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지난 호에 실린 기획 기사를 통해 우리 학교의 군복무 관련 정책을 톺아보고 이에 대한 현역 복무자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관련기사 본지 515호, <국방부 시계는 끊임없이 돌아가는데… KAIST의 정책 시계는 멈춰 있다>) 특히 인터뷰에 참여한 두 학우는 원격수강이나 <군 복무경험> AU 인정 등의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학내 유관 부서에 전달하고 입장을 들어보았다. 

우선 <군 복무경험>의 AU 인정을 담당하는 글로벌리더십센터(이하 리더십센터)와 제도 운영에 관한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리더십센터 측의 총체적인 입장은 “학점 인정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는 것이었다. 특히 본 논의가 제33대 학부 총학생회 <FLEX>에서 현역 복무자의 체육 AU를 추진하면서 시작된 점 때문에 리더십이 체육 AU의 대체 정책으로 오인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총학생회와 학생정책처가 학점 인정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던 중 리더십 교육도 학점 인정 대상이라는 국방부의 공문을 확인하였고, 이에 리더십센터가 후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리더십과 체육 AU는 각각 유관 부서가 다르며, 후자는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소관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협의 과정에 대한 공론화가 불충분하다 보니 이 같은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개략했다. 

또한 24시간의 교육 시간을 요하는 현행 기준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리더십 Ⅰ·Ⅱ·Ⅲ 과목을 통틀어 최고 이수 시간이 <영리더 목요특강>의 24시간이었다”며 당초 국방부가 제공한 군 경력증명서 예시나 관련 규정에 따르면 다수의 학생들이 충분히 달성 가능하리라 예측했다고 답변했다. 덧붙여, 본래 계획과 달리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이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2017년 이후 전역자들에게 소급 적용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한 것 같다며 일선 부대에서 리더십 교육을 인사기록에 반영하지 않는 실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리더십 교육도 본연의 목표가 있다”며 전역 사실만으로 리더십 AU를 부여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으나 글로벌운영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한 만큼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끝으로 증빙서류 제출 기간이 짧은 것 같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책이 작년 7월에 발표되었기에 과도기를 지나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현재 군 정책 상 전역을 앞둔 자의 복학을 허용하고 있고, 특히 복학 시점이 학사 재학 마지막 학기인 경우 경력 증명서를 제때 제출하기 어렵다며 재차 의견을 묻자 “관련해서는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학적팀과 논의하여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향후의 개선 방향을 언급했다. 또한 제도 시행 초기에는 소급 적용 발표 후 학생들이 급히 인사 기록을 정정하다 보니 기한이 촉박했으나, 충분한 시간이 흘러 운영이 안정되면 입대 전부터 대비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남겼다. 

이어 지난 2021년 가을학기부터 시행된 군 원격수강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차후의 운영 방향을 듣고자 교학기획팀과도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우선 학기 별로 개설되는 과목 수가 적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다양한 교과목을 제공하기 위해 전 학과(부)를 대상으로 추가 개설을 요청하는 한편 그에 걸맞은 다방면의 지원책도 시행 중이라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는 시행 초기와 달리 공학, 경영학, 인문사회과학 등으로 개설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특히 금년 봄학기 기준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각각 2과목과 4과목을 개설한 반면 우리 학교는 도합 9과목을 개설하여 상대적인 개설 강의 수도 결코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다만 매 학기 학과 당 하나 이상의 전공 강의를 개설하도록 의무화할 수 없는지 묻는 질문에는, 학과(부)와 교수님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라 확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군 과업시간 중 실시간 퀴즈 참여, CAD 사용 등 시행 첫 학기에 빚어진 다소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이 중첩되며 수업 운영 방식에 있어 군부대의 실정과 맞지 않은 교과목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군 휴학생 대상이라는 교과목의 특성을 학과 및 교수님들께 충분히 고지한 이후에는 정책 상의 보완을 거쳐 합목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군복무 학생들의 학업 단절을 막고자 하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관련하여 개선을 검토 중인 사항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의 운영 방향은 어떠한지도 질의하였다. 교학기획팀 측은 “군 휴학생의 학업 단절을 막기 위해 학부 총학생회와 학교가 함께 도입을 추진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가지는 만큼, 차후에도 교과목 수 부족이나 운영 상 미흡한 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겠다며 밝혔다. 나아가 제도 운영에 관해 좋은 제안이 있다면 교무처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소통 창구를 통한 다면적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본지는 2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우리 학교 군복무 정책의 명암을 조명했다. 물론 정책이 시행되고 그것이 피부에 와닿기까지는 시간차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목소리가 학생 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시간의 경과에 기대어 정책 지지를 고대하는 실상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계속해서 수혜자들의 반발에 직면한다면 초장부터 정책의 설계가 불비하지 않는지 혹은 논의 과정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하지 않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병역은 사인 간에 계약을 맺고 이에 종속된 의무를 이행하는 절차가 아니다. 국가가 공익적 목적으로 강제한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이다. 인류학자 마샬 살린스가 주창한 호혜성의 분류에 입각해 설명한다면, 국방 서비스를 명시적 대가 없이 제공하는 행위는 일반적 호혜성*의 근저에 있다. 그렇기에 반대 급부의 제공이라 할 수 있는 군복무 관련 정책들 또한 기대 효과를 계측하기 보다 공익적 희생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정당화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 호혜성*
상대방에게 주기는 하되 즉각적으로 돌려받을 기대 없이 주는 것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