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 기숙사 문제부터 원생 인권, 뉴욕 캠퍼스에 이르기까지 교내외 여러 논제들에 관한 의견 밝혀

'QAIST 신문화전략'을 발표하며 2021년 3월 8일 취임한 이광형 제17대 총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총장 취임 이후 우리 학교에는 다양한 변화들이 있었다. 교내 미술관, 메타융합관 등 다양한 건물들이 신축되었고,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등 새로운 학과가 만들어지며 입학 정원도 늘어났다. 외부적으로는 평택, 오송, 나아가 뉴욕 등지로 캠퍼스를 확장하고 있고, 문지캠퍼스와 연계해 과기의전원 설립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정책들이 추진되자 그에 따라 재정, 운영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이 생겼다. 여기에 더해 노사 갈등, 대학원생 인권과 같은 문제들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총장이 생각하기에 지금의 KAIST는 취임 직후의 KAIST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남은 시간보다 지나온 시간이 더 많은 지금 시점에서, 그는 이제 무엇을 하고자 할까. 이에 본지는 지난 13일 이 총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여 교내외 현안에 대한 이 총장의 의견을 짚어보고, 남은 임기 동안 이 총장의 구상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지난 13일, 본지는 본관(E14) 총장실에서 이광형 총장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정광혁 기자
지난 13일, 본지는 본관(E14) 총장실에서 이광형 총장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정광혁 기자

 

<교내 건축>
선발 학생 수는 늘었지만 본원 기숙사 수용 인원은 그대로다. 기숙사 신축과 노후 시설 개선에 관해 알고 싶다

기숙사 관련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노후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매년 우리 학교는 정부에 기숙사 리모델링을 요청한다. 어떤 해에는 예산을 일부 배정받아 기숙사 리모델링을 진행하지만, 예산을 받지 못해 개선이 안 되는 해도 있다. 기숙사 신축은 실행하기 어렵다. 정부는 본원 외에도 근처의 문지캠퍼스, 화암기숙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지금 있는 기숙사를 잘 활용하고 노후화된 기숙사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많은 수의 건축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건물 유지비, 건축비 등이 향후 우리 학교의 경영에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나?

여타 우려를 이해한다. 그러나 현재 건축 및 계획 중인 건물들은 소모성 건물이 아니라 생산성 건물이다. 여기서 생산성이란 건물을 짓는 것이 운영비 등의 지출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 등의 생산적 활동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학교 재정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KAIST 전체 운영 예산 중 정부에서 받는 예산이 4분의 1 남짓이다. 나머지 예산은 여러 교수가 마련하는 연구비를 통해 채워지기에 건설을 통한 연구 활성화는 투입한 것 이상의 돈을 벌어줄 것이다.
 

선발 학생 증가, 건물 신축에 따른 식당 증설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다

구성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증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다음에 늘어나는 인원 및 교내 식당 상황을 모니터링하여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논의하겠다. 현재 학교의 주 관심사는 증설보다는 학생을 고려한 식단의 다양성이다. 학생들은 채소나 과일을 먹기 힘들지 않은가? 이를 고려해 과일을 추가하는 등 식단 다양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교내 교통>
출퇴근 시간은 물론, 대전 시내로의 이동에 관한 불만 등 교통 민원도 산재하다. 버스, 트램 등 교통수단 증설에 관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이 예정되어 있다. 본원 앞에 정거장이 생기는 것이 확실하기에 미래에 교내 교통 수요를 충분히 분산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교내를 관통해 지나가는 특구 1번 버스가 있다. 특구 1번 버스의 운영을 개선하고 싶은데 정작 학생들의 관심은 적은 듯하다.

지난해 문지캠퍼스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특구 1번과 일원화할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문지 캠퍼스 셔틀버스에 사용되는 비용을 특구 1번에 사용하여 특구 1번의 배차 간격을 줄이고, 특구 1번이 문지캠퍼스를 경유하여 유성까지 이동하게끔 노선을 일부 변경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학교 학생들은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도, 교직원도, 대전시도 반응이 없어 계획을 중지한 바 있다. 특구 1번이 올해 여름에 운행이 종료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 전에 학생들의 의견이 모였으면 한다.
 

<교내 인권>
지난해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와의 휴식권 간담회에서 휴가 일수 명문화를 거부하며 대안으로 휴식권 보장을 교수들에게 장려하라 안내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가?

최근 원총이 교수, 학과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구환경실태조사에 관해 발표했었다. 그 결과 실제로 휴가 일수가 증가했다. 학교 본부에서 휴가를 보내주라 안내해서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분명 더 노력해야 한다. 연구실 분위기가 어떻길래 우리 학생들이 쉴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나 싶다. 학교 차원에서 휴식권 보장을 계속 교수들에게 장려하겠다. 다만 지난 간담회에서도 말했듯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가 규제로 작용할 수 있어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노사 갈등이 유독 심각하게 느껴진다. 학교 측에서는 현 상황에서 어떤 조처를 할지 알고 싶다.

현재는 기존 용역직이 시설지원직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도기에는 한순간에 모든 걸 다 바꿀 수 없다. 한 단계씩 조정하고 협의하며 나아가야 한다. 현재 발생하는 이 갈등 역시 과도기의 갈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무부서에서 현재 협의 중인데 이를 지속해 이어 나가면 문제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과기의전원 설립>
과기의전원 설립이 가능하리라 보는가?

과기의전원은 학교에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대통령도 관심을 두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KAIST에 방문하여 과기의전원 설립 검토를 요구했고 청와대에서 회의할 때도 다시 장관들에게 언질을 주었다. 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과기의전원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충분히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의대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이 총장의 생각은?

우리 학교는 KAIST DNA를 가진 독창적이고 열정적인 학생에게 적합한 학교다. 단지 고등학교 성적이 좋고 수능 점수가 좋아서 우리 학교에 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시류에 따르며 성실하게 살기만 하다 학교를 졸업한다면 외려 손실이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의대 선호가 강해지는 현재의 환경은 오히려 좋다. 진짜 KAISTian다운 인재들이 우리 학교에 오지 않겠는가.
 

<KAIST 캠퍼스 확장>
오송캠퍼스가 지방선거용 정책이 아닌지, 평택캠퍼스는 삼성과의 협업을 과하게 고려한 것이 아닌지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런 우려에 관한 생각은?

협력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이뤄질 수 있다. 충청북도는 KAIST를 유치하여 지역을 활성화하고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자 했고, 우리 학교는 바이오 분야 연구를 위한 연구 환경이 필요했다. 더불어 멀리 내다보면 문지 메디컬 캠퍼스를 오송캠퍼스와 연계할 수 있다. 이렇게 KAIST에 이득이 되기에 캠퍼스 설립을 결정했다. 

또 캠퍼스 확장 제안에 대한 대전제는 제안자 측에서 부지 및 건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학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립을 결정한다. 평택은 삼성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설립하기로 했기에, 반도체 분야에서의 산학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소였다. 이런 상황에서 평택시가 건물 및 부지 제공을 제안해 설립을 결정했다.
 

확장하는 캠퍼스에 관해, 본원 캠퍼스에 소홀하며 사업만 늘어놓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를 어떻게 보는가?

본인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전과 다르게 각지에서 캠퍼스 설립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일도 미국에서 건물과 부지를 제공할 테니,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온 바 있다. 순차적으로 시간을 조절하며 진행하는 것이 좋지만, 답변을 미루거나 거절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제안들이 많아서 일단 기회를 잡았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금방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년 정도를 계획한 프로젝트이다. 서서히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니 천천히 조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모두가 KAIST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왜 뉴욕대를 글로벌 KAIST 확장의 시발점으로 삼았나?

학생들에게 더욱 큰 세상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어 해외 캠퍼스 개척을 시도했다. 그 시작점으로 뉴욕을 선택한 것이다. 뉴욕으로 정한 것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상징성 때문이다. 뉴욕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경제, 문화, 학문 등 다양한 요소의 중심지가 아닌가. 학생들에게 세계를 접하게 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찾은 뉴욕에서 뉴욕대와 잘 협력하여 공동 캠퍼스를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본격적인 협업이 이어질 것이다. 학부 과정에 관해서는 뉴욕대와의 부전공 프로그램이 9월에 시범적으로 시작하며 점차 확대될 것이다. 대학원에서는 연구 중심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뉴욕대와 KAIST의 교수들이 협업해 7개의 공동 연구 센터를 만들었다.

이미 7개의 연구 센터 중 2곳은 기부금을 받아 연구비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연구 센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학원 과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 공동 학위 과정이 신설되는 등의 협력 방안을 생각 중이다. 
 

<KAIST 정책 전반>
취임과 동시에 발표한 핵심 정책이 QAIST 정책이다. 이 총장이 생각하기엔 QAIST 정책의 몇 %를 이루었나? 그 성과는 어떠한가?

임기를 시작할 당시 가장 어렵지만 우리 학교에 시급한 것이 구성원들이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의식의 전환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생 개개인이 느끼는 바가 어떨지 모르겠으나, ‘하던 것을 똑같이 하는 것은 KAIST가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또한 취임 후 2년이 지난 시점이니, QAIST 정책이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5월 교수 워크숍에서 중간발표를 해보고자 한다. 따라서 아직 구체적으로 조사한 바는 없다.
 

재임 동안 다양한 학과들을 만드는 이유가 있나? 앞으로도 학과를 신설할 계획이 있는지 묻고 싶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경우 국가에서 핵심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이를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설립된 학과이다. 뇌인지과학과는 과학과 산업이 향후 30년에 거쳐 어떻게 발전할지 고민한 끝에 설립한 학과이다. 모든 학문은 모르는 것을 깨우치기 위해 존재하는데, 이 세상에서 모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뇌이다. 이 미지의 세계에 KAIST가 포석을 둘 필요성이 있어서 뇌인지과학과를 만들었다. 현재로서는 추가로 학과를 신설할 계획은 없다. 신설한 학과를 포함한 여러 학과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우선 초점을 둘 생각이다.
 

학교 전반적으로 창업, 융합에 집중한다는 느낌이 든다. 정작 기초과학엔 소홀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창업을 많이 강조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KAIST의 존재 이유다. 기초 위에 창업이 있고, 융합이 있는 것으로 결코 주객전도는 안 된다. 이에 우리 학교는 여러 방면에서 기초과학을 지원하고자 한다. 일례로 생명과학과도 새로운 건물을 지을 예정이고, 화학과 및 수학과의 자연과학대학에 지을 건물 예산 역시 올해 안에 확보하고자 한다.
 

임기 내의 모든 사업들을 끝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사업들이 많다. 총장이 바뀌면 무산될 수 있는 사업들도 있을 텐데, 혹시 연임 계획이 있는가?

사람은 바뀌어도 KAIST의 비전은 이어진다. 비전이 좋으면 결국 사람이 바뀌어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KAIST-뉴욕대학교 공동 캠퍼스, 평택 캠퍼스 등 여러 정책을 다음 총장이 망치리라는 생각은 안 한다. 그렇기에 본인은 본인 임기 중에 사업들을 모두 끝내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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