 무기계약직 또는 학연지원직이라 일컫는다. 용역 소속으로 있다가 2020년, 2022년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을 시설지원직이라 하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서 말하는 내용은 대부분 학연지원직과 관련된 부분이다.

예를 들어, 해당 게시글은 일부 계약직 직원이 일반직보다 고임금의 계약을 맺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높은 기본급을 받는 시설지원직 직원도 일반직 직원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 부분은 학연지원직을 시설지원직으로 오해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시설지원직의 경우, 이미 전환합의 당시 호봉상 가장 높은 기본급을 합의한다고 임금이 줄어든 직원이 10명 정도 있다. 

더불어 노조는 기본급 인상이 아닌 복지포인트 등 복리후생을 요구하고 있다. 5.3%의 임금 상승은 최저임금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본급 상승으로 이미 전환합의서를 통해 합의한 바가 있다. 노조에서 요구하는 복지포인트 등의 복리후생과 기본급 인상은 다른 대목이다.

노조는 교내 구성원들이 해당 게시글로 시설지원직 개선 요구에 관한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혹여 의문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여러 채널을 통해 노조에 질문해주기를 바란다.

 

노동조합 측의 성명에 대한 학교 측 관계자의 입장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동일직무, 동일임금으로의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전환을 추진했다. KAIST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취지를 반영해 개인별 용역 근로자 신분 때보다 상승된 임금책정과 함께 정부 임금 가이드라인 및 정부청사 정규직 전환근로자 임금체계 등을 종합 검토하여 노사간 합의로 시설지원직 임금 체계를 마련했다.


<KAIST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서>에 따른 시설지원직 임금은 기본급, 식비, 개인별 수당(직책수당, 선임수당, 자격수당), 법정수당(야간 근로수당, 시간외수당, 연차수당) 및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로 구성된다. 여기서 기본급의 경우 가장 낮은 1단계급(매년 발표되는 정부의 최저임금 기준)부터 6단계급까지 근속 기간별로 상승한다. 이렇게 정해지는 시설지원직 근로자의 기본급에는 매년 정부 발표 최저임금 인상률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어, 시설직원직은 원내 다른 직군의 임금 인상률보다 상당히 높은 임금 인상율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학교는 전환 근로자들은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한데 더해, 최대 70세까지 기간제로 근무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였다

 

시설지원직이 위와 같이 다른 직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임금 인상율을 적용하는 현실에서 정규직 전환 당시 핵심 사항으로 노사가 합의한 임금을 정규직 전환 후 불과 1~3년만에 다른 직군에 비해 저임금이라고 주장하며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취지와 배경, 노사간 합의정신을 모두 무시하는 요구로 인식된다.

 

KAIST는 정부청사와 같이 정부에서 정하는 인건비 집행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공공기관이며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취지에 맞게 동일직무, 동일임금 적용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였는 바, 앞으로도 시설지원직과 동일직무를 수행중인 정부청사 공무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참고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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