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어떤 사람들이 당신의 하루 속에 있었나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쳤을 인연, 하지만 학교라는 장소로 이어져 있는 ‘우리’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코로나대응팀 합류 이전에는 어디에서 근무하셨나요?

이현지 간호사(이하 이), 남상예 간호사(이하 남): 저희는 카이스트클리닉에서 파견된 간호사입니다. 예상과 달리 교내 확진자 규모가 커지다 보니 가족들도 제쳐놓고 코로나대응팀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동현준 행정원(이하 동): 저는 과기정통부와 문서를 주고받는 부서인 기획팀에서 왔습니다. 원래도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관리하고 과기정통부에 보고하는 일을 맡아오다가 대응팀에는 지난주부터 합류했습니다.

고은송 행정원(이하 고): 저는 국제협력팀에 소속되어 있어요. 우리 학교의 외국인 구성원 규모는 내국인보다 작지만, 아무래도 타지에 있는 학생들이다 보니 신경 써야 할 일이 더 많아요. 외국인 학생들의 사후 관리를 위해 작년 8월부터 대응팀에 합류했습니다.

 

코로나대응팀에서는 무슨 일을 맡고 계신가요?

이, 남: 저희는 의료인으로서 화암관에서 격리 중인 학생들의 몸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증상이 있으면 카이스트클리닉과 연계하여 약을 처방하고 있어요. 그 외에 확진자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나 확진자 및 동거인 행동 수칙 안내 등을 맡고 있어요. 주기적으로 바뀌는 정부 방침을 숙지하고 다른 행정 선생님들과 공유하는 역할도 저희가 맡고 있습니다.

동: 전반적인 민원 대응을 맡고 있습니다. 그 외에 통계를 내고, 학교에 보고할 자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고: 저는 행정 담당으로 코로나대응팀에 합류해서, 주로 민원 대응 업무를 맡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국인 학생들과 소통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업무를 하시면서 애로사항은 없으신가요?

이: 설 이후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보도자료 등을 보면서 간호사로서 ‘KAIST 안에서도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내가 코로나대응팀의 팀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7살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말씀드리고 집과 코로나대응팀으로만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가족 중 누군가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저 또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저희 팀에 민폐가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남: 저희가 외부 기관과도 협력해야 하는 사항이 많은데, 그게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업무를 하면서 굉장히 힘들어요. 그리고 저희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이건 안 되죠?”, “왜 이렇게 하죠?”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솔직히 굉장히 힘이 빠져요. 심한 말도 많이 듣는데, 그래서 요새는 ‘우리가 의료인이 아니라 감정노동자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고: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워라밸’을 포기하고 업무를 하고 계셔요. 저희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부서에서 붙어서 도와주고 계세요. 많은 분들은 이걸 잘 알고, 고마움을 표하시기도 하는데, 어떤 날은 저희에게 진짜 힘들게 말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날은 정말 힘들죠.

밤늦은 시간까지 대책 회의 중인 코로나대응팀의 모습 (©김신엽 기자)
밤늦은 시간까지 대책 회의 중인 코로나대응팀의 모습 (©김신엽 기자)

 

업무를 하시면서 뿌듯하셨던 적은 언제였나요?

이: 격리 중인 학생들이 새벽에 보호자도 없이 아플까 봐 매일 노심초사로 기도하면서 기다려요. ‘연락만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건강하게 퇴소하면 좋겠다.’ 학생들이 0시를 기준으로 격리 해제되니깐, 딱 자정이 되면 카톡이 울려요. “저 그만 퇴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퇴소한 후에도 건강히 잘 지내라고 문자 한 번씩 보내주고,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전화 달라 하고 그래요.

동: 학생들에게 안부도 묻고, 안내도 해주다 보면, 학생들이 고마움을 표시하더라고요. 그럴 때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일을 했구나’……. (예를 들어서 무슨 말을 들어보셨어요?) 그렇게 대단한 말은 아니고, “Thank you”라고 하는데……. 그냥 고맙죠. 수고를 알아주니까 고마웠어요.

고: 개인적으로는 대응팀 업무가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살아생전 언제 감염병 관리라는 업무를 해보겠어요. 일하면서 어깨너머로나마 의학 상식을 많이 배워서, 이제는 간호 선생님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응대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걸 배웠다는 게 정말 보람된 것 같아요. 특이한 경험이죠.

교내 구성원들이 코로나대응팀에 보낸 응원의 메시지 (©김신엽 기자)
교내 구성원들이 코로나대응팀에 보낸 응원의 메시지 (©김신엽 기자)

 

교내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이: 개인 방역 수칙을 꼭 지켜주세요. 덴탈 마스크 말고 KF94 마스크 쓰기. 마스크 쓸 때 코 쪽을 꼭 눌러주기. 하루에 한 번씩은 샤워하고 개인위생 잘 지키기. 용이한 소독을 위해 주변 정리 잘하고 수시로 환기하기. 증상 있으면 무조건 진료 보기. 잘 먹고 잘 자기. 이렇게만 해도 안전한 학교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 코로나대응팀에서 하는 일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그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불만 얘기하는 건 좋지만 친절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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