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발표된 삼성전자의 투자로 올해만 주가가 4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오른 회사가 있다. 우리 학교 기계공학과 오준호 명예교수가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이다. 본지는 지난달 30일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를 찾아 현 상황과 로봇 산업 등에 관하여 현재 CTO로 재직 중인 오 교수를 인터뷰했다. 
 

본인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1985년에 KAIST에 부임해서 35년 동안 다양한 직책을 맡다가 은퇴 이후에는 2011년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CTO로 재직 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코스닥 상장 3년 차로, 최근 삼성전자와 관련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별명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교수님으로 불리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다. 재미 삼아 회장님이라던가 이사님처럼 여러 가지로 불리곤 하는데 교수님이라는 말이 제일 오래 들어왔고, 친숙하다. 특히 내 모습이 ‘교수님’이라는 말에 다양하게 반영된 것 같다. 그래서 교수라는 이름을, 타이틀을 제일 좋아한다.
 

발전기금 기부 인터뷰 이후 2년만이다 (관련 기사 본지 497호, <오준호 교수 KAIST에 50억 기부, 본교 출신 기업 중 역대 최대>). 최근 근황은?

당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업할 때에 학교 규칙에 따라 지분 일정 비율을 기부한 것이다. 사실 창업 이후 까먹고 있었는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2021년에 총장님께 갑자기 연락을 받고 놀랐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여러모로 좋은 평가와 더불어 인정도 해주어서 고맙고 즐겁게 생각한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 기부할 생각이다. 
회사의 경우에는 첫해는 대표이사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어서 맡은 이후로 학교에 재직 중일 때는 기술고문으로 있었고, 2020년부터는 정식으로 CTO로 들어왔다. 대표이사는 당시 우리 연구실 출신 이정훈 박사가 맡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자금 투자나 유치, 상장 등 회사 경영의 어려운 문제들을 잘 맡아서 해결하고 있다. 사실 경영보다는 기술에 관심이 있는데, 기술의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교수 생활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생활은 학교에 있을 때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연구원들도 전부 석사 이상이고, 현재 근무하는 박사 9명 중 7명이 우리 연구실 출신이라서 학교에서와 같은 방식과 분위기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학교에 있는 것과의 차이는 조금 더 자유롭다는 것이다. 교수는 기본적으로 공직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활동을 할 때 제약이나 연구 집행에 있어서 승인, 여러 절차적인 문제 등이 뒤따른다. 지도하는 학생들의 연구, 논문 작성, 졸업 등을 지원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등 의무가 있었다. 회사에 오고 나니 이런 의무에서 해소되어 자유롭고, 보다 신속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것 같다. 반면에 기업을 키우고, 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한편 관심에 대처하고 회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새로운 부담이다. 부담의 종류가 달라진 것 같다.
 

삼성전자의 투자로 시장 반응이 뜨겁다. 관련 배경이나 현재 목표는?

이번 투자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나 적자 등 불안 요인을 해결하고자 받은 투자가 아니라 더 큰 회사로 성장하고 세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받은 투자이다. 삼성전자와 서로 윈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오랫동안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 말 급격히 이루어진 면이 있다. 삼성전자 실무자들과 의기투합하면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이왕 투자하는 김에 단순 자본 투자뿐만 아니라 M&A 옵션까지 넣게 되었다. 우리 회사가 시간을 두고 검증을 거치면 M&A가 가능하도록 우선 매수권을 준 것이다. 

관련 소식이 발표되면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연초 2-3만 원 선이었던 가격이 5-6만 원 정도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랐다. 1월에는 주식 총거래량이 항상 5위 내로 유지됐고, 삼성전자와 1위를 다투었다. 이런 지표들은 스스로도 놀라웠고,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사회에 갚아야 하는 빚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고, 이런 관심에 걸맞은 성과로 보답하고자 한다. 삼성과는 현재 어떤 시너지를 만들지 아주 기본적인 차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단계이다.

세간에서는 회사의 규모에 비해서 주가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높은 주가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가 많고, 평가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잠재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기술로서 보여질 때 의심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목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로봇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매출액에 대한 목표보다는 전 세계 사람들이 누구나 글로벌 기업으로 아는 인지도를 갖는 것이 지금 일차적인 목표이다.
 

2년 전에는 협동 로봇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후의 연구 분야는?

로봇 분야는 크게 보면 매니플레이션과 모빌리티로 나뉜다. 지금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주로 매니플레이션 분야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서빙 로봇, 물류 로봇, 2종이나 4종 로봇 등 모바일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올해부터 모바일 분야에서 간단한 로봇들이 출시되는 등 단계적으로 확장할 것 같다.

협동 로봇은 2년 전에 이야기한 만큼 개발이 거의 끝났다. 우리의 높은 기술력과 결합해 현재 매니플레이션의 주력 상품들은 협동으로 움직인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출시했다. 최근 2년간 1천여 대 정도 판매되었는데,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1년 이상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제품의 질이나 성능 등이 많이 안정화되었다. 삼성전자 같은 곳에서 투자 제안을 할 때는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기술을 보는 소위 말하는 뒷조사를 많이 한다. 우리 회사는 당초 목표했던 성능을 상회하고 시장 평가 또한 좋아서 시너지를 높이고자 한 것 같다.
 

여러 대기업의 로봇 산업 투자 소식이 들린다. 향후 산업에 대한 전망은?

로봇 산업이 처음 꽃을 피운 것은 1980년대이다. 당시 산업용 로봇들이 공장의 자동화에 큰 영향을 주고 이후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 이후로 로봇이 기간산업으로의 위치에 있지만, 인간 친화적인 로봇으로 가면서 부침이 많았다. 특히 닷컴 버블이나 여러 문제를 겪으면서 부침을 겪었지만, 5년 정도 전부터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하는 것 같고 글로벌 팬데믹을 겪으면서 로봇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 같다. 고용시장이 불안해지고 임금이 오르고 3D 직종에 대한 회피 문제 등이 생기니까 로봇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단지 로봇 붐이었다면 유행 타지 않고 꾸준히 중요성이 피력되는 단계로 공고해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로봇을 정의하는 방법이 계속 달라질 것이지만 움직이는 틀 안에서 로봇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봇공학자가 꿈인 학생들에게 조언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을 좋아하는 마음이다. 내 로봇을 만들고 싶은 욕망, 움직여보고 싶은 욕망, 이를 이뤘을 때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고 문제를 잘 푸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로봇을 제어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합하다. 진짜 엔지니어로서, 공학자로서 공학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