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교수가 이광형 총장에게 감사패를 수여받고 있다.                   KAIST photo gallery 제공
오준호 교수가 이광형 총장에게 감사패를 수여받고 있다.                   KAIST photo gallery 제공

    ‘휴보 아빠’로 유명한 기계공학과 오준호 명예교수가 우리 학교에 발전기금 50억 원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는 우리 학교에서 창업한 기업의 기부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이에 지난달 25일 우리 학교는 오 교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본지는 인터뷰를 통해 오 교수의 로봇 연구와 레인보우로보틱스, 교내 창업에 대한 견해, 기부하게 된 배경을 취재했다.

교수님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린다.

    KAIST 기계공학과에서 자동제어및로봇공학을 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휴먼로이드 로봇인 휴보를 제작한 뒤에는 ‘휴보 아빠’라는 별명이 붙었다. 2020년에 교수직을 은퇴한 뒤에는 10년 전에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어떤 기업이며, 창업 배경은 무엇인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 플랫폼 기업이다. 휴보와 같은 인간형 로봇, 4족 보행 로봇, 로봇 제어기술을 활용한 전문 천측 장비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였으며, 세계적인 수준의 로봇 기술력을 알려 글로벌 로봇 플랫폼 전문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립 배경은 이렇다. 2010년대 미국, 싱가포르에서 총 8대의 휴보 로봇을 연구용으로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나 연구실에서는 사후 관리, 수출 절차 관리 등등의 문제를 다루기 어려웠다. 이에 서남표 전 총장과 논의했고, 최종적으로는 실험실 창업을 통해 휴보 로봇 제작을 전문적으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때는 2015년이다.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로봇챌린지에서 DRC-휴보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을 모두 제치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우승 이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미래 가치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최근 기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프로젝트로 로봇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린다.

    간단히 말하자면, 로봇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다. 구동, 감속, 유압 시스템 등에 관한 연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구체적인 계기는 2015년에 우승한 로봇챌린지다. 로봇챌린지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이것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설정된 챌린지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챌린지 중에 따라가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원천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일본제나 독일제 등의 외국 부품을 이용하여 로봇 시스템을 구성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로봇이나 성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원천 기술에는 앞서 말한 구동, 감속, 유압 시스템 등이 포함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는 이런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앞으로 개발하고 싶은 로봇 분야는

    많지만, 급선무는 협동 로봇이다. 로봇의 고도화된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산업 로봇 딱 한 종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산업 로봇은 위험한 기계로 분류되어있다. 로봇을 활용하는 데에 매우 까다로운 안전 기술이 필요하며, 접근이 제한되어있다는 뜻이다. 이는 로봇이 보편화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로봇이 다양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더라도 안전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 기능은 산업 로봇과 마찬가지로 월등히 뛰어나지만 인간에게 친화적인 안전한 로봇이 바로 협동 로봇이다. 협동 로봇은 종류가 매우 많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시는, 서빙을 담당하는 로봇 웨이터다. 지금 개발 중인 협동 로봇의 완성도를 높이고 산업용뿐만 아니라 다분화된 협동 로봇을 만들고 싶다.

교내 기술 창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의 ‘1실험실 1창업 캠페인’과 같이 창업을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들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창업과 연구를 병행하는 교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항상 존재했다. 연구에 신경 쓰지 않고, 창업에만 몰두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교수직과 창업을 병행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다행히도 현재는 많이 나아졌지만 어려움에 공감하고, 학생이든 교수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창업에서 성공하기 또한 매우 어렵기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따뜻하게 맞아주고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분위기도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했나

     우리 회사는 일반적인 과정을 따라 창업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즉,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투자금을 받고, 발명하고, 제품을 팔아서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우리는 먼저 선주문이 들어와 제품의 수요가 존재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을 가진 채로 창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30억 정도의 매출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다. 직원에 대해서도, 졸업생들과 연구원들을 회사로 불러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실에서 창업으로 연결이 된 경우이다. 그래서 다른 회사와 달리, 시작할 때, 자금과 기술 개발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다. 창업할 때 가장 힘든 것은 무엇보다 인력확보라고 생각한다. 연구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확보해서 회사의 구조를 갖춘다는 것은 두고두고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또한 우리 회사와 다르게 처음 창업을 시작하는 학생에게는 다른 곳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인정받고 투자를 받는 것이 가장 힘든 문제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어디든 이를 지원해 줄 곳은 많으므로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50억 원이라는 금액을 기부하게 된 배경과, 희망하는 활용 용도는

    2013년 창업 당시에 학교에 20%의 지분을 기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당시 초기 자금이 1000만 원 정도였으므로, 처음에는 현금 가치로 200만 원을 기부한 것이다. 이후 회사가 성장하면서 주식의 가치가 꾸준히 올라갔다.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주식은 20만 주로 커졌고, 지난 2월 학교에서 이 중 19만8000주를 현금화한 것이다. 이것의 가치가 약 50억 원이 된다. 교내 창업기업 발전기금 중 최대규모라는 의미를 부여해준 학교 측에 감사하고, 개인적으로 창업 초기에 기부한 주식이 큰 금액으로 돌아온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현재 이 돈은 ‘오준호 기금’으로 되어 있으며, 아직 명확한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필요한 자금이 생기면 저와 상의 후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라, 인류, 학교를 위해 쓸 수만 있다면 어떤 목적이든 좋을 것 같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추가로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로봇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분해하고 살펴보면서 호기심을 채우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로봇, 기계, 생물학, 물리학 등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시스템, 연결되어 움직이는 것들을 특히 좋아했고, 그것이 로봇이라는 형태로 형상화되었을 뿐이다. 로봇이 출발점이라기보다는, 여러 호기심이 수렴한 지점이 로봇이었던 것 같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호기심과 과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가치 있는 것이다. 이것에 집요함과 추진력이 뒷받침되면 성장과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학생들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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