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특구1번, 직접 타보니 접근성은 좋지만, 배차 간격, 노선 등 아쉬운 점도 분명해

2021년 제33대 학부 총학생회 <FLEX>의 주도하에 최초로 우리 학교 내부를 지나는 버스 노선인 ‘대덕특구 순환버스 시범사업’(이하 특구1번 버스)이 생겨 많은 학교 구성원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낮은 이용수에 따른 수익성 부족의 문제로 초기 계약 만료일이었던 다가오는 7월 14일부로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반대가 빗발치고 있다. 우리 학교 고객경영팀에서 특구1번 버스 운영 연장에 관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1,621명의 응답이 들어왔고, 그중 1,568명(97%)이 중단 반대 의사를 밝혔다. (관련기사 본지 516호, <KAIST 지나는 유일한 대중교통, ‘특구1번’의 시범 운행 종료된다>)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지금, 특구 1번 버스의 탑승 빈도를 비롯한 상황을 알아보고자기자가 직접 특구1번 버스의 기점부터 종점까지 타보았다. 

특구1번 버스는 우리 학교에서 출발하여 원자력안전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학교 주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정출연)을 거친 뒤 도룡동(신세계백화점, 국립중앙과학관, SK뷰아파트 등)을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학교로 돌아온 뒤에도 특구1번 버스는 운행을 종료하지 않고 한국과학기술원본관, 한국과학기술원오리연못 정류장을 거쳐 궁동, 봉명동으로 향해 월평역, 유성온천역, 구암역을 돌아 다시 기점이었던 한국과학기술원북문에 도착한다. 총 1시간 5분~1시간 20분이 소요되는 노선으로 현재는 단방향으로 운영 중이다. 첫차는 6시, 막차는 22시에 운영하고 배차 간격은 40분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4시경, 기자는 특구1번 버스를 타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북문에 갔다. 정류장에는 2대의 차가 충전소 위에 주차되어 있었고 1대는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출발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타 이 기사를 쓴 기자와 성함이 같은 김서경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앞자리에 앉아 노선 순환에 걸리는 약 1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특구1번 기점 겸 종점 한국과학기술원북문에 위치한 OLEV 주차장.
특구1번 기점 겸 종점 한국과학기술원북문에 위치한 OLEV 주차장.

 

본지 김서경 기자가 특구1번 김서경 기사와 인터뷰 중 찍은 사진.                                                                      © 김서경 기자
본지 김서경 기자가 특구1번 김서경 기사와 인터뷰 중 찍은 사진.                                                                      © 김서경 기자


기자가 탄 특구1번 버스에는 총 14명이 탑승하였다. 남성 6명과 여성 8명이 탑승하였으며 이 중 청소년, 노인할인을 받는 탑승객은 각각 한 명씩 있어 남녀노소 모두 이용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탑승한 명수는 4명(한국과학기술원 본관, 한국과학기술원오리연못 각각 2명), 학교에서 내린 사람은 1명(한국과학기술원 북문)이었다. 정출연에서는 4명(한국지질자원연구원 1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3명)이 탑승하였다. 김서경 기사(이하 김 기사)는 보통 출퇴근 시간에 이용량이 많은 편이며 낮에는 탑승객이 비교적 적다고 답했다. 대개 학교/연구원 구성원들이 출퇴근시간에 자주 이용하는데, 특구1번 버스로 최종 목적지에 바로 도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구1번 버스를 통해 큰길가, 지하철역까지 이동하여 환승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특구1번 버스를 직접 타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다른 시내버스에 비해 소음이 확연히 적다는 점이었다. 김 기사도 OLEV(On-line Electric Vehicle) 특성과 더불어 신식인 차체 덕분에 승객도 편안히 이용할 수 있고, 본인 또한 운전하기에 편하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 1대의 OLEV가 고장 나 현재는 가스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버스 1대와 함께 총 3대가 운용 중이다. 

OLEV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선 충전에 있다. 종점인 한국과학기술원북문에 가면 북측 학생식당(N11)의 앞에서도 볼 수 있는 파란색의 OLEV 주차장 겸 충전소가 3개 존재한다. 버스를 제 위치에 주차하고 충전장치와 원격으로 연결하면 충전이 시작되며 완충하는데 약 1시간 40분이 걸린다. 김 기사는 “OLEV가 딱 하나 단점이 있다면 충전 시간이 가스 버스에 비해서는 오래 걸리다 보니 겨울에 난방을 완전히 틀기가 어렵다. 난방이 에너지 소모가 커 다음 버스 운행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3대만 운용 중인 현재는 난방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 기사에게 특구1번 버스 노선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기사는 “초록 버스로 알려진 지선버스는 대개 수익을 내며 운영되지는 않는다. 파란색 버스인 간선버스의 수익으로 배분되는 구조이다. 특구1번 버스가 다른 버스에 비해 적자가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원,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노선인 만큼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내하며 운영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내 본원-문지캠퍼스 셔틀버스와 특구1번 버스가 따로 운행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며 셔틀버스와의 병합안을 지지했다. 다만 이 안건은 지난호에서 다룬바, 이동헌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전시로부터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회, 대전시 측에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우리 학교 구성원 뿐 아니라 외부인들의 탑승인원을 늘려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기사는 “특구1번 버스 운영 초반에는 학교 외부인들은 특구1번 버스의 외관 때문에 일반 버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2년이 지난 지금 지속적으로 탑승객이 늘어나고 있고 충남대학교에도 홍보가 되어 최근 이용률이 많이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아직도 고령층의 경우 특구1번 버스 운행 사실을 많이 모른다. 더 많은 홍보가 진행되면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특구1번 버스를 타며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취재 시간대였던 4시를 비롯한 낮시간의 저조한 이용률이다. 학교/연구원 구성원들의 학교/연구원 안에서의 활동이 활발한 낮에 이용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보를 통해 탑승 인원을 늘리는 안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홍보만으로 현 상황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 특구1번 버스는 우리 학교와 정출연에 치중된 노선 특성상 우리 학교와 정출연에 방문하지 않는 다른 외부인에게는 다른 버스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 취재하는 동안 특구1번을 이용한 탑승객 14명 중 학교에서 승하차하지 않는 6명은 모두가 3개 정류장 이내로만 이용한 뒤 하차했다. 특구1번 버스는 충남대학교, 신세계백화점 등 중복되는 정류장이 있고, 학교를 도중 지나쳐 가는 노선상 학교 밖을 운행하는 노선은 짧은 노선들로 나뉜다. 게다가 버스가 단방향이라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한정적이며 배차간격이 40분으로 다른 간선/지선 버스에 비해 길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또한 지난호에서 언급했듯 정류장별 이용수 편차 또한 심한 만큼 특구1번 버스 운영이 연장된다면 노선을 늘리거나 양방향 노선 도입, 배차간격 단축 등의 변화가 시급하다. 

버스 안에서는 인터뷰 대상자를 찾을 수 없었지만, 취재 후 평소 주 2회가량 특구1번 버스를 이용하는 우리 학교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보통 과외를 갈 때 이용하며 한국과학기술원오리연못 정류장에서 승차하여 구암역에서 하차하는 익명의 학우는 “배차 간격이 길어서 아쉽긴 하지만 학교 밖으로 걸어 나가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특구1번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를 때도 많다”라며 학교를 통하는 버스의 편리함을 강조했다. 

 

특구1번 버스를 타고 학교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구1번 버스를 타고 학교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기점부터 종점까지 한 바퀴를 돌면서 소음이 없고 내부가 아기자기한 버스와 화창한 날씨 덕분에 학교와 학교 주변 일가의 예쁜 풍경을 한 시간 동안 마음껏 즐겼다. 탑승객은 적었지만 그 덕분에 더욱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혹 일상 속 여유가 필요하다면, 학교 주변을 구경시켜 달라는 외부 친구가 찾아왔다면 한 번쯤 특구1번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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