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必)환경'은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이제는 '친환경'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는 자연적인 변동을 넘어선 수준으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폭염을 비롯한 기후 재난의 빈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기후 현상들을 통해, 지구는 우리에게 '더 이상 지켜보지만 말고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코로나19 사태는 인류가 저지른 일이 우리를 향한 화살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환경 보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는 이미 반환점을 넘었으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 재난은 더는 막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관련기사 본지 493호, <이상기후, 매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2019년부터 호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장장 6개월 동안 지속하였고, 지난해 5월에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대형 사이클론* ‘엄펀’으로 100여 명의 사망자와 49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폭염의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전 세계가 더위에 시달렸다. 유럽에서는 전례 없는 대홍수로 인해 많은 사상자와 실종자가 발생했고, 미국과 캐나다는 열돔 현상으로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보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전년보다 700건 증가한 4,9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유엔 산하 유엔대학의 환경안전연구소(UNU-EHS)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10개의 주요 재난들의 공통 원인으로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 및 “불충분한 재난위험 관리” 등 환경 및 기후변화와 관련된 요소가 다수 포함된다고 한다.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논란이 불거진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2019년 6월에 발표된 호주 뉴캐슬 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모든 사람이 매주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매주 신용카드 한 장만큼의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고 있던 셈이다. 환경 문제는 먼 미래도, 가까운 미래도 아닌 현재의 문제이다.

    인류의 과도한 산업 활동에 의한 환경 파괴가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적잖게 쏟아져 나왔다. 생태계가 훼손되면서 다수의 바이러스가 숙주를 잃게 되었고, 자연 선택의 결과로 인간을 숙주로 삼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이다. 그린피스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가뭄, 홍수 등의 재난으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의 생활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인수공통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염병의 창궐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인류는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코로나19의 범세계적 확산은 오염된 환경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직후, 자가 격리와 산업 활동의 중단으로 인적이 끊긴 곳에서 극적으로 환경이 개선된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인도 펀자브에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히말라야 설산의 모습이 보였고, 중국에서는 우한이 봉쇄되면서 2020년 2월 기준 전월보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30%나 감소했다. 이탈리아 역시 코로나19 유행 이후 이산화질소 농도가 40~50% 이상 감소했다. 한국도 2020년 3월 기준 전년도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46%나 감소했다. 이 현상을 통해 인류는 환경 오염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목격하게 되었다.

 

소비 문화의 변화

    건강과 생존에 직결되는 환경 이슈들은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을 사회 전반에 가져왔다. 코로나19가 그 위기감을 부추겼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워치가 팬데믹이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2020년 3월 기준 전년도 12월보다 로컬, 친환경, 윤리 등 지속 가능 제품의 온라인 쇼핑에 관한 언급 횟수가 362% 증가했다. 자연 자원을 소모하지 않는 제품에 대한 언급 횟수도 217%나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환경에 대한 시각이 바뀌면서 소비자들의 행동 양상도 크게 변화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out) 소비’가 증가하고 환경 보호에 일조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제품을 구매할 때 더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게 되었다.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친환경 상품을 선택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기업에 더 투명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평균 비율은 약 9%이다.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플라스틱에는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거나 오염되었기 때문에, 혹은 다른 재료와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한다.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떠오른 바이오 플라스틱은 고온에서만 완전히 분해된다는 한계가 있다. 애초에 재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플라스틱 상품을 생산한 것이다.

    생산품 자체도 문제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생활 폐기물 배출량은 1인당 약 350~400kg 정도이다. 종량제가 실시된 이후로 2017년까지 이 수치는 매해 비슷했는데, 사업장 및 건설 폐기물의 경우 총 생활 폐기물의 7배에 달하는 양이 배출되었다.

 

수요에 따라 산업 구조도 변화한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그리고 기업의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소비자가 친환경 기업의 제품을 더 자주 구매할수록 친환경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수익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다른 기업 역시 환경 보호를 고려하며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환경 오염의 주범이었던 패션 및 뷰티 산업에서도 환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대표되는 패션 산업은 석유 산업만큼이나 공해를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유럽 경제 위원회(UNECE)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의 산업 용수 중 20%를 소비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패션 업계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실제로 패스트 패션은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겪었다. SPA 브랜드 포에버21은 지난 2019년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제 대다수의 해외 패션 브랜드는 환경 보호를 위한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패션을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컨셔스 패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폐기된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가방을 제작해 ‘플래닝 컬렉션’을 출시했다. H&M,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같은 대형 브랜드들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제작하는 업사이클링을 선보였다.

    뷰티 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해외 뷰티 시장에서 ‘클린 뷰티’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클린 뷰티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생산과정, 유해 성분 최소화, 포장 간소화, 동물 실험 및 동물성 성분 배제 등의 조건을 만족하며 생산된 화장품을 의미한다. 공병을 수거해서 재사용하는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2020년 기준 세계의 클린 뷰티 시장 규모는 약 6.3조 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은 12.07%에 달한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2030세대의 청년층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엠브레인의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55%는 ‘올바른 제품과 윤리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CJ 올리브영에서 클린 뷰티 인증 마크 및 전용 매대를 통한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인증 마크를 받은 12개 브랜드의 매출이 전년 대비 188% 성장하기도 했다.

    피부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안전한 성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18년, 하와이에서 세계 최초로 산호초와 해양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유해 성분을 포함한 선크림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했다. 시판 선크림의 70%에 포함된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는 적정 용량만 지키면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산호의 백화현상을 유발하고 해양 생태계를 무너지게 만든다. 화장품 브랜드 ‘프로젝트 코랄’은 산호초 유해물질을 철저히 배제한 선크림 2종을 출시하며 산호초와 해양 생태계 보호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 태국 정부는 최초로 주요 해양 관광지에서 해당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했다.

    여행지에서도 환경 보호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관광지의 환경 파괴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았지만, 코로나19로 관광 산업이 중단되면서 환경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매해 2,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는 탁한 녹색 빛을 띠는 물 때문에 바닥이 보이지 않았지만, 관광객을 태운 곤돌라의 운행이 멎으면서 투명한 빛깔을 되찾았다. 이탈리아의 칼리아리 항구에서는 돌고래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로마의 호수에는 백조가 나타났다.

    세계 곳곳의 관광지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여행이 주목받게 되었다. 유명 관광지를 순회하는 여행보다는 심리 치유와 건강 향상을 위한 ‘웰니스 관광’의 선호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 투어리즘’은 전 세계 관광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와이에서는 모든 상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중단했고, 관광객들도 렌터카 대신 공유 자전거를 이용한다. 발리와 태국에서는 친환경 호텔도 등장했다. 친환경 호텔에서는 일회용 어메니티 대신 다회용기에 담긴 욕실용품을 사용하고, 페트병 대신 텀블러와 공공 정수기로 생수를 제공한다. 비닐 사용을 자제하고자 가방을 빌려주는 곳도 있다.

 

일회용품 쓰레기는 이제 그만, 제로웨이스트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이 일회용품의 소비와 쓰레기 배출량 증가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밴앤컴퍼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답했다. 포장과 배달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도 함께 급증했다. 국내의 경우, 가정 간편식 지출액이 44.6%, 배달 지출액이 43.6% 증가했으며(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기준 3조 2천억 원이었던 가정 간편식 출하액이 2022년에는 5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코로나19 전부터 심각한 수준이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이 188만 톤 수준이었던 것에 반해 2018년에는 70% 이상 증가한 322만 톤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 정책의 장기화는 일회용 포장 용기 폐기물을 더욱 증가시켰다. 2020년에 전년도 기준 배달 용기 사용이 78% 증가했고, 택배 포장재와 폐플라스틱 사용량은 각각 20.9%, 18.9%씩 증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분리수거는 일상 속 습관으로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분리수거율은 59%에 달하며, 이는 무려 세계 2위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이다. 종류가 약 70종으로 매우 다양한데, 그 중 10종만 재활용할 수 있고 다른 성분이 조금만 섞여 있어도 재활용에 부적합해 폐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잡한 형태의 용기나 분리가 불가능한 구조의 플라스틱 제품 역시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2040년까지 버려질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약 13억 톤이라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 면적의 1.5배에 해당하는 넓이를 뒤덮을 수 있는 양이다.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 보니,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한 것이다. 2020년 6월 서울 마포구에서 시작된 국내 최초의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을 필두로 포장재 없는 제로웨이스트 샵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또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을 다룬 브이로그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퍼졌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019년경부터 ‘제로웨이스트’라는 키워드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증가했고, 2021년 초를 기점으로 검색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이제는 관심보다 행동이 필요할 때

    한국피앤지와 자원순환사회연대가 국내 소비자들의 친환경 소비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5% 이상이 문제 인식은 갖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비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2.2%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지만, 이들 중 실제로 지난 3개월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 응답자는 25.5%에 불과했다. 인식은 있지만, 실천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일찍이 실천을 시작한 사람들은 책, SNS,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이제는 관심만 갖기보다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외치고 있다 직접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행동한 사례는 우리 학교와 가까운 곳에도 존재한다. 어은동에서 제로웨이스트 가게 ‘은영상점’을 운영하는 이선화 대표를 만나보았다.

어은동 은영상점의 상품 하나하나에는 많은 이들의 고민과 정성이 담겨있다.
어은동 은영상점의 상품 하나하나에는 많은 이들의 고민과 정성이 담겨있다. (©이지현 기자)

    ‘은영상점’은 두 청년이 가치 소비를 위해 준비하고 오픈한 제로웨이스트 무포장 가게이다. 이 대표는 자취 생활을 시작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짐을 줄이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니멀한 삶은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의 실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전에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없었기 때문에 서울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상품을 구매해야 했다. 배송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가 싫었던 이 대표는 직접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해보기로 결심했다.

    이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작은 변화를 조금씩 시도해보라고 권했다. “한 번에 크게 바꾸려면 탈 나요. 하기 싫어질 때가 생길 수도 있고 금액이 부담될 수도 있고요.” 샴푸 바를 사용하면서 욕실이 깔끔해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작은 경험과 만족이 쌓일수록 다음 단계로 가기 쉽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한, 제로웨이스트 상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있는 것을 버리고 새로 사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은 더 오랫동안 소중히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탁 세제도 처음엔 대용량을 사는 게 익숙해져 있어서 가지고 있던 것을 다 쓰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냥 천천히 썼어요. 세제가 다 떨어지고 나서는 알약 세제나 소프너를 시도하면서 저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갔어요.”

    제로웨이스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입문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지 묻자 이 대표는 다음처럼 조언했다. “남들이 산다고 해서 따라 하는 소비보다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생각해보고 정말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소비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대표의 말처럼, 환경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한때 지나가는 유행이 되지 않고 많은 이들의 일상에 습관으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나에게 맞게 선택하는 소비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하거나 환경 관련 강의를 들을 때, 청년 세대보다는 그 윗세대인 주부가 수강생의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가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텐데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환경을 더럽히고, 편리한 삶에만 적응하게 되면 더욱더 변하기 어려운 사회가 될 것 같아요.”

    “혼자 하려 하지 말고 같이 하면 좋겠어요. 같이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점이 제로웨이스트를 더 오래 실천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이제는 지구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은영상점은 ‘피스어스’라는 비영리 단체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 ‘줍깅’을 주최 중이다. 또한 서울보다 정보가 부족한 대전에서 환경 관련 행사들에 대해 빠른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의 역할도 하고 있다.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에서 신지혜 작가는 실천에 있어서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라고 말한다. 완벽함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 금세 좌절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내 노력을 다른 사람 혹은 내가 가진 이상향과 비교하다 보면 불편한 마음이 쌓이기 마련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에코 라이프와 편리함 사이에서 나만의 밸런스를 찾는 것이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지속해서 실천할 수 있는 비결이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건 우리

    “너 하나 바뀌어도 대세에는 영향이 없어.” 개인의 노력은 사소한 말에 의해 무력화되고는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 사용을 남발하는 대기업들, 이웃집이 버리고 간 플라스틱 산더미, 그리고 그런 노력은 무의미하다 여기는 주변 사람의 무심한 말까지. 환경 보호를 위한 자신과 타인의 노력을 비교하는 순간, 개인의 의지는 좌절되기 십상이다. 모두가 행동하지 않으면 개개인의 노력은 무의미해지는 ‘공유지의 비극’이 빚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통해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이야기하는 허유정 작가는 큰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작은 실천이 있어야 그다음이 있는 법이고, 모든 출발은 환경에 대한 개개인의 안타까움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이다. 전체적인 대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수익성을 위해 행동하는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수요'와 '제도'이다. 그렇기에 대세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시장의 소비자이자 사회의 구성원인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다.

 

사이클론*
인도양, 아라비아해,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이다. 태풍,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저기압으로 지방에 따른 이름이다. 보통은 그 규모가 태풍이나 허리케인에 비해 작은 편으로, 홍수 피해 정도로 그친다.

 

참고문헌 |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허유정, 뜻밖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이준영, 21세기북스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신지혜, 보틀프레스
그린피스 보고서 ‘식품제조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보고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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