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처 “봄학기 대면 성급했으나... 하이브리드 수업 정착에 힘쓰겠다”

 A 학우는 이달 초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에 교수에게 비대면 수업 제공을 요청했지만, 교수는 “수업 초반에 대면 진행을 공지했기에 비대면 수업은 제공할 수 없으며, 듣지 못한 수업 내용은 자습으로 따라와야 한다”고 답했다. A 학우는 하이브리드 수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학교의 공지를 근거로 행정팀과 학과 사무실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교수에게 하이브리드 수업을 요청할 권한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A 학우는 혼자서 유튜브를 찾아보며 교재 내용을 이해해야 했다.

 최근 교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교내 구성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가정사나 가정 내 의료 취약자, 자차 이용 불가 등 사유로 자택 격리가 불가한 학생들에게 코로나19 확진은 곧 진퇴양난이다. 자가 격리를 시작하더라도 A 학우의 사례처럼 교수가 비대면 수업 제공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격리 기간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온전히 학생의 몫이 된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로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철저한 대비 없이 대면 수업 원칙을 고수한 학교 측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본지는 이에 대한 코로나대응팀(이하 대응팀)과 학교 측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코로나대응팀,“제한된 자원으로 확진자 전원을 격리 수용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
 현재 대응팀에서는 교내 구성원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경우에 메일과 전화 안내를 통해 기초자료 회신을 요청하고 격리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생활관 거주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었을 경우 확진된 당일에 자가 또는 부모님 차량을 통해 본가로 이동 후 격리함이 원칙이다. 다만, ▲국내 거처가 없는 학생 ▲본가가 제주도인 학생 ▲중증도가 높은 질환 등 의학적 사유가 있는 동거 가족이 있어 재택이 불가한 학생에 한해 화암 격리 기숙사 입소를 허가하고 있다. 이 경우, 외국인등록증, 주민등록등본, 진단서 등 해당하는 증빙 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

 임범희 코로나대응팀장은 위 세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자택 격리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만, 현재 이미 화암 기숙사 1동과 7동 총 64개 실을 격리 숙소로 운영 중인 상황에서 격리 숙소를 추가로 확보하기 어렵고, 같은 날 확진된 학생에 한해 2인 1실로 격리 숙소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교내 확진자 규모가 감당이 안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어 “제한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해 격리 숙소를 제공하고 있음을 이해해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한편, 원룸형 1인실에서 거주하는 학생들도 확진 시 귀가시키는 이유에 대해 이창준 학생생활팀장은 “격리는 확진자의 치료와 다른 구성원에 대한 감염 확산 방지에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암 기숙사나 자택과 달리 미르관, 나래관 등에서 격리할 경우 격리 학생의 건강을 충분히 관리해줄 수 없고, 배달 음식 등을 주문할 때 방에서 나오지 않고 음식을 받을 수 없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부터 2주일간의 교내 코로나 확진자 수. 하루 확진자 수가 화암관 총 격리실 64실보다 많은 날도 여럿 있다. (©정영운 기자)
지난 7일부터 2주일간의 교내 코로나 확진자 수. 하루 확진자 수가 화암관 총 격리실 64실보다 많은 날도 여럿 있다. (©정영운 기자)

법과 현실의 괴리는 풀어야 할 과제...“대응팀 직원도 감정노동자”
 앞서 언급하였듯이, 화암 기숙사 격리가 허가되지 않은 학생들은 확진 당일 자가 또는 부모님 차량을 통해 본가로 이동하여 격리해야 한다. 하지만 확진되는 학생들 중에는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학생도 많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본가가 먼데 자차 이동이 어려워서, 가족 중 의료 취약자가 있지만 화암 기숙사 격리 사유로는 인정받지 못해서, 가정 내 불화 등 다양한 이유로 자가 격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익명 커뮤니티 또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결국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거나, 숙박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 일주일간 격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자택 이동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대응팀에서 무작정 귀가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하여 불쾌했다거나, 감염병예방법에 저촉되는 조언을 해서 당황스러웠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유성구보건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자택으로 이동하는 것은 방역 지침 위반”이라며 “가족의 차량이나 방역 택시를 이용하여 격리지로 이동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또한, 자택 외 자가 격리와 관련해서는 “확진 사실을 숨기고 숙박 시설에서 격리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지정된 안심 숙소를 이용하거나 생활치료센터를 알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활치료센터 이송이나 병상 배정은 시청에서 허가가 떨어져야만 가능하다”며 “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확진 당일에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본가가 타지인 학생이 많은 우리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일에 생활관을 나와야 하는 입장에서 방역 택시나 생활치료센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임 팀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다만, 대응팀으로부터 위법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조언을 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임 팀장은 “우리는 학생들에게 정부 지침대로 안내하는 수밖에는 없다”며 학생들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학생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학교와 비교해보았을 때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긴박했던 상황 탓에, 코로나대응팀은 타 부서에서 차출된 인력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 팀장 역시 원래는 교수학습지원팀에서 KLMS 개발 등을 맡고 있었다. 카이스트클리닉과 각종 행정 부서 등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이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구성원들을 위해 밤낮없이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임 팀장은 “코로나대응팀 직원 역시 감정노동자”라며, 대응팀을 향한 날 선 비난이나 통화로 인해 상처받는 직원이 많음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이어, “대응팀 직원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대응팀에서 구성원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음을 기억해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관련기사 본지 13면, <KAISTian 엿보기 - 코로나대응팀>)

 

학교의 하이브리드 원칙, 잘 지켜지고 있나?
 화암 기숙사나 자택 격리에 성공했다면, 격리 기간 학업 진도를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지난 8일, 교학부총장 서신을 통해 “(수업은) 대면/비대면 수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원칙”이라며 “확진되어 본가에 가더라도 비대면으로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교수가 하이브리드 수업을 제공하지 않아 격리 기간 자습을 해야 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태식 교무처장은 이에 대해 “3월 초, 교수들에게 하이브리드 강의는 교수자의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의무임을 다시 한 번 메일로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회를 통해 해당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강의에 대한 제보가 들어올 경우, 해당 학과장과 개별 교수에 연락을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입국 불가, 코로나19 확진, 밀접 접촉 등 사유가 없더라도 학생 본인이 희망한다면 비대면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험 및 체육 과목 등 비대면 진행이 불가능한 과목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며, 이때도

 코로나19 확진 등 사유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은 공결로 처리된다. 이 교무처장과 신병하 학생생활처장은 학생들에게 이 같은 내용이 상세히 공유되지 않아 사유 없이 비대면 수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조만간 관련 내용을 학생들에게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봄학기 대면 원칙’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이번 봄학기 수업 진행 방식은 대면 진행이 원칙이었다. 다만 학교는 지난 2월 9일 교수를 대상으로, 그리고 15일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수업과 관련된 공지를 발송했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을 들을 수 없는 경우에만 비대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학교는 대면 수업을 실시간 온라인 중계하는 하이브리드 수업을 제공한다는 것이 공지의 골자이다. 2월 22일에는 개강 후 첫 2주간은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학생 본인의 판단에 따라 비대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개정됐다. 하지만, 해당 공지가 수업 현장에까지 명확하게 전달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현재 생활관에 머무는 학생 중에는 대면 강의 참석을 희망하지는 않았으나 비대면 수업에 참석할 특별한 사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생활관에 입사한 경우도 많다. 그중 코로나19 확진 시 자택 격리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놓고 확진되니 알아서 집으로 가라는 식의 대응은 무책임하다”는 여론이 감지된다. 개강 전부터 이미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예견되었던 만큼, 교내에 격리자를 수용할 충분한 여력이 되지 않는 이상 대면 수업을 강행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논지이다.

 이 교무처장은 “지난해 대전광역시에서 행정명령이 내려와 생활관 거주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을 때 우리 학교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었다”며 “우리 학교에는 교내 이동검사소와 코로나대응팀이 있고, 교내 구성원에 대한 주기적 검사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오미크론 변이 하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이 감당 가능한 범위 내로 통제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비판을 수용했다. 신 학생생활처장은 “당시로써는 초중고교에 대한 교육부의 방침도 대면 수업을 진행하라는 것이었다”며 “당시에는 학생들에게 캠퍼스를 빨리 돌려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내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5일 이상 50명을 넘었으니 기존 매뉴얼대로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유로는 해당 기준은 당시 대응팀의 대응 역량을 바탕으로 마련됐는데 현재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자원이 교내 확진자 규모에 맞춰 증가한 점과, 현시점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에 실익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 교무처장은 “대면 강의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주된 경로가 아니라서 비대면 수업 전환이 감염병 확산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며 “현재는 하이브리드 수업이 원칙이라 희망하는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만큼 비대면 전환의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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