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설립되었다. IPCC가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IPCC 평가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교토 의정서에 채택되는 등 기후 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 간 협상의 근거자료로 활용되어왔다.

기후 재난을 외면하는 인류

    2013년에 작성된 제5차 IPCC 평가보고서에는 다소 암울한 분석 결과가 담겼다. “1950년 이래 기상 현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극한 저온 현상이 감소하는 대신 극한 고온 현상은 증가하고, 많은 지역에서 호우가 빈번해졌으며, 이 변화의 일부는 인간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온실효과로 지구의 온도가 1°C 혹은  2°C 뜨거워지는 현상이 아니다. 인류가 발전을 위해 변화시킨 환경은, 기후 되먹임을 통해 거대한 기후재난으로 인류를 덮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보다 경제성장에 더 큰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1997년 제안된 교토 의정서는 발효되기도 전에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탈퇴를 선언했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협정이 미국에 불공평하며 미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며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포했다. 

점점 가속되는 이상기후

    산업 혁명 이전 280ppm이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3년 400ppm을 돌파해 2021년 현재 416ppm을 기록했다. 윌 스테판이 밝혀낸 대가속 그래프에 의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단순히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속도 또한 가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속화 경향은 에너지 사용량, 대기 중 메탄 농도, 열대우림 감소율, 해양 산성화 등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수 있는 모든 지표에도 해당한다.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산업 혁명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말하지만, 현재 대기 중 배출된 탄소 중 절반 이상은 불과 지난 30년 사이에 배출되었다.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 또한 대가속 그래프의 경향을 따라 더 잦게,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온도 상승이 야기하는 비극

    온실효과와 그로 인한 반사율 감소 등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며,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이 더욱 잦게 발생하고 있다. 1980년 이래로 위협적인 폭염이 발생하는 빈도가 50배 이상 증가했으며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2003년 유럽에서 기록된 살인적인 폭염은 3만 5,000여 명의 사망자를 초래했으며, 2010년 러시아에서는 폭염으로 총 5만 5,000여 명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는 기온이 35°C를 넘어서는 날수가 하루 늘어날수록 연간 사망률이 0.75%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2016년 5월에만 48.8°C를 넘기는 날이 연달아 나타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 직접적인 열기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25만 5,000명에 달하리라 예측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굶주림을 겪는 인구 또한 증가한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인구수는 증가하는 반면 수확량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업학자들은 지구의 중위도 지역에서 기온이 1°C 올라가면 주곡 작물의 수확량이 10% 감소한다고 말한다.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자연적인 밀 분포 지대는 극지방을 향해 매년 약 250km씩 이동하며, 더 잦은 홍수, 더 많은 균과 해충이 곡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열기와 더불어 가뭄 또한 곡물 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기온이 5°C 증가하면 적도 부근에 ‘영구적인 가뭄 띠’ 두 개가 온 지구를 감싸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고갈되는 수자원

    2018년 정부 보고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이미 6억 명이 ‘높은 혹은 심각한 수준의 물 부족’을 겪으며 매년 20만 명이 물 부족과 오염된 물 섭취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는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의 양을 줄여나가고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은 고도가 높은 눈이나 얼음이 계절에 따라 녹아내리면서 나오는 수분에 의존하나, 기온이 상승하며 눈이나 얼음의 축적량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히말라야산맥에 존재하는 빙하는 2100년까지 40% 이상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 호수 또한 높은 온도에 의해 증발하여 부피가 감소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는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으나,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부피가 90% 이상 줄어들었다. 남아있는 물에서도 온수 친화적인 박테리아가 증가해 식수에 문제가 생기거나, 온도가 변하며 어패류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되어 식자원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불타 사라지는 산림

    기후가 점점 온난건조해짐에 따라 산불 빈도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서부에서는 이미 지난 50년 사이에 화재철 기간이 2.5개월 증가했다. 기록상 산불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던 년도 10개 중 9개는 2000년 이후다. 세계적으로 보면 화재철이 1979년 이후로 2배 증가했으며 소실된 숲의 면적은 1970년 이후로 2배 증가했다. 고위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더 치명적이다. 화재가 발생시키는 검댕과 재가 육지에 내려앉아 빙상을 검게 만들면, 빙상이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해 더 빨리 녹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불에 의해 나무가 죽으면, 나무 속에 들어있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고, 나무는 탄소 흡수원에서 공급원으로 뒤바뀌어 온실효과를 가속하게 된다.

질병의 위협
     현재 시베리아의 빙하에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공기 중에 퍼진 적이 없는 질병을 포함한 많은 균이 갇혀 있다. 인류 역사 이전의 질병이 얼음 밖에 나왔을 때, 면역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인류는 치명적인 피해를 볼 것이다. 질병의 원인은 빙하뿐만이 아니다. 현재는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질병이 모두 일정 지역에서만 발병하지만, 열대 지방의 범위가 10년에 48km씩 확대되며 그 경계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이 도시에 집중적으로 몰리며 질병의 전파는 더욱더 쉬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8월, 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향후 20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19세기 말보다 1.5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하로 제한하려 했던 파리기후협약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많은 과학자가 우리는 반환점을 넘었으며, 전 세계 정부가 강한 탄소 규제를 지금부터 시작하더라도 기온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다가올 기후 재난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할 수도, 덜 심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지구온난화는 막연한 현상이 아니며, 우리는 이미 과거에 상상도 못 했던 극심한 기후변화 속에 살아갈 것만은 확실하다. 이제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해 지구온난화에 대처해야만 한다.

참고문헌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김백민, 블랙피쉬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윌러스 웰즈, 추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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