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메타버스란 초월, 가상을 뜻하는 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디지털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융합적 세상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생활을 하는 상황이 되자 메타버스는 인류의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본지는 메타버스가 무엇이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지 그리고 몇몇 우려되는 점과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메타버스의 역사

    메타버스는 특정한 기술이나 정의가 아닌 일종의 개념이다. 넓게 표현하면, 디지털화된 세계가 구축되어 현실 세계와 깊은 연관성을 띠게 되는 것을 메타버스라 칭한다. 범위를 좁히면 현실과 유사한 3차원 가상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닐 스테픈슨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00년대를 지나며 실제 메타버스를 구현할 기술들이 등장하자 관련 산업이 주목받게 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메타버스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특히 미국의 <세컨드 라이프>를 필두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며 2006년, 미국미래학협회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Metaverse Roadmap Summit>이라는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미래전략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서 정평이 나 있는 IT기술분석그룹 <노무라종합연구소>도 3차원 가상세계의 발전을 예측한 <IT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연구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구현할 기술의 한계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메타버스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ASF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로 분류된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익히 알려진 AR과 VR이며, 라이프로깅은 SNS처럼 개인이 본인의 삶을 디지털 세계에 올려 저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거울 세계는 구글 어스와 같이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디지털세계를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몇몇 메타버스의 경우 이러한 분류 체계에 중복하여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제페토라는 가상현실 메타버스는 소셜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라이프로깅의 특징을 보인다.

 

메타버스의 현황

    지난해 말부터 메타버스는 다시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기술의 발전과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 그리고 코로나19의 확산이 있다. 우선 메타버스가 펼쳐질 3차원 가상현실을 구현할 뛰어난 기술들이 준비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만들어졌다. 코로나19로 물리적 세계에서의 단절이 일상화되자, 젊은 소비자들은 이런 플랫폼을 통해 가상세계로 몰려들었다. 지난 3월, 순천향대학교는 점프VR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입학식을 열어 화제가 되었다. 지난해 4월, 미국 유명 래퍼인 스캇은 슈팅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었다. 노래에 맞춰 스캇의 아바타가 변신했으며, 콘서트에 참가한 1,230여만 명은 각자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콘서트를 즐겼다.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배틀로약식 온라인 비디오 서바이벌 슈팅게임이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유명세가 덜하지만 작년 기준으로 전세계 이용자수가 3억 5천만명이 넘을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보이는 게임이다. 본질적으로 포트나이트는 게임이지만 플레이어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게임만 즐기지는 않는다. 포트나이트 내에는 플레이어들이 서로 공격적 행위를 할 수 없는 ‘파티로얄’이라는 평화지대가 있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은 서로 소통하여 함께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메타버스-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에서 강원대학교 김상균 교수는 ‘포트나이트는 단순 슈팅게임을 넘어,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성 이미지를 기반으로 3D 지도를 구현하는 구글 어스도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할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6월 23일, 우리 학교와 SM 엔터테인먼트 사이의 메타버스 연구를 위한 MOU가 체결되었다.(관련기사 2면, <KAIST, 외부 파트너와 손잡고 메타버스 흐름에 동참하다>) 이외에도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로블록스,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는 마인크래프트, 그리고 포켓몬고를 제작한 AR 기업 나이앤틱 등이 메타버스 산업의 유망한 회사들이다.

    메타버스가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오락분야에서만 활용되리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증가하며 산업계 곳곳에서 재택근무를 메타버스와 융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페이스북은 <Facebook Connect 2020>에서 PC 없이도 Oculus Quest만 착용하면 가상 사무실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Infinite Office’를 발표하기도 했다. LG전자에서는 최근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과정을 수료한 직원들이 메타버스 수료식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LG트윈타워와 미국 카네기멜론대 캠퍼스를 모방한 가상 건물 사이에 마련된 단상에서 수료증을 받았다. 직방은 아예 메타버스 세계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실제 업무공간을 모방한 ‘메타폴리스’에 본인의 아바타로 로그인하여 출근한 직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본다.

 

메타버스에 대한 우려

    뜨거운 메타버스 열풍이 한창인 현재, 몇몇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많은 문제점이 부각된 플랫폼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 5,000만 명에 달하는 로블록스이다. 로블록스는 어린 나이의 사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제작 게임들에 대한 검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부적절한 게임들이 아동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검열 시스템이 부족하여 부적절한 정보가 난립하게 된 것 또한 문제이다. 실제로, 아동 사용자가 다수 분포한 영국, 미국 등지에서 로블록스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보의 검열뿐만 아니라 보안 측면에서도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발표한 <2021 KISA REPORT>에 실린 네이버 이진규 이사의 <메타버스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윤리- 논의의 시작을 준비하며>에 따르면, 메타버스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정보 보안 문제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메타버스에서는 기존 플랫폼에서 생성되지 않았던 다양한 정보가 수집되어 처리된다. 개인이 메타버스에 머무는 시간 동안 모든 동작은 디지털화되어 수집된다. 하지만 이 데이터가 아바타의 정보인지 특정 개인의 정보인지 분류하기 애매하다는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메타버스 내에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보호가 불명확하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과 달리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사물의 본질은 데이터이므로 열린 공간이라면 누구나 해당 사물에 접근할 여지가 있다.

    검열 및 보안 문제와 더불어 크게 거론되는 우려는 중독성 및 불균형이다. 메타버스에서는 물리적 세계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쉽게 해낼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충족하기 어려웠던 욕구를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메타버스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하다. 메타버스 세계의 유혹에 빠져 현실 세계에서의 삶을 망각하고 계속해서 가상현실 세계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세계가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더라도 그 둘은 분명 차이가 있으므로, 가상 세계에 치우친 불균형은 개인에게 가상세계가 현실적 문제를 도피하는 수단이 되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정보를 검열하는 문제는 기술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많다. 이미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몇몇 IT 기업에서 수준 높은 검열시스템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메타버스 플랫폼에 응용한다면 정밀한 검열이 가능할 것이다. 정보 보안 문제 역시 이미 개발된 기술이 많이 있으므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해킹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해킹에 의한 보안 침해 문제는 악성코드 차단, 서버 보안 관리, 정보 암호화 등 고도화되고 다각화된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여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개발 회사에서 정보를 부당하게 취급하는 문제는 기술적인 방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적절한 법률적 조치가 없다면,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여 마케팅에 활용하고 심지어는 선거에 개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메타버스가 한창 개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각 플랫폼의 정보 처리에 대한 법률적 제한 조건을 논의해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인류가 맞이할 새로운 시대이다. 현재 수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으며 관련 투자도 활발하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산업과 연계하여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하지만 몇몇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지에서는 가장 크게 대두되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다루었지만 실제로는 더 다양한 문제가 제시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좋지만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변화로 인해 예견되는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다면 메타버스가 불러올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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