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OTT 사이트에서 공개된 드라마 웹드라마 ‘D.P.’의 광풍은 한국에서 군 복무의 경험이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현역 군인부터 복무를 마친 전역자까지 세대를 넘어 형성된 공감대는 병역 문제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하였으며, 나아가 군에 관한 당면 과제들을 조속히 해결할 필요성을 방증하였다. 이처럼 군 복무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매우 중대하고 항구적인 사안이기에 상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14년은 유독 군내 사건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던 한해였다. 제28보병사단 의무병 살인사건(약칭 윤 일병 사건)과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약칭 임 병장 사건) 등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정부 주도의 국방개혁을 위시하여 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비(非)전투 분야 개혁의 일환으로 병(兵)의 봉급이 대폭 인상되고 일과 이후 휴대폰 사용 실시가 허용되는 등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한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사회적 변화는 우리 학교로 충분히 스며들었을까. KAIST 예비군대대에 따르면 3월 14일 기준 414명의 학부생이 예비군으로 편입되어 있으며 군 복무중인 휴학생을 고려한다면 현역 복무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군 원격수강이나 군복무자 AU 부여 등 관련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학교의 방향과 학생 사회의 요구가 상충하는 일이 다수 발생하였다. 우리 학교의 군 관련 정책이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본지에서는 2부 기획을 통해 군 복무 관련 학교 정책의 면면을 톺아보고자 한다. 1부에서는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여 그간의 성과와 과오를 평가하는 한편, 2부에서는 이에 대한 학교 측 입장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아래는 현역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한 박민규(바이오및뇌공학과 18) 학우 및 이홍원(건설및환경공학과 19) 학우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기사이다. 
 

유비무환: 병역특례 중심의 정책 탈피

연구 중심 대학인 우리 학교는 병역특례제도를 병역 의무의 주요 해결책으로 두고 정책을 수립해왔다. 그러나 2020년 초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고 전문연구요원 T/O가 감축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현역 복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뚜렷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관련기사 본지 478호, <전문연구요원 편입 인원, 내년부터 입시 성적순으로 선발>) 이에 대해 박 학우는 “향후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 군 복무 여부가 족쇄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우려”였다며 현역 복무의 이유를 밝혔다. 

다만, 학부생을 중심으로 병역특례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아 막상 현역 복무를 결정하고도 군지원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박 학우는 “카투사, 과기사관, 의경 등 다양한 선택지를 염두에 두었지만 정보와 시간이 부족해 육군을 선택했다”며 현역 복무 희망자가 증가하는 만큼 학교 차원에서 해당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학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학교 내에서는 큰 도움을 얻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병역특례 제도가 다수 구성원들이 응당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 비춰지는 것 또한 경계할 지점이다. 제도 개정이나 개인적 연유로 인해 현역 복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만큼, 대체복무자가 절대 다수라는 과거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진로 설계를 위해서라도 학부 저학년 단계에서 여러 선택지의 장단점과 경험이 충분히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이 두 학우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유명무실: 군 원격수강 제도 운영

우리 학교에서는 병역법 제73조제2항에 근거한 학칙 제44조의2를 신설하여 지난 2021년 가을학기부터 군 복무 중 원격수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이 학업 단절로 인한 학습 결손 최소화인 것과 달리, 금년 봄학기의 경우 5개의 강의를 개설한 기계공학과와 더불어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바이오및뇌공학과, 기술경영학부,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가 각 1개의 강의를 개설하여 대다수의 학과에서 원격수강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2022년 봄과 가을에는 각각 3개와 4개의 강의가 개설되었으며, 그마저도 전자의 경우 석/박사과정 과목 하나를 포함하는 등 본래의 취지와 다소 어긋난 형태로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다. 

이에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에 대해서는 두 학우 모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군에서 기술경영학부와 바이오및뇌공학과 전공 각각 하나씩을 들어 도합 6학점을 수강한 박 학우는, 우선 개설되는 강좌가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자신은 융합전공이기에 그나마 두 과목이라도 수강한 것”이라며 학과마다 최소한 하나씩은 전공이 개설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부분에 대해 이 학우는 “신병교육대대에 근무하다 보니 개인정비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수업 참여나 학점 산정 등에 대한 우려로 제도 활용을 주저했다고 밝혔다. 

운영 과정에서도 미흡한 점이 다수 발견되었다. 원격수강이 처음 시작되었던 2021년 가을학기 당시 과업 시간 중 실시간 퀴즈 참여, 보안상 금지된 카메라 사용, CAD 활용 등 군의 실정에 맞지 않는 수강 방식을 요구하는 강의가 있었던 것이다. (관련기사 본지 494호,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 잘 운영되고 있는가?>) 당시 군에서 해당 상황을 지켜보던 이 학우는 원격수강의 미흡한 준비 실태 또한 제도 미활용의 원인 중 하나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학교와 학생 간 신뢰가 훼손된 이상 향후 강의 운영 중 혹여나 생길 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도를 보완한 후 지속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 학우 모두 공감했다. 단순히 사회적 희생에 대해 보상하는 차원을 넘어 원격수강이 공부를 지속할 외부 유인으로서 지식의 휘발을 방지하는 원유가 됨과 동시에, 안정적 운영이 담보된다면 이른 시점에 졸업 설계가 가능하기에 학교와 학생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일반 수강생과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평점에 반영되지 않는 S/U 형태를 기본 평가안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언급되었다. 이 학우는 “결국 없는 것보다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문제”라며 현재의 상황을 개괄했다. 
 

유야무야: <군 복무경험> AU 인정

지난 해 7월 11일, 우리 학교는 군 복무 시 경험한 교육훈련 중 인성교육 및 리더십 활동을 인성/리더십Ⅱ 교과목 1AU로 인정한다고 포탈을 통해 공식 발표하였다. 이는 제33대 학부 총학생회 <FLEX>가 공약으로 적극 추진한 사업으로, 군 복무를 통해 체육 AU 교과목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논거였다. 특히 제33대 학부 총학생회에서 지난 2020년 12월 9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역 의무 대상자 여부와 무관하게 군 복무 경험을 체육 AU로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상회하는 등 학생 사회에서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이에 학교에서는 2017년 이후 전역자를 대상으로 군 복무 중 인성교육 및 리더십 활동 실적이 24시간 이상인 학사과정생 중, 경력증명서를 통해 상기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교양필수 과목으로 1AU를 인정하는 것으로 정책을 공시하였다. 

그러나 앞선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한 학우는 대학교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를 통해 ‘군 복무 사실을 인정해서 체육AU를 달라고 했더니, 리더십 교육 여부로 군필자 간에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 학우는 이후 이어진 글에서 정보공개포탈을 통해 청구한 대국민공개 문서를 근거로 들며, 타 학교들의 군 복무 학점인정 사례와 비교하여 우리 학교의 기준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두 학우 또한 유사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박 학우는 “주요 교육들의 최소 이수 시간이 국방부 지침에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기전역 사실 자체가 교육 수료 여부에 대한 명확한 증거임에도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또한 이 학우는 “형식이 아닌 실질에 집중해야 한다”며 분대장 직책 등의 수행이 군 경력증명서에 적시된 경우 교육 시간을 따질 필요가 없지 않을지 반문하였다. 전역 후 인사명령을 통해 기록을 정정하는 절차상의 번거로움이 제도의 현실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행 제도와의 병합을 통해 불필요한 행정력 소요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제시되었다. 개강 직전 2주 동안 촉박하게 증빙을 요구하는 현재 방식은 장기간 군휴학 후 복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은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에 두 학우는 <군 복무경험>을 군 원격수강 과목으로 개설하여 관련 교육을 학교 측에서 제공하거나, 복학하는 정규학기의 교과목으로 수강신청을 한 후 해당 학기 동안 증빙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대한민국헌법의 제39조제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와 제2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병역 의무의 중요성과 더불어 이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필요하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행위는 숭고한 일임에 분명하기에 관련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지속되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앞서 희생했거나 향후 희생할, 혹은 지금 순간에도 불철주야 고생 중인 우리 학교의 학우들을 위해서라도 그간 시행된 군 관련 정책들의 실효성을 짚어볼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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