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개 대학 르포 ①다양한 학내문화 속 자신만의 개성 찾는다

지난달 7일부터 12일까지 총 6일에 걸쳐 조애리 학생생활처장을 필두로 한 우리 학교 해외출장단이 미국의 하버드, MIT, 조지아텍 등 3개 대학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번 출장은 학술정보문화관 신설을 위한 벤치마킹과 학생회 간 교류가 주요 목적이었다.

조 처장을 필두로 직원,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 임원 등 총 11명의 인사로 구성된 출장단은 6일의 일정 동안 비행기를 4회 타는 등 바쁜일정을 소화했으며 현지의 직원, 보직교수, 학생대표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번 일정에서 출장단은 학술정보문화관 벤치마킹팀과 학생교류팀의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일정을 진행했다. 벤치마킹팀은 유수 대학의 도서관-캠퍼스 간 물리적·기능적 연계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에 집중했으며, 학생교류팀은 현지 총학 간부들과 만나 캠퍼스 생활과 학생회 활동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심에 위치한 조지아공대 캠퍼스는 곳곳에 빽빽이 심어진 나무로 유명하다. 이는 시민들에게 훌륭한 쉼터를 제공한다 /유수진 학우 제공

[조지아공대] 도심 속 작은 숲, 벌들 날아다니는 녹색 캠퍼스 꿈꾼다

550만 인구를 자랑하는 미국 남동부의 최대 도시이자 조지아주의 공업중심지 애틀랜타. 그 한가운데 자리한 조지아텍 캠퍼스는 도심 한가운데서 시민의 휴식처를 자처한다. 넓은 보행자도로와 여러 종의 나무가 건물 사이사이로 빽빽이 자란 모습, 캠퍼스 어딜 봐도 돌아다니는 다람쥐들의 모습은 마치 도심 안의 큰 공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시민들이 캠퍼스 주위를 조깅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잔디밭에 자유로이 누워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흔한 풍경 중 하나다. 한국의 전형적 인 캠퍼스와 다소 다른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출장단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2009년 완공된 조지아텍의 중심인 Clough Commons building(이하 CLOC). CLOC은 건축 및 기반 시설에 미화 9천만 달러(한화 약 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초대형 건물이다. 전교생 2만 명의 학교인 조지아텍의 중심에 자리한 CLOC은 하루 유동인구가 1만 3천여 명에 달할 만큼 학생활동, 문화, 학업의 중심으로 자리했다. 9천만 달러 예산 중 약 30%에 해당하는 2천7백만 달러가 기부금으로 모였다고 한다. 조지아텍은 10년에 걸쳐 건물이 완공되는 동안 많은 시간을 기부금을 모으는데 할애했고, 건물 내부의 41개 교실마다 기부자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문, 하물며 의자에까지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해, 기부자가 대접받는 문화를 조성했다.

CLOC의 자랑 중 하나는 총 2,100석이라는 좌석 수다. 이 중 교실을 제외한 공용공간(복도 등)에 700석의 좌석이 놓여 효율적인 공간배치와 자유로운 토론의 분위기가 조성된다. Anderson Smith 조지아텍 부총장은 “문이 닫힌 교실이 아니라 열려있는 공간에서 자유로이 이야기할 때 비로소 진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앞으로는 더욱 많은 열린 공간을 만들어 자유로운 학풍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CLOC은 기존 도서관과 물리적,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학생들의 도서관의 이용을 자연스레 유도했고 부족한 도서관 좌석문제도 해결했다고 한다. 학생이 직접 디자인한 스터디 룸 등은 CLOC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일조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조지아텍은 녹색발전을 지향하는 특징을 살려 CLOC 전면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건물 전체전력의 20%를 태양열로 조달하며 옥상화단과 화장실에서 쓰이는 모든 물이 캠퍼스 내 빗물저장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또한, 조지아텍은 고유의 마스코트를 상품화해서 기념품 사업과 홍보사업에서 효과적인 수완을 올리고 있다. 조지아텍의 마스코트는 꿀벌(buzz)로, 이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검은색은 현재 조지아텍의 상징색이다. 조지아텍은 외주 계약을 통해 캠퍼스 내에 크게 자리한 2개의 브랜드 샵에서 의류, 노트, 머그컵과 만년필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팔고 있다. 특이한 점은 캠퍼스를 거니는 상당수 학생들이 조지아텍 문양이 새겨진 의류를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또한 캠퍼스의 조지아텍 깃발과 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넥타이 색까지 검은색과 노란색의 조합인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추후 방문한 Harvard, MIT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색깔이나 문양, 마스코트를 통해 고유의 감각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Eran Mordel 학생회장은 이에 대해 "단순히 학교를 알리는 역할을 넘어서서 내부인들 사이에서는 자긍심으로 다가온다"라고 설명했다.

조지아텍의 총학생회는 우리 학교의 총학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조지아텍 총장 선출과정에서 총학생회가 큰 권한을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이사회 개념인 ‘external advisory board’와 총학생회에게 총장 최종 인터뷰의 배점을 반씩 매길 수 있도록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추어 줄 수 있는 총장의 손을 들어주게 되고, 자연히 총장의 임기 중 총학생회가 직접 총장을 만나 사안을 담판 짓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총학생회는 대부분 사업별로 담당 부서를 만나 협의를 하고 총장은 다소의 보완을 거쳐 큰 방향에 대한 승인을 한다.

I Hate This F***ing Place의 약자로, 학업스트레스는 MIT 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공감대다 /Brian Spotocco MIT 원총 회장 제공

[MIT] 통계자료 바탕 학생회 발언권 확립, 학업스트레스는 오히려 유대감 형성

출장단이 조지아텍 다음으로 방문한 학교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이하 MIT). 서 총장이 기계공학과 학과장으로 있던 학교이자, 외부에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공대’라고 알려진 곳이다.

MIT 방문 일정 중 김도한 총학 회장, 이용일 원총 부회장, 강수영 학생문화공간관리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학생교류팀은 오후 일정의 대부분을 MIT 총학생회와 함께했다. 특히 공대라는 특성 때문에 MIT 총학생회가 고민하고 있는 사안들은 우리 학교 총학의 그것과 상당부분 유사했고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특히 학교본부와의 타협점, 학내사회에서의 발언권 획득의 사안도 공통된 고민거리였다.

다만, MIT 학생회는 학교와의 협상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특히, 학우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에 있어서는 학교본부가 학생회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Brian Spotocco MIT 원총 회장은 이에 대해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통계와 분석을 바탕으로 학우들을 대변한다”라며 “매주 최소 한두 차례에 걸쳐 전문 통계조사 업체를 통해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Spotocco 회장은 “이러한 자료들이 다년간 축적된 결과, 학우들이 원하는 것과 어려움을 겪는 문제들에 대해 학교본부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것이 학생회의 원동력이다”라며 “실제로 학교본부가 중요사안에 있어 학생회에 통계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MIT 학생회는 사업의 상당 부분을 자발적으로 구성된 학생태스크포스팀에게 사업을 외주해 추후 보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총학생회는 학우들과 함께 셔틀버스 시스템과 그 노선을 설계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건설과, 수리과학과, 경제학과 학우들을 모집해 수치정리와 통계, 그리고 실제 프로토타입 제작 등을 진행했다고 했다. Spotocco 회장은 또한 “학문적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고 학내 사업에 이바지한다는 마음에 많은 학우가 지원하는 편이다”라며 “KAIST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만들어보라”라고 권유했다.

MIT는 학업스트레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하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들은 학기 중 소화해야 하는 과제와 공부량에 큰 부담을 느낀다. 이는 우리 학교와 MIT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이에 대해 Spicer 원총 부회장은 “힘든 학업스트레스를 학우들끼리 공유하고, 이는 역설적으로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MIT 졸업생들에게 주어지는 졸업 반지에는 IHTFP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I Hate This F***ing Place’의 약자라고 알려졌다.

[하버드대] 하우스 제도를 바탕으로 고유의 공동체 문화 만든다

학부생 6600명 규모의 종합대학,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교육기관인 하버드대는 우리에게 특히나 그 뜨거운 학구열로 잘 알려져 있다. 방문일정이 하버드대 학생들의 기말고사 기간과 겹쳤기 때문에 캠퍼스에는 인적이 많지 않았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학생들은 대부분 혼자가 아닌 무리로 뭉쳐 다니며 떠들었다. 혼자 쓸쓸히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밤이 깊으면 나와 조용히 기숙사에 들어가는 소위 ‘공부벌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Pratyusha Yalamanchi 하버드대 총학생회장과의 면담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버드대 특유의 시스템인 하우스 제도가 하버드대 고유의 끈끈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었다.

하우스 제도란 기본적으로 기숙사가 물리적, 기능적, 사회적으로 확장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신입생들은 2학년이 되는 시기에 최대 8명의 학생이 서로 팀을 형성, 하우스에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 12개의 하우스에 팀의 단위로 배정된다. 그 후 남은 학교생활은 배정된 하우스에 소속되어 지내게 되는데 각 하우스의 건물에는 기숙사를 비롯해 식당, 건강관리실, 스터디룸, 카페 등이 설치되어 있다. 생활의 전반을 공유하는 것이다. 졸업 후에도 하우스별로 꾸준히 모임을 가지고 행사를 진행한다. 사회에 나가서도 같은 하우스 친구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철저하게 구성된다고 알려졌다.

하버드의 학생회는 매년 모든 학생들이 내는 75달러의 학생회비를 기반으로 일한다. 전통적으로 학생회비는 의무화되어 있고, 학생들이 그것을 지출하는 데에는 달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들에게 다 혜택으로 돌아온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총 52명의 간부가 활동하는 총학생회는 각자 역할의 구분이 뚜렷해 학생회 내부에서도 부서별로 독립적인 활동을 할 때가 잦다. 상당히 많은 학생이 학생회에 참가하기를 원하는데, 이는 대부분 자신의 이력과 경험을 쌓기 위해서라는 것이 Yalamanchi 총학생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하버드의 총학생회는 우리 학교의 이사회 격인 Harvard Corporation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다만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학생들은 개개인이 직접 학과장(dean)에게 연락하거나 이사회 직속의 민원접수기구에 연락하게끔 제도화되어 있다. 개인이 의견을 게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우리 학교와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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