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6개월 동안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머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낸 제게 이국땅에서의 생활은 모든 게 정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포옹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건널목의 보행자를 보고 일제히 멈춰서는 차들, 상상을 초월하는 외식 물가, 공공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까지, 모든 게 낯설었고,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큰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스웨덴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이성 간 스킨십만큼이나 동성 간 스킨십도 터부시되지 않았고, 커밍아웃하는 것, 또는 나의 가족이나 친구가 성소수자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어쩌면 “나 트랜스젠더야” 하는 고백이 스웨덴에서는 “나 점심으로 떡볶이 먹었어”라고 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 듯했고, 듣는 사람 역시도 이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스웨덴 문화에 잘 적응하여 살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에서의 성소수자의 삶을 생각하며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스웨덴에서의 경험에 용기를 얻어 귀국하면서 제가 트랜스젠더임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후 많은 친구들로부터 개인적인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많고, 그중 상당수가 사회의 시선을 피해 본인의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물론 우리 학교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경험에서 이번 성소수자 기획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학내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성소수자 학우들이 지면을 통해 익명으로나마 자신의 이야기를 하길 바랐고, 그 이야기를 통해 학내 성소수자의 존재가 조금이나마 가시화되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이번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다섯 분의 인터뷰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주신 학우분들 덕에 이번 기획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취지에 공감해주시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학우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다음 호(496호) 기획에서는 우리 학교의 외국인 학우분들의 이야기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학우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042-350-2243, @ kaisttim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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