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대학원총학생회장

 

 얼마 전 대학원총학생회와 총장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처음 간담회를 하자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막막했습니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지, 그냥 사진만 찍혀서 병풍을 서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정작 대학원생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똑 부러지게 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임기 초반에 수습할 일들이 많아 이런 고민을 할 경황이 없다는 건 사실이면서도 핑계였고 무엇보다 학내외 정치적 상황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런 기회는 정말 흔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가장 쉬운 방법이 학우들 전체를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 이 상황을 함께 공유하고 의견을 받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 학생 사회의 한없는 고요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기대가 별로 크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메일이 수시로 오면서 아이폰의 진동은 계속 울려댔고 급기야 반나절도 안 되어 배터리가 방전되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보이지 않던 곳에서 계속 끓어오르던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역동적인 학우들의 반응에 놀랐고 그 내용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곳에서 숨어 있던 많은 문제점, 굳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돌아다니지 않아도 이미 체계적으로 정리된 현황들, 머리 싸매고 만들어내지 않아도 이미 갖추어진 완벽한 논리. 저희가 할 일은 그냥 Ctrl+c, Ctrl+v를 하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일의 가장 큰 교훈 지점은 “대중 속에 답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자 한 명이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갖춘다 하더라도 학우들이 만들어낸 힘을 능가할 수 없고 아무리 좋은 머리를 가졌다 하더라도 학우들이 모아낸 지혜를 능가할 수 없으므로 대표자는 항상 학우들 사회에 녹아들어 그들과 소통하며 학우들의 힘을 모으고 학우들의 지혜를 모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식상해졌을 법한 이런 말들을 실체로서 목격하고 다시금 확인했다는 것이 저의 가장 소중한 경험일 것입니다.

 대학원 학생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구환경실태조사의 외주업체와 결과물에 대한 문제부터 고질적인 졸업앨범 업체의 무책임에 대한 문제, 연구 환경 문제, 생활 환경 문제, 그리고 오래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은 연구실 내의 피해 학생 문제.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힘은 우리에게서 나옵니다. 또한, 이 힘을 결집하고 문제 해결에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학우들에게 경로를 제시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학우들의 힘을 끌어모으는 것은 학생회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올 한해 학생회는 특히 이 부분에서 모범 사례들을 지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체계를 세워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학생회가 지속해서 대학원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학생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지만, 지면상 자세한 언급은 피하기로 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학우들과 함께 발맞추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올 한해는 정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있고 학내에서는 서남표 총장의 재신임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어려운 길에 지치지 않고 항상 학우 여러분과 “함께” 헤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학우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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