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용에서 MBTI 요구? ‘비윤리적’

 MBTI를 채용 과정에서 요구하는 기업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로 성격 유형 검사의 일종이다. MBTI는 개인의 성격을 내향형(I)과 외향형(E), 직관형(N)과 감각형(S), 감정형(F)과 사고형(T), 인식형(P)과 판단형(J) 4가지 경향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넓은 대인관계보다 깊은 대인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은 E의 반대인 I로 분류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개인은 ISTP, ENFJ 등 4개의 알파벳을 조합한 16가지의 성격유형으로 분류된다.

 MBTI 지표는 전문적인 심리 검사 도구이지만, 이 지표는 트위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20대와 30대들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각 MBTI별 특징’, ‘MBTI 유형별 궁합’과 같은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간이 MBTI 검사도 대중화되어 있다. 우리 학교의 상담 센터에서도 MBTI 워크샵을 진행한다. (관련기사 본지 495호, <카이스트 상담센터에 가다>)

“MBTI 써서 내세요”... 지원서류에?
 그러나 일부 기업이나 아르바이트에서 채용 지원 서류에 MBTI를 기입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수협은행에서는 자신의 MBTI 유형 및 장단점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직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서술하라는 문항을 삽입하였다. 더 나아가 특정 MBTI를 우대하거나 특정 MBTI를 뽑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잡코리아나 사람인, 알바몬 등의 구인구직 및 취업 플랫폼에서도 특정 MBTI를 우대하거나 뽑지 않겠다고 지원자격에 명시해 놓은 경우가 흔하게 발견된다.

 이러한 기업의 요구에 대한 비판도 잇따른다. MBTI 지표의 특성상 모든 개인은 16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개개인의 개성을 모두 고려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구분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식 검사 결과가 아니라 간이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것에서 신뢰성도 담보되지 않으며,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을 제출 자료로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개인의 성격을 토대로 업무 능률을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법적, 윤리적 문제는 없을까
 지원자의 MBTI를 요구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3에 따르면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키, 체중, 재산, 출신 지역이나 가족의 학력과 같은 특정 개인정보를 수집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였지만, 성격 유형에 해당하는 MBTI는 금지 조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MBTI를 개발하고 공식 유료 검사를 제공하는 마이어스-브릭스 재단의 윤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유형 간에는 우열이 없으며 MBTI 지표를 통해 개개인을 획일화된 잣대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취업이나 면접 과정에서 평가 요소로 MBTI를 요구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하는 간이 검사는 정식 MBTI 검사가 아니다. 실제 MBTI 검사에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해석이 동반되어야 하며,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MBTI 검사나 MBTI 유형별 특징과 같은 자료는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심심풀이 성격 검사로 재미삼아 해 보는 것은 좋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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