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에 갤럭시 S4를 발표하면서 사양보다는 새로 탑재한 UX 측면의 기능을 강조했다. 실제로 갤럭시 S4에는 사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이 고정되어 있으면 동영상이 재생되고 사용자의 눈동자가 다른 곳으로 돌아가면 동영상이 자동으로 일시 정지 되는 등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UX를 중시한 애플사의 등장 이후로 기업들 사이에서 UX 관점의 인터렉션 디자인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UX는 이제 IT 업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되었다.

 

UI 디자인? UX 디자인?

UX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약자로,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종합적인 만족을 뜻한다. UX와 혼동하기 쉬운 개념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UI다. UI는 UX와 긴밀한 관계여서 UX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UI를 알아야 한다. UI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의 약자다. 인터페이스(Interface)는 ‘인간과 도구의 공유영역 또는 소통 통로’를 뜻한다. UI는 사용자와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UI 디자인은 사용자와 시스템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사용자의 신체적, 인지적, 감성적 특성을 반영해 디자인함으로써 사용하기 편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UI와 약간 다른 개념인 인터랙션(Interaction) 디자인도 UI 디자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인터랙션이란 사용자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제품의 UI를 사용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인터랙션은 사용자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조작한다는 점에서 UI와 차이가 있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UI 디자인’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제품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한 절차도 설계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UI 디자인’이라고 하면서 목적 달성을 위한 절차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UI 디자인과 인터랙션 디자인을 포함하는 UX 디자인

UX는 물건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편리함, 만족감부터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용할 때 느끼는 고급감까지 포함한다. UX 디자인은 인터랙션 디자인과 UI 디자인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가장 넓은 개념이다.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UX는 좁은 의미의 UX다. UX 디자인이 좁은 의미로 사용될 때에는 인터랙션 디자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IT 기기에 사용되는 UX 디자인도 UX를 지향하는 인터랙션 디자인에 가깝다. 넓은 의미의 UX는 단순히 제품만이 아니라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정보를 탐색하는 단계부터 AS, 제품 폐기의 단계까지 전체에 걸쳐진 경험이다.

 

인지적 특성을 활용한 디자인

제품에 UX를 지향하는 인터랙션 디자인은 주로 사람의 인지적 특성을 활용한다. 예측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인터랙션을 디자인하기 위해 인지심리학을 적용하는 것이다. 사람은 정보를 받아들일 때 무작위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기억하고 있던 요소들과 새로 받아들이는 정보를 비교한 다음, 새로 받아들인 정보를 요소 하나하나 분석해 기억한다. UX 관점에서는 이를 활용해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사용법을 암기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예측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한다.

이를 이용해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아이폰의 잠금 해제 장치는 화살표를 보자마자 손가락으로 해당 방향을 따라 밀게끔 행동을 유도한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 상황까지 생각해

제품에 UX 디자인을 적용할 때에는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이나 행동 패턴,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의 주변 환경이나 목적 등을 전부 고려한다. 대표적인 예는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의 선호도 차이다. 10.1인치 크기의 화면인 아이패드에 비해 갤럭시 탭 7.1은 7.1인치 화면으로 휴대성이 좋다. 그런데도 사용자들은 갤럭시 탭보다는 아이패드를 선호했다. 갤럭시 탭이 휴대성이 더 좋지만, 정작 사용자가 이동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 대부분 집이나 학교 등에서 가만히 앉아 편안한 자세로 사용하기 때문에 휴대성이 좋은 것보다는 콘텐츠를 즐기기에 적합한 큰 화면인 아이패드를 선호한 것이다.

 

IT 이외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우리나라에서는 UX 관점의 디자인이 대부분 IT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넓은 의미의 UX는 산업디자인, 산업공학, 전산학, 심리학, 인문 사회과학 등 여러 학문에 걸쳐져 있다. 사용자가 제품을 이용하면서 겪는 총체적인 경험에 모두 관여하므로 IT가 아닌 다른 여러 분야에도 사용될 수 있다. 카페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손쉽게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네스프레소는 UX 디자인을 잘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네스프레소 기계는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별도의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캡슐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네스프레소는 ‘커피를 마신다’는 사용자의 행동에 숨겨진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흔히 우리가 ‘커피 한잔하실래요’라고 말할 때에는 상대방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다. 네스프레소는 기계를 처음 접한 상대방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대화 주제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사용자와 상대방의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일반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어 의료행위 중에 사용자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병원 ‘제너럴 닥터’는 UX 디자인을 의료업계에 활용한 예다. 가운을 입지 않으며 아이에게는 곰 인형 청진기로 진찰하는 제너럴 닥터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의료 경험을 제공한다. 이렇게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도 더 활발히 이루어진다.

 

KLC Coffee Lounge에서 사용하는 네스프레소 커피머신=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은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사용법을 읽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곽재철 기자

우리 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이건표 교수는 “UX 디자인은 어떤 한 사람이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분야 전문가의 협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기업의 UX 팀은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학문이 결합한 형태의 UX 디자인은 앞으로도 발전한 공학 기술과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 사이의 조율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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